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중소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펀드 100%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해온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을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대책위원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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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은 피해자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도 않고, 집회ㆍ시위마저 문제 삼아 금지하려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피해고객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최소한의 항의마저 기업은행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발끈했다.

중소기업은행은 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을 특정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의환 상황실장은 대책위원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집회를 이끌고 있는데, 기업은행이 이의환 실장을 지목한 것은 사실상 대책위원회의 대외활동에 제약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 신청 1차 심문기일은 11월 24일 16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개최된다.

이의환 상황실장이 기업은행과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규탄하고 있다. 
이의환 상황실장이 기업은행과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규탄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위원회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제3자 누구라도 동일한 행위를 금지하도록 신청했으므로, 이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대책위 누구라도 집회 시위에 심각한 제약을 당하게 되고, 기업은행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제한된 표현만 가능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은행은 지난 1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을 상대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중소기업은행은 신청서에서 “채무자(대책위원회)가 무조건 투자원금 100%를 즉각 보상할 것을 요구하며 기업은행 본점 근처인 IBK파이낸스타워 앞에서 ‘근조 IBK 기업은행’이라는 플래카드를 개시하고 장송곡 등을 재생하며 장례식을 재현하는 등의 시위를 하거나, 기업은행 임직원의 파면을 요구하는 문구 및 임직원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게시하거나 ‘사기은행 기업은행’이라는 피켓 등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등으로 기업은행의 신용과 명예 및 임직원의 초상권을 훼손함으로써 업무를 방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과 함께 요구하는 판넬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가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과 함께 요구하는 판넬

중소기업은행은 “환매 중단 펀드 투자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과 및 법원의 판단 없이 일방적으로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는 경우 오히려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대책위원회의 불법적인 집회 및 시위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매주 2회씩 지속돼 왔으며, 기업은행 본점 건물 앞에 관을 가져다 놓고 가발, 신발까지 착용시킨 마네킹을 위에 올려둔 후 향을 피우고 상주복 또는 소복을 입은 시위자가 ‘기업은행 너희들은 살인자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기재된 플래카드를 드는 방법으로 장례식을 형상화한 시위를 함으로써 기업은행 임직원 및 방문객 등에게 혐오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등으로 기업은행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10일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집회 당시 기업은행 측이 문제 삼는 장례식을 형상화한 마네킹이 보인다.

또 “대책위는 ‘사기치고 배신하고 기업은행’, ‘국책사기집단 기업은행’, ‘복지부동 낙하산 윤종원 기업은행장 더 이상 믿을 수 없다’와 같이 기업은행을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 ‘사기판매 행위 인정하고 계약무효 선언하라’는 내용의 현수막 등을 게시해 기업은행의 신용과 사회적 명예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본점 주변에 내걸린 플래카드

기업은행은 “대책위는 단순히 장례식을 형상화한 시위를 하거나 기업은행 및 임직원을 비방하는 유인물 등을 게시, 배포할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 본점 건물 및 IBK파이낸스타워가 접해있는 기업은행 사거리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기업은행과 임직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본점 주변에 내걸린 플래카드

발언은 “쓰레기집단 기업은행, 사기집단 기업은행”, “국가적 손실과 국고를 유출하고 고객에게 정신적ㆍ금전적 피해를 준 기업은행은 석고대죄하라”, “기업은행 수십 년을 믿고 거래했는데, 사기만 쳤다네”, “사기집단 공기업, 죽은 치매 노인 돈 빼갔어. 나쁜 놈들 윤종원 은행장 당장 100% 내라. 나쁜 놈들”, “기업은행을 구속하라”는 등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10일 기업은행 본점 앞 집회 모습

중소기업은행은 “대책위는 기업은행 본점 및 IBK파이낸스타워 인근에서 장례식을 형상화하고 흉기를 진열하고, 기업은행 및 임직원 등을 향한 낯뜨거운 비방적 표현과 임직원의 얼굴사진까지 포함된 유인물을 서슴없이 게시하고, 확성기를 이용해 고성을 내지르는 등 수인한도를 넘어선 중대 명백한 불법행위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은행은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취지에서 “기업은행 본점 정문, IBK파이낸스타워 정문으로부터 각 100미터 이내에서 관(棺)이나 근조(謹弔)기 기타 사자(死者)를 형상화한 물건 및 소복, 상복, 금줄 등을 배치해 장례(葬禮)로 인식될 수 있는 행위를 하거나, 음향증폭장치를 이용해 장속곡 등 음악을 틀거나, 톱이나 야구방망이 등 흉기를 진열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하게 해서된 안 된다”는 금지 내용을 담았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는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대책위 제공)<br>

그리고 “채무자(이의환)가 이를 위반할 경우 각 위반행위 1회당 500만원을 채권자(중소기업은행)에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강력 반발

하지만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위원장 최창석)의 입장은 다르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br>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

대책위원회는 2020년 3월 27일 결성된 이후 175회 이상 디스커버리펀드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 및 시위를 기업은행 본점 및 IBK파이낸스타워 전국의 각 지점을 순회하면서 개최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코로나 방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1인 또는 9인 이내로 개최했으며, 최근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기 이전에는 법을 지켜가면서 1인 시위 형태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발언하는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최창석 위원장<br>
발언하는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최창석 위원장

대책위원회는 “2019년 4월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 이후 기업은행은 피해자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도 않고, 집회ㆍ시위마저 문제 삼아 금지하려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피해고객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최소한의 항의마저 기업은행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

대책위는 “특히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구제 노력은 일체 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권리인 집회와 1인 시위 등 최소한의 항변마저 억누르려는 책동은 공기업의 위상과 체면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그동안 본점 앞 집회 시위를 진행하며, 기업은행이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치졸하고 적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br>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집회에 참석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은 가처분 신청에서 임직원(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게시해 기업은행의 신용과 명예 및 기업은행 임직원(윤종원)의 초상권을 침해함으로써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또한 대책위 주장의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 주장과 표현(심지어 하지도 않은 표현도 포함)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대책위가 업무방해와 기업은행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대책위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외 기업은행 임직원의 사진을 게시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기업은행 주장 중 “쓰레기 집단”이라는 표현은, 대책위원회에에서 사용하지 않은 용어라는 것이다.

가두시위 행진을 하는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
가두시위 행진을 하는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

대책위는 “기업은행은 상복을 입고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임직원의 어린이집 자녀들이 거칠고 공격적인 비방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면서 그로 인해 정서적 불안과 우울을 겪을 추상적 위험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상복을 입고 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가 어린이들에게 거칠고 공격적인 비방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고 하지만, 대책위가 1인 시위를 하면서 단 한 차례도 어린이집 원생들을 맞닥뜨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이 11월 10일 기업은행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br>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이 11월 10일 기업은행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대책위원회는 “헌법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치지 않고, 일반적인 사회생활 질서의 범위 안에 있고,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에는 집회 시위 및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다”며 “대책위의 투쟁과 집회 시위는 기업은행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고 피해 원금반환 요구를 주장하기 위한 효과적인 표현수단을 동원해 법률상 소음규정과 표현방법을 준수하면서 평화적 설득의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자회견 진행하는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br>
기자회견 진행하는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이의환 상황실장

대책위는 그러면서 “기업은행은 억울한 피해자들의 입과 발을 묶고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기도를 멈춰라”며 “가처분으로 비용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당장 모든 피해자에게 원금을 100% 반환하라.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이 11월 10일 기업은행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br>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고객들이 11월 10일 기업은행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대책위원회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대형로펌에 의뢰했고, 담당변호사 4명이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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