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

[로리더]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는 21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답변은 과거의 판결보다 심각하다”며 “국회는 자격 없는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 참여연대ㆍ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ㆍ한국여성단체연합ㆍ한국여성의전화ㆍ한국진보연대는 국회 앞에서 “대법원장 자격 없다, 국회는 이균용 임명동의안 부결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언에 나선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는 “이균용 판사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후 과거에 그가 한 판결들이 쏟아지듯 공개됐고 그 판결들은 그의 관점이 어디에 근거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나름대로 정의에 합당한 결론을 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하며 입을 열었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균용 후보자의 과거 판결에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여성 회원은 총회 구성원 자격이 없다’는 판결은 누구에게 최선이었느냐, ‘살려달라’는 말만으로 경찰이 위급한 상황인지 판단하기 부족했다는 판결은, 그래서 국가가 책임이 없다는 판결은 누구에게 최선이었느냐”며 “개화 교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20대의 비교적 젊은 청년이기에 한 감형은 누구에게 최선이었느냐”고 따졌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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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희 상임대표는 “100번 양보해 어쩌면 그것은 관행이나 여전히 강제가 아닌 기준에 불과한 양형 기준에 부합하는 데는 최선이었을 수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는 대법원장 후보이며 대법원의 판결은 하급심을 구속하고 이후 유사한 판결의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등 사법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이균용 판사는 ‘오늘날 법률상의 분쟁도 한층 복잡하게 되고 있고, 그래서 법원 구성원에게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종합적인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높은 식견이 요구된다’고 발언한 적 있다”면서 “맞는 말이지만, 그러나 높은 식견이라고 하는 것은 판사라고 해서, 대법원장이라고 해서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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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희 상임대표는 “우리 사회에 대한 꾸준한 관심, 타자의 처지에 대한 공감,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하려는 실천 행위 등이 꾸준히 쌓일 때, 그리하여 저간의 사정이라는 것을 두루 살필 수 있을 때, 부족하나마 좀 더 풍부히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성인지 감수성 또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젠더라는 렌즈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젠더 감수성이라고 한다”며 “우리 사회에 성별 권력 관계가 불평등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인식, 성폭력, 가정 내 폭력, 스토킹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에 기반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 그 시대의 지배적 규범에 따라 그것이 범죄인지 아닌지조차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도 저절로 생기지 않으며 어느 순간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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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희 상임대표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중력을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인식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견제할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제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답변은 과거의 판결보다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말 그대로 높은 식견을 갖춰야 할 법원 구성원, 그것도 최고 수장 후보가 할 말은 아니다”라며 “법원은 2013년 아내 강간 최초로 인정한 판결, 2018년 성폭력 판단에 있어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했던 아주 중요한 순간에 과거와 다른 관점의 판결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바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 상임대표

송란희 상임대표는 “‘개전의 정이 없다’는 표현이 있다. 판결문 말미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인데, 이제는 ‘뉘우침이 없다’ 정도로 순화해서 쓴다”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에게는 ‘개전의 정’이 없다”고 직격했다.

마지막으로 송란희 상임대표는 “이번 정권 행정부에서 열렬히 퇴행하고 있는 성평등이 최후의 보루인 사법 앞에서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는 자격 없는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을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촉구 기자회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촉구 기자회견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김태일 팀장, 참여연대 한상희 공동대표,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상임대표, 민변 하주희 사무총장, 참여연대 이대근 협동사무처장, 최보민 간사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사회를 맡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김태일 팀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대법원장 자격 없다. 이균용 후보자 반대한다!”
“국회는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하라!”

한편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보고서를 채택했고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임명 동의에는 재적 국회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국회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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