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로리더]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는 ‘인천 검단 안단테(시공 GS건설)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한 국회토론회에서 철근 누락과 부실시공이 건설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구조적인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폭로했다.

그는 현행 건설현장에서 ▲무량판 구조의 문제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비숙련ㆍ미등록 이주 노동자 문제, 형식적인 감리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또한 건설회사가 노동조합을 기피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한경진씨는 특히 “그래서 언론들이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보도해 줬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건설노조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부실시공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8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긴급토톤회를 개최했다.

2023년 4월 29일 밤 11시 30분경 검단신도시 안단테(발주 LH, 시공 GS건설) 현장 2공구 쪽 지하주차장 지하 1ㆍ2층 지붕층이 붕괴 무너져 내렸다. 이 아파트는 1666세대 대단지다. 5월 2일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6월 17일 주민 설명회가 개최되고, 관련 책임자 사과가 있었다. 7월 5일 국토부 사고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사고는 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붕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철근이 없는 즉 닭뼈가 없는 ‘순살 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7월 5일 GS건설은 사과와 함께 안단테 아파트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전면 재시공’ 하겠다고 발표했다.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이 자리에서 철근 누락이 일어나는 건설현장을 증언하기 위해 참석한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지는 11년째”라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이런 부실시공의 사례를 여러 차례 고쳐보려 투쟁도 해봤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경진씨는 2015년 전국건설기능대회 철근 부분 금상을 수상해 현재 철근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설노조 대전세종건설지부 부지부장도 맡고 있다.

한경진 씨는 “지금 정부는 노동조합을 ‘건폭’이라 칭하고 가짜 노동자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저는 엊그저께도 열심히 철근을 매고 얼굴이 365일 하얀 날이 없을 정도로 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경진 씨는 “일단 철근은 숙련공 위주로 작업이 돼야 제대로 된 공사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철근공 70명 중에 숙련된 숙련공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경진 씨는 “나머지는 미숙련공으로 포진된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작업하는데, 이주 노동자를 관리하는 관리자는 1~2명뿐”이라며 “그러다 보니 도면에 나와 있는 대로 제대로 된 시공이 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숙련공’은 철근을 시공할 때 도면을 보거나, 도면을 보는 사람의 설명을 듣고 조립을 정확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씨에 따르면 ‘비숙련공’은 도면을 이해할 수 없고, 작업의 순서와 조립과정을 설명하고 조립하는 방법을 바닥에 적어놔도 숙련공의 도움 없이는 도면과 상이한 결과를 내어 재시공 사례가 일어난다고 한다.

또한 한경진 씨는 “요즘 한참 언론에서 얘기하는, 붕괴한 무량판 구조가 최근에 화제가 됐다”며 “무량판 구조 자체가 건설사의 이윤을 대폭 늘려주는 공법”이라고 밝혔다.

한경진 씨는 “건물을 올릴 때 기본적으로 ‘기둥, 보, 천장’ 3가지 작업을 순서대로 시공해야 하지만, 무량판 구조는 ‘기둥과 천장’ 2가지로만 이루어진 작업”이라면서 “큰 보와 작은 보가 빠지기 때문에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고, 공사 기간도 단축되고, 층간 간격이 줄어들어서 더 많은 층을 올릴 수 있는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진 씨는 “(건설사들은) 경제적으로 좋은 공법이라고 많이들 적용하고 있는데, 건물의 안전성에는 취약하다는 걸 검단 안단테 사고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보의 역할은 건물의 하중을 분산시켜 기둥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보가 빠지면 그대로 기둥이 하중을 감당해야 해, 이 공법이 과연 안전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료집에 “(무량판 구조에서는) 압축에 강하고 인장력이 없는 기둥은 인장력을 보강하기 위해 전단보강근을 넣는다”면서 “전단보강근이 빠졌다고 붕괴로 이어진다면 공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보충했다.

무량판 구조의 철근누락 위험성을 설명하는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
무량판 구조의 철근누락 위험성을 설명하는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

한경진 씨는 “전단보강근 시공은 어렵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인력의 투입이 철근 물량 대비 많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건설사 입장에선 돈 까먹는 작업인 셈”이라며 “그나마 외국인 숙련공은 도면에 (전단보강근이) 있다고 하면 절대 빼먹지 않고, 실수로 빠졌다고 하더라도 타설 전 점검하는 것이 시공사와 감리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조사위원회는 검단 안단테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해 설계ㆍ시공ㆍ감리에 있어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다. 발주자는 복잡한 무량판 구조를 설계하며 필수적인 전단보강근을 설계에 포함하지 않았고, 시공사는 실제 공사하면서 철근을 누락했고, 감리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한경진 씨는 두 번째로 “부실공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는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 진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 건설 일을 할 때는 정확한 퇴근 시간이 없고, 해가 떨어지면 퇴근하고, 휴일이나 휴가도 없이 일만 했다”며 “(공사장의) 높은 펜스 안에서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여러 가지 사항들이 있다”면서 “건설현장 안에는 외부인들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도, 볼 수도 없기에 원청의 소장이 갑 중의 슈퍼 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경진 씨는 “그 누구도 소장의 지시가 부당해도 부당하다고 얘기할 수 없고, 현장 노동환경과 안전시설은 최악임에도 불구하고, 개선을 요구하면 해고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다쳐도 참고 일을 해야 했다”며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에는 매사 그렇게 일을 해왔다”고 전했다.

한경진 씨는 “노동자들이 그렇게까지 일해야 하는 이유는, 최저낙찰제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라면서 “건설사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값싼 저임금 노동자에게 더 많은 일을 시켜야 공사 기간과 관리비, 공사 자재 임대료도 줄일 수 있어서 우천, 우설, 한파, 폭염에도 공사를 강행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진 씨는 “이로 인해 수백 가지의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일단 산업재해는 필연적이고, 부실 공사, 임금 체납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저낙찰제, 다단계 하도급이 난무하고 있는데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경진 씨는 “지금 일하고 있는 아파트도 그렇고, 전국의 어느 아파트 현장을 가봐도 골조 공정에서는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를 제외하면 70~90%가 이주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며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지하 공정에서는 하루 40~70명 정도 투입이 되는데 노동조합 조합원이 들어가는 현장에서는 한 15명에서 20명 정도가 내국인 숙련공으로 구성돼 있고, 그 외에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로 비숙련 노동자로 채워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경진 씨는 “지금 붕괴된 검단 안단테 사례는 지하에만 부실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철근 일을 하면서 본 사례에 비춰봤을 때, 입주자가 사는 본 건물에서 부실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한경진 씨는 “일단 철근끼리 결속 자체가 되질 않았다”며 “감리는 중간에 올라와 보지도 않기 때문에 원청의 기사나 대리가 시공이 잘된 부분만 사진을 찍어서 보고하면 그대로 승인이 나서 형틀 작업을 하고 콘크리트를 붓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경진 씨는 “그래서 옹벽을 세우고 천장 위에 올라가서 손으로 흔들어 잡아 빼면 철근이 빠질 정도로 시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이와 함께 한경진 씨는 비숙련ㆍ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도 본격적으로 지적했다.

한경진 씨는 “본 건물에서는 내국인 근로자가 한 명도 없고 거의 100%가 이주 노동자라고 보면 된다”며 “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시공했지만, 단가를 줄이기 위해서 한때는 중국 교포들이 본 건물을 시공하다가, 그들도 임금이 올라가다 보니 제3국인 베트남, 태국 이런 데서도 철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흉내만 내는 정도로 작업한다”고 폭로했다.

특히 한경진 씨는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임금이 하루 일당으로 정해진 게 아니고, 평당 얼마씩 정해지는 것”이라며 “이들은 빠르게 여러 세대를 작업해야 자기가 하루에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많아지므로 일단 결속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공개했다.

한경진 씨는 “그래서 철근만 붙어 있으면 넘어가는 부실시공 사례는 전국 어디를 가나 모든 아파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결속’이 정확히 어떤 것이냐고 묻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한경진 씨는 “결속은 수직근과 수평근을 연결하기 위해 묶어주는 역할”이라며 “그래서 콘크리트를 붓거나 사람이 흔들어도 그 위치에 철근이 붙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구조적으로 엘리베이터 옹벽은 기둥 역할을 하므로, 철근이 촘촘하게 들어가야 하니까 간격이 10점 간격이면 그 10점 간격에 철근이 붙어 있어야 한다”며 “최소 100%가 묶여야 정상이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많이 묶이면 한 3번 정도, 철근 8m에 한 2m 간격으로 한 번씩만 묶여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진 씨는 “그래서 (그런 부실시공 현장에) 콘크리트를 부으면 철근이 제자리에 붙어 있을지도 의문이고, 형틀 작업하면서 걸리적거리는 데를 망치로 이렇게 살짝만 두들겨도 철근이 떨어진다”며 “그런다고 떨어진 철근을 다시 붙여놓고 콘크리트를 붓지도 않고 그냥 검침이 끝나면 바로 콘크리트를 치는 사례도 많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무량판 구조 자체의 문제가 아닌 건설현장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한경진 씨는 건설사가 노동자들을 공사 기간 단축에 밀어 넣는 현실도 비판했다.

한경진 씨는 “철근 작업이 끝나지 않았어도 원청사는 (레미콘) 타설 날짜를 미리 잡아놓고, ‘이날 타설을 잡아놨기 때문에 미룰 수가 없다’며 무조건 끝내라는 식의 작업을 지시한다”며“말로는 안전이 최고라고 하면서 뒤에 가서는 ‘내일 타설이니 오늘까지 끝내달라’고 노동자를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진 씨는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는 압박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철근을 더 묶어야 할 때는 더 묶곤 한다”며 “그러기 때문에 건설사가 노동조합을 기피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경진 씨는 “100번을 묶어야 할 곳은 100번을 묶다 보니 작업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고,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작업하는 속도보다 현저히 느릴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 “그만큼 더 많이 묶어야 하고, 원래 도면에 나와 있는 규격에 맞는 철근을 찾아서 넣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된 근로자는 작업이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더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한경진 씨는 “건설사는 어떻게든 노동조합을 현장에 받지 않으려고 하고, 정부도 건설사와 입을 맞춰서 ‘건폭’이네 ‘가짜 노동자’네 이렇게 언론에 호도한다”고 정부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한경진 씨는 “철근 건설 일을 21년 동안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11년째 했다”며 “11년째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일 안 하고 돈을 받아 간 적도 없고, 노동조합에서 직책이 낮은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노조에서 직책은 부지부장이면서 현장에선 철근 팀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하루도 일을 안 하고 돈을 받아 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경진 씨는 “그래서 언론들이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오히려 건설노조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부실시공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했다.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17년차 철근노동자 한경진 씨

한경진 씨는 감리 문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경진 씨는 “(건설) 현장이 개설되고 공사가 시작되면 감리가 모습을 많이 보이는 건 사실”이라면서 “작업하는 중간중간에도 자주 찾아와서 어떻게 시공하고 있는지 제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경진 씨는 “하지만 현장이 중간쯤 진행되면 감리의 모습은 점점 보이지 않는다”며 “거의 원청의 말단 직원 기사, 갓 대학교 졸업한 아무것도 모르는, 오히려 작업하는 작업자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 기사들이 와서 관리ㆍ감독하고 그 사람들이 시공이 약간 부실한 부분은 찍지도 않고 잘 나온 부분만 찍어서 감리에다가 형식적으로 보고하면 승인이 떨어지고 그다음 날 바로 (레미콘을) 타설하는 구조”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경진 씨는 “이게 매번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에 감리가 자주 보이는 때도 있다”며 “이때는 명절이나 휴가 때”라고 설명했다.

한경진 씨는 “건설사 관계자에게 감리가 갑자기 왜 이렇게 빡빡해졌냐고 물으니, ‘떡값을 안 줘서 그렇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게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 이러한 비리들은 비일비재하다”며 “이런 거를 단속해야 할 관리 부처는 전혀 감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경진 씨는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이런 걸 문제 삼아서 노동청에 민원을 넣으면 불시에 나와서 검침해야 하는데 일주일 전에 ‘언제 검침 나가겠다’고 예고하면 그게 밝혀지느냐”며 “그래서 건설사와 정부가 한통속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한경진 씨는 “이러한 부조리가 건설현장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드는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 건설노조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김봉현 레미콘 노동자, 한경진 철근 노동자, 검단 안단테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협회 정혜민 회장,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영전략본부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경기건설기능교육원 조재경 전임강사,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 한국건설안전학회 안홍석 학회장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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