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로리더] 부실시공으로 주차장이 붕괴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는 9일 “사고 위치 구간 위에 조성됐을 게 놀이터였다는 생각하면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이’ 아파트로 유명한 GS건설의 행태를 고발했다. 그는 “GS건설에서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게, 현장 출입구부터 안전봉까지 GS 로고가 들어간 게 있으면 현장에서 다 삭제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긴급토톤회를 개최했다.

2023년 4월 29일 밤 11시 30분경 검단신도시 안단테(발주 LH, 시공 GS건설) 현장 2공구 쪽 지하주차장 지하 1ㆍ2층 지붕층이 붕괴 무너져 내렸다. 이 아파트는 1666세대 대단지다. 5월 2일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6월 17일 주민 설명회가 개최되고, 관련 책임자 사과가 있었다. 7월 5일 국토부 사고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사고는 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붕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철근이 없는 즉 닭뼈가 없는 ‘순살 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7월 5일 GS건설은 사과와 함께 안단테 아파트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전면 재시공’ 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 토론회 자리에 검단신도시 안단테 입주예정자로서 증언에 나선 어광득 씨는 “사전점검이라는 절차 말고는 사실 본인이 살게 될 아파트가 어떻게 지어지고 있고, 건설 현장에서 어떤 불법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지금처럼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구조인 것 같다”고 지적하며 입을 열었다.

어광득 씨는 “(사고 발생 전에는 알 수 없는)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건설 현장에서 모든 관리ㆍ감독을 해야 하는 주체들이 지금처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쨌든 제도적 보완책으로서 입주 예정자들이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는 제도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어광득 씨는 “어쨌든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건설사에서 입주민들에게 얘기한 것도 아니었고 기사를 보고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만큼 큰 사고가 났으니까 언론에 알려졌겠지만, 현장에서 경미한 사고, 부실 사고의 대다수가 은폐되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한다”고 전했다.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어광득 씨는 “6월 17일 사고 이후 처음으로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고 경위가 빠르게 주민들한테 설명됐어야 할 부분인데, 사고가 나고 아무런 설명도 없고 공지도 없고, 오히려 입주 예정자들이 답답해서 LH를 찾아가고, 현장을 찾아가 항의해서 겨우 만들어낸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어광득 씨는 “그러다 보니까 GS건설에서 전면 재시공을 얘기하는데도, 아직도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조사나 보상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불안해하고 있는 게 대다수 입주 예정자들의 입장”이라면서 “어쨌든 시공부터 붕괴 사고 후에도 입주 예정자들은 배제된 채로 얘기가 많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어광득 씨는 “입주예정자 협의회 차원에서 운영진들이 현장에 방문을 자주 하고, 어떻게 시공이 돼 가고 있는지 과정들을 점검하고, 건설 노동자들한테도 고생하신다고 안전하게 하자 없이 지어달라고 플래카드도 걸고 많은 행사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예정자 입장에서는 정말 계약 후에 입주 전까지 건설현장에서 아파트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전달되는 정보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건설현장의 불법이나 부조리가 많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없는지, 사고가 나지 않거나, 현장에서 직접 얘기하는 사람이 없으면 전혀 알 수가 없는 구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어광득 씨는 “사실 입주민들도 부실시공과 관련해 우려가 있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공기업이라는 LH가 발주하고, 1군 건설업체라는 GS건설에서 시공하기 때문에 하자 없이 당연히 잘 지어지지 않겠냐’라며 그냥 막연하게 이렇게 기대하고 찾아가서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어광득 씨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인데, 많은 부실시공이나 하자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도 ‘그래도 내가 살 집은 괜찮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기대가 더 컸다”고 털어놓았다.

어광득 씨는 “문제는 사고가 난 뒤”라며 “사고가 나서도 GS건설이나 LH에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면서 “어떤 정보나 내용도 공유되지 않았고, 전혀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GS건설 
GS건설 

어광득 씨는 그러면서 “GS건설에서는 한술 더 떠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게, 현장 출입구부터 안전봉까지 GS 로고가 들어간 게 있으면 현장에서 다 삭제하는 것이었다”고 GS건설의 행태를 고발했다.

어광득 씨는 이번 붕괴 아파트 발주처 LH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어광득 씨는 “LH에서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이 사고에 대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마치 본인들이 직접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관련 책임자들이 그만두거나, 아니면 보직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책임지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어광득 씨는 “(LH는) 사고 경위를 알리는 문자도 입주민들이 찾아가서 면담하고 항의했을 때, 비로소 보냈다”며 “본인들이 시공 안 해서 책임도 없다는 식으로 응대한 것이 입주예정자와 갈등 원인”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어광득 씨는 “사고 조사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고,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책임 있는 사람들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대응 과정을 투명하게 얘기했더라면, 지금처럼 (입주 예정자들이) 화가 나더라도 답답함은 덜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광득 씨는 “(LH는) 항상 응대하면서 ‘시기 논의 중이다, 검토 중이다, 아니면 본인은 책임자가 아니다, 조사 결과가 나와야지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말만 6월 17일 주민 설명회 이후 비슷한 얘기만 계속 하는 중”이라며 “아직까지도 입주 예정자들이 찾아갔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대다수가 이런 내용”이라고 밝혔다.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어광득 씨는 “어쨌든 입주 예정자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붕괴 사고인데도 아직도 보상과 관련해서, 그리고 재시공과 관련해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심지어 ‘현장 감리는 뭐 했냐’고 입주예정자들이 주민설명회 때 항의했는데, LH는 ‘그 감리가 퇴사했다’ 한마디가 전부였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광득 씨는 “아파트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입장은 시공부터 철저하게 소외되고, 아파트가 건축이 제대로 됐는지 알 수도 없고, 검증할 방법도 사실 없는 거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광득 씨는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파트가)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평생을 모은 자산으로 계약하고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이걸 보호할 수 있는 제도도 없고, 감시할 수 있는 기관도 제대로 없다”고 비판했다.

어광득 씨는 “특히나 부실시공 사고가 났을 때, 매뉴얼화된 대응책이나 아무런 체계도 없는 것이 지금 건설업의 현실인 것 같다”며 “사고 이후 매일 참담하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어광득 씨는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더라면 올 12월에 입주 예정이었다”며 “(붕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딸애랑 거기서 항상 놀았을 테고, 입주민들 같은 경우 사고 위치 구간 위에 조성됐을 공간이 놀이터였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어광득 씨는 “무엇보다 가장 비참한 것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관련 책임자인 LH에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약간 방관하듯이, 그리고 민원인으로서 찾아간 입주예정자들을 매몰차게 대응하고, ‘본인 책임도 아닌데 왜 따지냐’ 이런 식으로 응대한다”며 “마치 GS건설에서 모든 시공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응대하는 것이 정말 많이 비참했다”고 고발했다.

어광득 씨는 “어쨌든 평생 모은 돈을 가지고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했던 건데, 마치 우리가 죄를 지은 것처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쳐다보고 응대하는 모습이 아주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어광득 씨는 “다행히 GS건설에서 전면 재시공을 결정해서 이제는 시간을 가지고 기다릴 일만 남았는데, 이마저도 LH 입장에서는 다시 논의하는 과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많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어광득 씨는 “최근에 LH 철근 부실 사태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실제로 LH에서 내놓은 대책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겠다’, 그리고 ‘그냥 철근에 철판에 덧대서 보강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광득 씨는 “아마 저희 단지도 GS건설에서 재시공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비슷하게 대응하지 않았을까 의심한다”며 “그게 입주예정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고 성토했다.

어광득 씨는 “또 공공분양이어서 투기하려고 아파트를 사는 사람도 한 명도 없고, 대다수가 실거주를 목적으로 입주 분양을 받은 것”이라며 “어쨌든 올해 원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어야 할 입주에 맞춰서 본인의 인생 계획을 모두 세워놨다”고 전했다.

어광득 씨는 “(안단테 재시공에) 최소 5년 가까이 걸린다고 직접 설명 들은 것도 아니고 뉴스에서 봤다”며 “그것도 일이 제대로 진척됐을 때 5년인 거고, 7년이 걸릴지 8년이 걸릴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어광득 씨는 “지금 상황에서 하루바삐 이사도 준비해야 하고, 아니면 거기에 맞춰서 다시 인생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여기에 대해 LH와 GS건설에서 아직도 더디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서로 본인들이 가져가야 할 책임에 대해서 특히 LH 같은 경우는 분명 본인들이 부담해야 할 책임져야 할 내용이 있는 건데, 전혀 논의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이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광득 씨는 “이번 사고가 하필이면 왜 우리가 들어가려는 곳에 발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로 잡아야 될 거는 이제 지금이라도 뒤늦게 바로 잡아야 한다”며 “연일 뉴스 나오는 거 보면서 대한민국 건설현장 건설업이 어쩌다 이 시간까지 됐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어광득 씨는 “설계ㆍ시공ㆍ감리 운영 부실에 카르텔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들한테 안전하게 지어진 집,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신뢰를 줄 수 있을 만한 기관이 과연 어디 하나는 남아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조차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윤만 남기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불법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대한민국 건설현장을 국가의 위기로 보고 고쳐나갈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어광득 씨는 그러면서도 “특히나 LH의 현장에서 전체적으로 부실이 드러났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정말 잘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어광득 씨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좀 많이 부끄러웠던 것은 아파트가 빨리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라며 “광주에서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주일에 한 개 층씩, 말도 안 되는 공기로 올라간 게 문제였다는 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는데도 매일 아파트 앞을 지나가면서 층이 얼마나 올라갔나만 봤다”고 고백했다.

어광득 씨는 “이번 일 때문에 저도 많은 자료를 찾아보니 대한민국 건설현장에서 층이 빨리 올라가고 그렇게 빨리 입주할 수 있었던 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공기를 가지고 빨리 지어서 대충 팔려는 건설사들이 있었던 거였다”며 “건설현장에서 관행적으로 눈 감아주기식으로 넘어왔던 일들이 중첩돼서 지금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어광득 씨는 마지막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적정한 공사 기간으로 건설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으면서 현장에서 일해서 제대로 된 집이 지어지면 좋겠다”며 “이번 토론회가 그런 목적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어떤 점들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많은 얘기가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이 자리에는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 건설노조 강한수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김봉현 레미콘 노동자, 한경진 철근 노동자, 검단 안단테 입주예정자 어광득 씨, 입주예정자협회 정혜민 회장,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영전략본부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경기건설기능교육원 조재경 전임강사,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 한국건설안전학회 안홍석 학회장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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