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가 발표하고 있다.

[로리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의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합의 이후 화학물질에 노출됐던 환경 등 개선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반올림은 위험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는 경향이 앞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특히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일반인들이 몰랐던 ‘삼성옴부즈만위원회’ 설치 등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 시킨 삼성전자의 대책에 대해 호평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3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ㆍ반올림과 함께 진행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의 노동안전보건실태에 대해 발표한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고(故) 황유미 씨의 백혈병으로 인해 촉발된 반올림과 삼성전자 간의 다툼과 합의, 그리고 그 의의에 대해 짧게 평가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는 직업병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며 “실제로 반올림과 굉장히 오랫동안 사회적 다툼이 있었고, 2018년도에 반올림과 삼성의 합의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는 사실 작업환경 개선이 굉장히 많이 이뤄진 회사”라며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합의 이후에 삼성옴부즈만위원회라는 작업환경 개선 대책을 수행하는 기관이 생겼고, 여기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조치들도 이뤄졌다”고 높이 평가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특히 화학물질 위험 관련해서 효과를 냈다”면서도 “반면 반도체칩 사업장 같은 경우 설비 자동화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이뤄지면서 그간 반도체 직업병의 가장 큰 위험 직군이었던 여성 오퍼레이터들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위험 직군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반도체 생산에서 위험에 노출돼 직업병에 걸리는 직군이 줄어들어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게 된 것”이라며 “자동화가 의미하는 것은, 공정 내 화학물질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비를 완전히 차폐시킨다는 뜻”이라고 해설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그런 점에서 24시간 내내 화학물질에 노출되던 환경이 일부 개선된 것도 사실이고, 작업 환경도 개선된 측면이 있다”면서 “그래서 안전해졌냐는 질문이 이번 연구 과제의 핵심 배경”이라고 밝혔다.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반올림은 위험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이것은 위험이 외주화되고 있는 경향이 앞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며 “그동안 삼성의 직업병은 주로 직업성 암과 희귀질환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건강 실태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설문조사 대상은 원래 1000명 이상이었으나 데이터의 엄정성을 고려해 스크리닝하고 남은 761명에 대한 설문조사 작업과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삼성전자는 사업장별로 거의 다른 회사라고 할 만큼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고, 직군도 굉장히 다양해 사업장별, 직군별, 성별 분석을 진행했다”고 전제했다.

[화학물질 사용 실태 및 관련 질환]

(자료=반올림)
(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의 노동자 중 직군과 직무에 따라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이들이 상당하다”며 “‘화학물질 노출군’ 중 항상 생산 현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33.1%였다. 항상 생산 현장에 근무하지는 않지만 출입은 한다는 노동자를 포함하면 63.3%, 생산 현장에 근무하지도 않고, 출입하지도 않으며 화학물질 냄새를 맡아본 적도 없다는 비율은 36.7%였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학물질 노출군은 제조 생산직군(82.05), 설비 유지보수 직군(95.4%)에서 가장 높았고, 연구개발직군(개발직군 49.8%, 기술/품질직군 58.8%)이 뒤를 이었다. 사업장 기준으로는 평택사업장(89.2%), 광주사업장(89.1%)에서 화학물질 노출군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천안ㆍ온양사업장(78.0%), 기흥사업장(76.5%), 구미사업장(71.5%), 화성사업장(56.6%), 수원사업장(30.2%)이 이었다. 연령, 직급이 낮을수록 화학물질 노출군의 비율이 높았다.

[작업환경: 유해위험요인 노출]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 노동자는 아프다”면서 “이것은 임금 노동자 평균과 삼성전자 노동자들을 비교한 데이터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자료=반올림)
2020년 임금근로자(제6차 근로환경조사)와 근골격계 유증상자 비교(자료=반올림)
삼성전자 제조 생산직군 노동자의 부위별 근골격계 증상 진단(NIOSH 기준)(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근골격계 질환에서 삼성전자 제조 생산직군이 2020년 제6차 근로환경조사 임금근로자 기준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를 보여준다”면서 “삼성전자 노동자 중에서도 위험군인 제조 생산직군의 경우 86.8%로 더욱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의 노동강도 위험직군인 제조 생산직군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인간공학적 작업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적정인력 충원 등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면장애 비교(2020년 임금근로자, 제 6차 근로환경조사)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수면장애 문제에서도 2020년 임금노동자 평균값보다 심각했다”며 “특히 제조 생산직군에서 조금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일반인구와 비교한 삼성전자 노동자의 우울증세 유병율(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우울증세 유병률도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고, 여기서는 삼성전자 전체보다 지원 사무직군이 조금 더 위험한 직군으로 꼽혔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간 삼성전자 노동자의 자살 관련 응답(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자살 관련 응답에선 일반인구와 비교했을 때 충격적이었다”면서 “일반인구에 비해 삼성전자 노동자의 자살 위험이 10배 이상이었으며 지원 사무직군의 경우 20배도 넘을 정도로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2020년 임금근로자의 유해위험요인 노출군 비교
삼성전자 주요 직군과 2020년 임금근로자의 유해위험요인 노출군 비교(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심한 소음/수공구, 기계 등의 진동/피로, 통증 자세 등에서는 삼성전자 노출군이 심하고, 중량물 취급 업무/손, 팔의 반복 동작에서는 좀 덜했다”면서 “삼성전자 제조생산직군과 설비 유지보수직군에서 유해위험요인 노출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노동강도에 대한 의견(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 설문 응답자 중 노동강도가 견딜 만하다고 느끼든, 느끼지 않든 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0.3%로 과반이 넘는다”며 “특히 직군별로 보면, 제조생산직 또는 설비 유지보수 직군에서, 사업장별로는 기흥과 광주사업장에서 노동강도가 높다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고 해설했다.

업무 후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육체적으로 지친다고 답변한 사람도 제조생산직에서 과반으로 나타났고, 정신적으로 지친다는 비율은 연구개발직에서 가장 높았다”며 “사업장별로도 연구개발직이 많은 화성과 수원사업장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성과 압박(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는 비율은 3분의 2로 높게 나타났다”며 “성과 압박 때문에 내가 원래 작업하는 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답한 사람도 60% 가까이 나타나 성과 압박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직군별로는 성과 압박을 가장 많이 느끼는 곳은 연구개발직과 마케팅이 높게 나타났고, 성과 압박으로 작업 속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연구개발직과 마케팅, 생산직 등에서 고르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프리젠티즘: 아프지만 출근하기]

프리젠티즘 비율(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전체적으로 아파도 쉴 수 없는 프리젠티즘 비율이 굉장히 높다”면서 “대표적으로 자신이 쉬면 동료가 더 일을 많이 해야 하고, 노동강도가 강해지기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듯, 굉장히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진단 및 치료받은 질병 비교(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아파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인데,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받지 못 하는 수가 컸다”며 “주로 제조생산직, 설비 유지보수직군, 연구개발직에서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당연히 이런 상황이다보니 ‘나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높았다”고 꼬집었다.

2020년 임금근로자(제6차 근로환경조사)와 삼성전자 노동자의 건강 인식 비교(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스스로의 건강이 좋다 또는 매우 좋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삼성전자 평균 25.9%로 임금노동자 평균이 72%인 것에 비하면 굉장히 적게 나오고, 제조생산직군과 설비 유지보수직군에서는 더 낮게 나타났다”며 “따라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아픈 뒤에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삼성전자 2023년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자료=삼성전자)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는 정신질환과 관련해서 사내 심리상담센터와 ‘마음건강클리닉’, ‘온라인 상담채널 운영’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과연 이것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근골격계 질환 관련해서는 ‘근골격계 질환 에방 운동 센터’를 한다는 것은 정신질환 대책과 유사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인간공학 라인 인증제’를 적용해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자세를 개선할 수 있도록 라인을 고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인간공학 라인 인증제’는 괜찮은 제도이지만, 과연 얼마나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해당 제도를 면접 조사에서 거론한 응답자는 없었고,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비율을 볼 때 이제 막 시작한 제도로 아직 제대로 확립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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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도 강화 요인 제조생산직군 및 설비 유지보수직군 응답(자료=반올림)
노동강도 강화 요인 제조생산직군 및 설비 유지보수직군 응답(자료=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실제 노동자들이 답변한 ‘노동강도 강화 요인’은 고과평가,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인력 등이 꼽혔다”며 “제조생산직군과 설비 유지보수직군에서는 부족한 인력이 더 큰 요인으로 꼽히는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개선과제]

개선과제
개선과제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 노동자들은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고과제도 개선 또는 폐지를 들었고, 인력 충원과 휴가 확대 및 근무시간 단축 등 노동시간과 관련한 의제를 선정했다”면서 “그러나 1순위로는 노동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노사관계 구축을 꼽아 ‘회사 맘대로 하지 말라’며 ‘노동자들과 상의해 우리의 의견을 반영해서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고과제도를 무기로 해서 회사가 노동강도를 압박하고, 성과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노동자들이 저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적정인력을 충원해 노동강도를 완화하지 않으면 저 앞에 있었던 수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며 “고과제도 개선에 있어서는, 출산ㆍ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산재를 신청하거나 병가만 써도 징벌적 하위 고과를 줘서 산업재해 은폐 문제를 만들고 있는 핵심 이유가 고과제도의 존재로 드러났다”고 정리했다.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화학물질 유해성 관리 문제에 있어서는, 화학물질 이슈가 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에서 나왔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에서 화학물질 관리 대책은 삼성옴부즈만위원회와 같이 의미 있는 대책이 꽤 많이 나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그러나 사용을 못 하게 하는 중대 유해물질이 10개에서 22개까지 늘어나는 등 성과가 반도체 부분에만 적용되고 있다”면서 “이것을 전자산업 전체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최신 반도체 공장은 예외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만큼 설비 자동화 덕분에 안전해졌다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들만 반도체 공장인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반도체 회사가 있으며, 반도체는 일부일 뿐, 전자산업은 훨씬 폭넓게 존재하고 있고, 전자산업 전반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또 예를 들면, 휴대폰 사업장에서 도장 공정은 위험한 공정인데 지금 구미 사업장이 아닌 협력업체로 넘어가 있고, 설비 부품을 세정하는 작업도 외주화되는 등 제일 위험한 공정들이 외주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칩 공정이 자동화로 인해 가장 안전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고 황유미 씨가 근무했던 노후화된 공장 라인은 지금 LED를 만든느데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에서도 LED를 생산하고 있는데, 여전히 노후화된 라인이 쓰이고 있고, 이런 곳은 자동화가 덜 돼 있어서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반올림이 그동안 활동하면서 노조가 없었던 것이 굉장히 아쉬웠고, 노조 없이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가 오래 있었다”며 “이제는 삼성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속초에서 열린 고 황유미씨 17주기 추모제에 다녀오면서 영정 앞에 이번 보고서를 두고 오면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계속 함께하겠다고 다짐하고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이날 발표회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판매지회, 삼성SDI울산지회 등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 성상민 활동가, 반올림 이종란ㆍ이상수 상임활동가가 발표자로 나섰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삼성 뉴스룸을 통해 “특정 시점에 일부 응답자의 답변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했다”며 “삼성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며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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