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로리더]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는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한 국회토론회에서 건설현장에서 불량 레미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실태를 폭로했다.

레미콘 배합 불량,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몰배차, 현장 가수에 따른 품질 불량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김봉현씨는 “불량 레미콘 타설로 골재 분리 현상이 일어나 맨눈으로 봐도 골재가 중간에 빠져서 비어 있는데도 미장으로 덧칠해서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거주할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안 할 건데, 그런 인식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8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긴급토톤회를 개최했다.

2023년 4월 29일 밤 11시 30분경 검단신도시 안단테(발주 LH, 시공 GS건설) 현장 2공구 쪽 지하주차장 지하 1ㆍ2층 지붕층이 붕괴 무너져 내렸다. 이 아파트는 1666세대 대단지다. 5월 2일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6월 17일 주민 설명회가 개최되고, 관련 책임자 사과가 있었다. 7월 5일 국토부 사고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사고는 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붕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철근이 없는 즉 닭뼈가 없는 ‘순살 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7월 5일 GS건설은 사과와 함께 안단테 아파트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전면 재시공’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불량 콘크리트가 사용되는 건설현장을 증언하기 위해 참석한 30년 경력의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는 먼저 레미콘의 생산 과정과 구조에 대한 짤막한 설명으로 입을 열었다. 김봉현씨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레미콘지회장을 맡고 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김봉현 씨는 “레미콘 생산 과정은 레미콘을 혼합하는 믹서기가 있는 배차플랜트를 중심으로 측면이나 후면에 모래와 자갈에 있는 골재 저장소가 있고, 각종 시멘트, 혼화제탱크, 물탱크 등이 있다”며 “이런 재료들을 각 위치에 맞는 정량을 계량해 믹서기에 투입하고, 그 밑에 대기하고 있는 레미콘 차량에 혼합해서 쏟아주면 그 차량이 물량을 받아서 건설현장으로 운송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봉현 씨는 본격적으로 불량 콘크리트가 왜 발생이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김봉현 씨는 “불량 콘크리트가 발생하는 과정 중에는 ▲레미콘 공장에서 배합 불량으로 발생하는 과정 ▲건설현장 사정으로 신속하게 레미콘이 타설되지 않고 장시간 대기하면서 레미콘이 굳어가면서 불량 콘크리트가 발생 ▲현장 작업자들의 편리성 때문에 현장에서 물을 많이 타는 가수로 인한 불량 발생 등 3가지로 정리된다”고 밝혔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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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씨는 먼저 ‘레미콘 공장에서의 배합 불량’에 대해 설명했다.

김봉현 씨는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하는 오퍼레이터 실수로 배합 불량이 되는 일도 있지만, 레미콘이 납품하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납품 가격 덤핑을 요구하다 보니, 생산 원가를 낮추거나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 배합을 조작해서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했다.

그는 “대표적인 게 보통 시멘트량을 조작하는 건데, 보통 레미콘 재료는 우리가 3가지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며 시멘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생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시멘트량을 줄이거나 플라이애쉬(석탄재)를 기준량을 초과해서 투입하는 경우가 많고 ▲골재 품귀 현상이 나타날 때, 기준에 벗어난 불량 골재를 사용한 레미콘 생산 ▲레미콘제조사와 건설현장과의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의한 품질 불량을 제기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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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씨는 “일반적인 포틀랜드 시멘트(일반적인 시멘트로서 보편적인 성질을 갖고 있음), 고로슬래그 미분말(제철 제조 공정의 부산물인 ‘수재슬래그’를 미분쇄한 것. 포틀랜드 시멘트와 일정량 혼합해 사용), 플라이애쉬(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석탄재로, 포틀랜드 시멘트에 혼합하면 작업성이 개선되지만, 콘크리트 양생 시간이 다소 길어지는 특징이 있음) 이렇게 3가지가 시멘트로 분류된다”며 “통상적으로 이 3가지를 배합한다”고 말했다.

김봉현 씨는 “예를 들어, 약 240㎏f/㎠ 강도로 배합한다고 가정하면, 포틀랜드 시멘트 60% 이상, 고로슬래그 미분말은 22% 이하, 플라이애쉬 18% 이하로 섞어야지만 정상적인 품질로 간주가 된다”면서 “하지만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비싼 단가가 들어가는 일반적인 시멘트 비율을 60% 이하로 떨어뜨리고 싼 플라이애쉬(석탄재) 비율을 높이면서 레미콘을 만들다 보니까 거기서 불량 콘크리트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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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봉현 씨는 “간혹 골재가 품귀 현상이 일어날 때 정상적인 골재가 아닌 모래나 자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표적인 게 모래 같은 경우는 정상적인 모래가 아니라 일반 흙을 사용한다든가, 해사(바닷모래)는 세척을 잘해줘야 하는데 세척을 불량하게 하고 건조를 제대로 안 하고 염분이 있는 상태로 레미콘을 생산한다든가, 자갈은 일반 돌 깬 걸 사용한다든가 아니면 폐 잡석을 사용해서 발생하는 불량도 나올 수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봉현 씨는 “그 외에는 아무래도 건설사가 ‘갑’이고 레미콘 제조사가 ‘을’이다 보니까 거기서 발생하는 금전적인 요구로 레미콘을 불량하게, 시멘트 비율을 속여서 발생하는 이유가 있을 수가 있다”며 “그러면 레미콘 제조사의 배합 불량은 충분히 현장 노동자가 미리 막을 수 있고 충분히 없앨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품질 관리를 하는 실험실 책임이 크다고 할 수가 있다”고 전했다.

불량 콘크리트 발생 원인의 두 번째로 김봉현 씨는 건설현장 사정(몰배차, 현장조건 이상 등)으로 장시간 타설 시간 지연에 따른 품질 불량에 대해 현장에서 보고 겪는 민감한 사안들을 공개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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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씨는 “레미콘 공장에서 물량을 싣고 현장까지 가면 보통 하절기에는 90분, 동절기에는 약 120분 이내에 타설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장 사정으로 2시간, 3시간씩 대기하면서 타설이 된 경우가 자주 있다”고 밝혔다

김봉현 씨는 “레미콘은 반제품이다 보니, 차량 안에서 (레미콘이) 굳어서 잘 나오지 않고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굳어서 뚝뚝 떨어진다”며 “원래는 (이런 물량은)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하는데 현장 작업자들이 레미콘 차에다가 물을 많이 타서 섞어서 쓰거나 삽으로 부숴서 다시 쓴다”고 지적했다.

김봉현 씨는 “현장에서는 레미콘값이 아까우니까 현장에서 가수(물을 타는 행위)를 해서 억지로 타설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특히 김봉현 씨는 “건설노조 조합원이 근무하는 곳에서는 ‘이거는 불량 레미콘이니까 폐기 처분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면, 현장 관리자가 폐기 처분하게끔 회차시키는 때도 있다”면서 “그러나 건설노조 조합원이 아닌 일반 레미콘 기사들이 그런 요구하면 건설현장에서 무시하거나 아니면 레미콘 기사가 소속된 레미콘 공장한테 전화해서 ‘당신네 소속 레미콘 기사가 이런 얘기를 하는데 한 번만 더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물량 배정을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끊어버리겠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 안 나오게끔 해라’ 이런 식으로 거의 반협박성 발언을 하다 보니까 이런 걸 사실상 레미콘 기사들이 근절시키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김봉현 씨는 ‘몰배차’(단시간 무더기 레미콘 차량 배차)와 그에 따른 문제점도 언급했다.

김봉현 씨는 “레미콘이 보통 한 대가 타설하는데 5분 정도 걸린다면, 5분 간격으로 레미콘 공장에서 건설현장으로 배차해서 보내면 된다”며 “그러나 건설현장에서는 물량이 잠깐이라도 끊기는 것에 민감해서, 레미콘 공장에 ‘당신네 레미콘 차량이 중간중간 몇 번 끊기는데,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면 레미콘 물량 배정을 다 끊겠다’는 식으로 협박해서 레미콘 공장에서는 있는 대로 차 10대, 20대고 30대고 한꺼번에 그냥 건설현장으로 ‘몰배차’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김봉현 씨는 “그러다 보니까 레미콘차량 20~30대가 콘크리트를 치는 속도는 뻔해서, 2~3시간 동안 굳은 불량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공개했다.

김봉현 씨는 “특히 요즘처럼 폭우가 쏟아져도, 비 가림 안전장치 없이 레미콘 물량을 타설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그럴 때 타설 부위를 보면,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시멘트하고 골재가 분리돼서 둥둥 떠다니고 타설할 자리가 푹푹 파여있는데도 그걸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봉현 씨는 “그래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지자체에 고발하면,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는 아주 가끔”이라며 “거의 무시하고 강행한다”고 생생하게 전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김봉현 씨는 그러면서 이런 불량 콘크리트가 계속 사용되는 이유를 증언했다.

김봉현 씨는 “이런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통제 하는 곳은 레미콘 공장이나 건설사에 있는 품질 관리를 하는 실험실”이라면서 “거기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봉현 씨는 “특히 레미콘 실험실은 이윤이 우선이라 같은 레미콘이라고 하더라도 아파트에 들어가는 물량과 일반 소규모 개인 물량은 시멘트 배합비가 다르다”며 “그렇게 이윤을 많이 챙기다 보니까 일반 소규모 현장에는 강도가 안 나오게 배합한 콘크리트가 많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봉현 씨는 “그리고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거의 물량을 정해놓고 배차하다 보니까 품질 관리를 하는 실험용 차량에 대한 시멘트 배합비는 시멘트를 많이 넣어서 아주 강도가 잘 나오게 배합한다”며 “그렇지 않은 차량은 거의 배합비를 조작해서 시멘트량을 줄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전했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김봉현 씨는 “예를 들어, ‘오늘 레미콘을 어느 현장에 50대를 타설한다’고 하면, 사전에 ‘오늘 5대를 품질 관리 실험할 거’라고 미리 얘기한다”며 “그러면 원청인 건설사에서 실험실한테 ‘1번하고 5번, 15번, 25번, 40번 차를 실험해 달라’고 미리 요청하고, 그러면 하청인 레미콘 제조사에서는 그 5대 실험용 차량에 대해서 시멘트량을 정상적으로, 오히려 더 많이 넣어서 강도가 잘 나오게끔 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정상적으로는 무작위로 차량을 뽑아서 실험해야 하는데, 미리 예고한 차량만 실험하다보니 제품에 전혀 하자가 없는 것처럼 나오는 등 형식적인 실험이 되고 있어 불량 콘크리트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공개했다.

김봉현 씨는 “요즘에는 언론에서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해 보도가 나오니까 조심하는 것 같지만, 이전에도 몇 달 지나면 금방 잊혀서 악순환이 계속 반복돼 왔다”며 “이런 부실시공으로 인해서 어떤 하자가 발생이 되면, 소규모 개인 현장 같은 경우는 레미콘 공장에서 금전적으로 피해 금액에 대해서 ‘몇 백만원, 몇 천만원을 우리가 보상할 테니까 그냥 넘어가자’는 식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 씨

김봉현 씨는 “아파트 현장 같은 경우, 불량 레미콘 타설로 골재 분리 현상이 일어나 맨눈으로 봐도 골재가 중간에 빠져서 비어 있는데도 미장으로 덧칠해서 은폐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까 우리 같은 레미콘 노동자가 현장에 가면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저게 언젠가는 분명히 문제가 될 텐데, 다만 현재 사고가 발생 안 했을 뿐이지 언젠가는 안전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봉현 씨는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나 아니면 현장 건설사 관계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안전의식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내가 거주할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안 할 것인데, 그런 인식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봉현 씨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발생 안 되게끔 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 건설노조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김봉현 레미콘 노동자, 한경진 철근 노동자, 검단 안단테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협회 정혜민 회장,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영전략본부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경기건설기능교육원 조재경 전임강사,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 한국건설안전학회 안홍석 학회장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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