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로리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은 4일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고과 제도, 고농도 화학물질 노출 문제 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 직원들은 고과 제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을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울증 및 수면 문제 등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ㆍ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함께 진행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주최 측은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자들의 건강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수면장애 비율은 72%, 삼성전자판매 68%, 삼성SDI 77%, 삼성전자 65%로 2020년 기준 임금노동자 평균인 15%보다 최대 5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 수준도 심각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유증상자 비율은 93.1%, 삼성전자 판매 92.5%, 삼성SDI 75%, 삼성전자 81.4%로 2020년 기준 임금노동자 평균의 두 배를 넘겼다”면서도 “아프지만 출근해서 일하는 ‘프리젠티즘’ 비율도 삼성전자서비스 76.7%, 삼성전자판매 77.7%, 삼성SDI 64.5%, 삼성전자 52.8%로 높았다”고 밝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은 “삼성전자의 직원들은 고과 제도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을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울증 및 수면 문제 등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한기박 국장은 “개인의 고과가 임금이나 승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상위 고과를 받아야 하는 체계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경쟁에 몰입하게 되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부당대우, 잘못된 지시, 과도한 노동 등 부당한 조직 관행에 따르게 된다”며 “직원들은 고과를 받기 위해 무리한 일정과 업무량을 감당하고 있고,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출근하며 업무에 휘둘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기박 국장은 “또한, 하위 고과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징벌적 조치이며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한기박 국장은 “현 고과 제도를 대외적으로는 절대평가로 홍보했지만, 사내에서 부서장들조차 상대평가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작년부터는 인사팀에서 각 팀장들에게 하위 고과 배정에 대해 무언의 압박을 한 것을 노조에서 파악했고, 부서장들은 고과 면담 시 인사팀에서 할당했다며 하위 고과를 준 것으로 확인했다”며 “문제는 기준이 객관적이고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기박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은 세 가지 사례를 들어 삼성전자의 노동안전보건실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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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한기박 국장은 “연 3회 진행하는 면담에서는 매번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는 부서장의 피드백을 받았지만, 최종 고과는 하위로 받게 돼 노동조합에 제보한 사례”라며 “제보자는 1년 동안 진행한 업무 결과와 근거 자료를 꼼꼼히 준비해뒀고, 이 자료를 가지고 노조에서도 계속 문제를 제기해 고과 제도 이의 신청을 통해 하위 고과에서 구제됐다”고 설명했다.

한기박 국장은 “삼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과 제도는 전혀 객관성이 없이 부서장의 사적인 판단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라며 “모든 업무는 고과만을 목표로 고과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업무가 우선 진행돼 삼성전자 내 업무의 효율성은 상당히 후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기박 국장은 “이처럼 투명하지 못한 고과제도는 결국 고과를 잘 받기 위해 업무 능률보다는 고과권자의 만족이 우선된다”며 “이로 인해 동료를 견제해야 하기에 동료 간, 부서 간 협업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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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한기박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회사가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공익 제보가 있었다”며 “그 사건으로 인해 그룹장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새로 부임한 그룹장은 내부 고발자를 색출하기 시작했으며, 사업장 내 10만 평이나 되는 사업장에서 하루 만에 바퀴벌레 서식지를 찾으라는 부당한 업무 지시, 보복성 감사를 받게 하는 등 심각한 정신적인 고통을 받게 해 6개월간의 병가 후 복직했다”고 설명했다.

한기박 국장은 “특별한 사유 없이 병결로 인해, 노조에 가입했다고, 하위 고과를 배정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하위 고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고, 회사에 제출된 고과권자의 내용 중 거짓이 확인돼 사측에 사실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기박 국장은 “현재 고과 체계는 평가자가 주관적으로 부당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런 고과 문제로 인해 산재 신청은 물론, 아파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는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아프고 다쳐서 쉬게 되면 징계성 하위 고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니 치료비는 고사하고 치료받을 시간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삼성전자 직원들 고충 “10만평 사업장서 바퀴벌레 찾으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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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2007년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17주기를 추모했다.
이상수 반올림 상임활동가가 2007년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17주기를 추모했다.

한기박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은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의 화학물질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자신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유해한지 모르고 있다”며 “영업 비밀이라는 변명으로 어떤 화학물질인지 감추고 있는가 하면, 안전보건교육 또한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기박 국장은 “여름마다 실내 온도가 39℃인 곳에서 일하는 사업장이 있다”며 “국내 1위 기업, 글로벌기업이라고 부르지만, 직원들은 이런 대우를 받으며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

한기박 국장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노동안전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직원들로 구성돼 회사가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노조는 이번 보고회를 삼성전자의 고과 제도에 대한 문제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보고하며, 노조가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기박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한기박 노동안전법률인권국장은 ‘삼성전자 3무(無)삼성 운동 구호’를 외쳤다.

“아프지 말자! 죽지 말자! 다치지 말자!”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보고 발표회

이날 발표회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판매지회, 삼성SDI울산지회 등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유청희 상임활동가, 성상민 활동가, 반올림 이종란ㆍ이상수 상임활동가가 발표자로 나섰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삼성 뉴스룸을 통해 “특정 시점에 일부 응답자의 답변을 사실인 것처럼 과장했다”며 “삼성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며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안전한 사업장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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