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삼성LCD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는 “삼성을 위해 일하다 아픈 것이었는데, 개인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치료비와 생계비로 정말 힘든 지경이었다”며 “더 많이 피해자들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하는 우원식 국회의원과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님
기자회견하는 우원식 국회의원과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님

한혜경씨는 생리가 중단되는 등 건강 이상 문제로 퇴사한 후 뇌종양이 자라는 것을 발견해 급히 수술로 목숨은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시력, 보행, 언어장애를 겪고 있다.

어머니는 “혜경이는 2009년 산재 신청을 했는데, 6번의 불승인 끝에 2019년 인정됐다. 10년 만에 대법원 판례 영향으로 근로복지공단도 혜경이의 산재를 끝내는 인정해 줬다”며 “공단에서 산재노동자 가족들을 대하는 차디찬 태도에 서러운 눈물로 많이 흘렸다”고 털어놨다.

우원식 의원과 반올림 기자회견
우원식 의원과 반올림 기자회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10월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산업재해 선보장을 통한 산재 국가책임제 실현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우원식 의원과 반올림 및 산업재해(산재) 피해노동자들이 함께 준비해 발의한 이른바 산재 국가책임제 실현을 골자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발의 취지 및 주요 내용을 공개하고, 역학조사 장기화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가족들의 법률 개정 필요성을 호소하는 자리다.

이번에 추진되는 산재국가책임제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백혈병, 유방암, 파킨슨병, 희귀 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산업재해 신청 환자가 발생해도 취급물질이나 작업방식이 소위 영업비밀에 해당해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을 사후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됐다.

특히 2017년 대법원이 엄격한 과학적 입증이 아니더라도 사회규범적 인과관계로 산업재해 인정한 법리와는 달리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백혈병, 유방암, 파킨슨병, 희귀 질환 등에 대해 산재 신청을 할 경우 대부분 역학조사 기관에 의뢰해 의학적ㆍ자연과학적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관행을 유지하면서, 현재 역학조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1년에서 최대 4년 이상 소요되고, 작년까지 최근 5년간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사망한 산재 피해 노동자가 11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에는 △산재환자 진료한 의료인도 산재 신고 가능 △산재 인정기준 명문화해 유불리 혼재 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판단 △역학조사 방법, 절차, 기간 등 법정화 △역학조사 법적기간 초과 시 산업재해 선(先) 보상제도 도입 등의 산업재해보상체계의 기본원리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개선안이 포함됐다.

선보장의 경우, 국가 책임하에 근로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재정을 마련해 우선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해 산재 피해 근로자에게 후정산 등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님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님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LCD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가 피해자 증언에 나섰다.

다음은 증언 전문이다.

저는 한혜경 엄마 김시녀입니다. 우리 딸 혜경이는 열아홉에 삼성LCD 기흥사업장에 들어가 고온 납땜 업무를 하다가 생리가 중단되었고, 건강 이상 문제로 퇴사한 후 걸음걸이가 이상해 봤더니 소뇌부에 뇌종양이 자라 있었습니다.

급히 수술로 목숨을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시력, 보행, 언어장애를 얻었습니다.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해 하늘에 감사하지만, 장애인이 되어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혜경이는 2009년에 산재신청을 했는데, 6번의 불승인 끝에 2019년 인정되었습니다. 10년 만에 대법원 판례 영향으로 근로복지공단도 우리 혜경이의 산재를 끝내는 인정해 준 것입니다.

왜 진작에 공단에서는 그러한 기준을 만들어 쉽게 인정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인지, 공단에서 산재노동자 가족들을 대하는 차디찬 태도에 서러운 눈물도 지난날 많이 흘렸습니다.

저는 반올림에서 앞서 산재인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이 늦장 행정과 불승인 처분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지금은 우리도 산재 인정으로 매달 장해연금이 지급되어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재 인정 받기 전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수급자로 살다가 부당하게 수급권이 박탈되기도 했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 동안 남들 먹는 특식도 한번 제대로 먹지 못하는 서러움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삼성을 위해 일하다 아픈 것이었는데, 개인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치료비와 생계비로 정말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산재 인정이라는 것은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너무도 소중한 것입니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보험입니다.

경제적 고통을 줄여주도록 신속하게 그리고 더 많은 피해자들이 산재가 인정되도록 해야 합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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