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로리더] 삼성전자에서 판매한 가전 등 전자제품의 수리를 담당하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중 73.59%가 육체적으로, 84.23%가 정신적으로 지친다고 답변했다는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서가 4일 발표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ㆍ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함께 진행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안전보건실태를 조사한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실태를 조사하면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몸을 기준으로 하는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평가했다.

유청희 상임활동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지난해(2023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894명을 대상(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전체 9670명)으로 작업환경, 노동강도 및 건강 실태, 근골격계 통증, 직무 스트레스, 수면장애와 우울, 감정노동 및 고객/직장 폭력 경험, 개선과제 등으로 나눠 연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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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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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작업환경상 응답자의 55.05%가 근무시간 내내 또는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반복 손/팔동작을 계속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통증을 주는 자세는 42.76%가 내내 또는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계속한다고 답했다.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밀거나, 이동시키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2.72%가 근무시간 내내 또는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그렇다고 답했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들은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84.23%)가 육체적으로 지치는 경우(73.59%)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다. 노동 강도에 대한 의견 역시 83.37%가 “노동 강도가 강하다” 또는 “다소 강하지만 견딜 만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정신적 지침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은 놀랍지 않으면서도 놀랍다”며 “노동자들이 상당히 지친 상태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들은 노동 강도를 강화하는 요인 1순위로 과도한 업무량(32.13%)과 고과평가(26.04%)를 꼽았고, 2순위로는 고객의 부당한 요구(22.27%)와 부족한 인력(21.29%) 등으로 응답했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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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압박을 느낀다는 응답은 “그렇다(53.42%)”와 “매우 그렇다(33.13%)”를 합쳐 86.55%로 높게 나타났다. 성과 압박에 ‘내 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58.53%였다.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자기 건강이 안 좋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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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7.65%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나쁨’ 또는 ‘매우 나쁨’으로 응답했다. 반면 ‘매우 좋음’ 또는 ‘좋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3.44%에 불과해 2020년 근로환경조사 전체 임금근로자 72%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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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아프더라도 잘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아플 때도 출근해서 일했는지를 나타내는 ‘프리젠티즘’ 비율도 78.73%로 높았다”며 “아플 때마다 매번 쉬는 것은 어렵더라도 치료를 받은 뒤 복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산업재해와도 연결이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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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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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희 상임활동가는 “그런데 사고나 질병에 대해서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 회사 제도를 이용했다”며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는 응답이 매우 낮았다”고 밝혔다.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증상이 미약해서’라는 응답도 있었지만, ‘일하기 바빠서’ 또는 ‘산재 처리절차가 어려워서’가 뒤를 이었다”며 “산재 신청에 대한 교육이 미흡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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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안전보건교육이 잘 이뤄져 도움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7.82%로 높게 나왔다”며 “노조가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서비스는 안전보건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업무 중에 영상을 틀어놓기만 하거나, 개인의 업무ㆍ업종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교육하는 등 한계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근골격계 질환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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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지난 1년간 발/발목을 제외한 모든 부위(목, 어깨, 팔/팔꿈치, 손가락, 허리, 무릎/다리)에서 통증이 있었다는 응답이 없었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어깨(84.39%), 허리(84.30%), 목(82.08%)에서 증상 보유자가 높았다.

직무 스트레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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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직무 스트레스 평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2년 12월 ‘직무스트레스요인 측정 지침’ 중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 KOSS 단축형(KOSS-SF1)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직무 스트레스 평가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직무요구 항목 기준 남성 평균 68.1점, 여성 평균 66.9%로 상위 25% 고위험군에 해당했다. 관계갈등 항목에서도 남성 37.2점, 여성 38.9점이 나와 잠재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와 우울증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수면장애는 전국 임금근로자 평균에 비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울증 역시 46.37%의 노동자들에게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자살 관련 응답도 비율로 보면 많지는 않지만, ‘일반인구’에 비하면 위험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인구’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1년도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의 1년 유병률을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다.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감정노동 평가지수 산출에서도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노동자들이 계속 고객을 응대하면서 감정을 조절하고, 감추고, 고객에게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주의’군에 해당했다”며 “특히 여성 직원의 경우 ‘고객의 정신적 성적 폭력’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개선과제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자료=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노동자들에게 현장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물어보자 ‘노동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노사관계 구축’, ‘고과제도 개선 또는 폐지’, ‘인력 충원’이 1순위로 꼽혔다”며 “그 외에도 ‘근무시간 단축’, ‘휴가 확대’, ‘부당한 고객 요구에 대한 회사의 보호 조치’ 등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노동자들은 회사에게 ‘고과 제도 개선’, ‘건당 수당제 폐지’, ‘고객의 부당한 요구로부터 노동자 적극 보호’ 등을 요구했고, 노동조합에는 ‘조합원 의견 적극 수렴 및 조합원과 적극 소통’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장에 참석한 삼성전자서비스 13년차 가전수리 직원은 “우리는 현재 가전제품의 대형화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전 수리에는 기본적으로 혼자 다니고 있는데, (가전의 크기가 커졌음에도) 여전히 한 가구당 이동시간 포함 60분만에 수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에는 제품이 커지면서 혼자서 가전을 올리거나 내리기도 힘들어 여러 장비를 들고 가야 하는데, 장비도 혼자 들어야 한다”며 “회사가 수리 시간을 조금 늘려주고 상시 2인 1조로 일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가장 큰 바램”이라고 보탰다.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이날 발표회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판매지회, 삼성SDI울산지회 등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 성상민 활동가, 반올림 이종란ㆍ이상수 상임활동가가 발표자로 나섰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삼성 뉴스룸을 통해 “특정 시점에 일부 응답자의 답변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했다”며 “삼성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며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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