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우리가 새벽밥 먹고 천리나 되는 서울에 올라와 이 추운 날씨에 왜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습니까. 누구 때문입니까. 무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군사용 독가스인 '시안 가스'를 내뿜은 저 나쁜 포스코 때문입니다."
경남 하동군 금성면이장단 서민호 단장은 지난 11월 25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옥외집회에 참석해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인해 환경피해를 입고 있는 하동군민의 피맺힌 목소리를 전하며 이 같이 호소했다.
서민호 단장은 "35년 전까지만 해도 하동은 황금 김 양식장이었다. 그런데 몇 푼되지 않는 보상금을 받고 포스코에 빼앗기다시피 내줘야만 했다"며 "그 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나. 일부는 타지로 이주했고, 남아 있는 주민들 중에는 일용직 근로자나, 그도 아니면 농업에 종사하며 살아왔다"며 포스코로 인해 피폐 해진 하동군민의 삶을 회고했다.
이어 "그 기간 동안 광양제철소가 있는 광양은 인구가 늘어나 시로 승격됐으며, 제철소가 납부하는 세금과 수만여명의 직원들 거주로 인한 경제유발 효과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며 "우리 하동은 어떤가. 직선거리로 2km 남짓 밖에 되지 않는데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 없이 피해만 입고 살아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광양제철소에서) 매일 엄청난 양의 섬진강물을 뽑아가므로 인해 섬진강은 재첩도 살 수 없게 된지 이미 오래다. 이뿐만 아니라 하루 수천대의 대형차량 통행으로 인해 소음과 교통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면서 광양제철소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호소했다.
서민호 단장은 또 "우리나라의 계절상 북서풍이 연간 6개월 이상 불고 있다. 그 북서풍의 방향이 광양제철소에서 하동 방향이다"며 "그 바람에 실려오는 것은 쇳가루, 탄가루, 악취 등 온갖 유해물질들로, 집집마다 옥상에, 창가에 쾌쾌히 쌓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지금도 아무 집이나 옥상에 올라가서 자석을 대면 쇳가루가 시꺼멓게 묻어나온다. 밖에 빨래를 늘수 없고,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주민들은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제나저네나하며 30년을 넘게 살아왔다"며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릴레이 1인) 시위를 통한 피해 조사 요구에 포스코는 일절 응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들리는 얘기로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증하라고 한다. 이게 세계 1등기업 포스코가 할 소리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업은 법적인 책임 외에도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피해를 호소하면 귀 기울이고 돌아봐야 한다"며 "연매출 수십조원의 세계초일류기업이라고 자랑하는 포스코가 몇십억원의 정제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군사용 독가스를 내뿜어 놓고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게 세계일류기업이냐"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끝으로 "우리는 과거 서슬퍼렀던 군사정권 시절에 고소도로를 점거하고 시위 도중 주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생길 정도로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바쳐 투쟁했었다"며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긴 싸움은 시작됐다. 끝까지 투쟁해 저 무도한 포스코를, 그리고 담당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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