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7월 25일 국회의 용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에 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청구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행정안전부장관(행정각부의 장이자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이자, 대통령(2인)과 법관 탄핵에 이은 번째 탄핵심판 청구 사건이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 사건 개요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서편의 골목길에 핼러윈데이(Halloween day)를 즐기려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 골목길은 평균 폭 4m의 티(T) 자형의 내리막 경사로로 골목길 위편에 세계음식문화거리가 있고, 아래편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 근접해 있다.

이날 오후 5시경부터 통행 인파가 늘면서 다중밀집 상태가 계속된 가운데 22시 15분 무렵 위 골목길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면서 밀집된 사람들에게 눌림과 끼임이 발생했고 이러한 상황은 23시 22분경 해소됐다.

이때 발생한 눌림과 끼임에 의한 압력으로 사망자 159명, 부상자 320명의 인명피해사고가 발생했다.

야당 국회의원 176명은 2023년 2월 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사전 예방과 사후 재난대응 조치 및 관련 발언을 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상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는 2023년 2월 8일 본회의에서 이상민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299인 중 179인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탄핵소추위원은 다음날 헌법재판소에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 및 파면 결정을 선고할 것인지 여부다.

헌법재판소는 7월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 피청구인(이상민)의 사전 예방조치에 관한 판단

헌재는 “재난관리주관기관이 특정되지 않은 재난 발생 시 사후적으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이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재난안전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참사 발생 전 핼러윈 기간 이태원의 인파 밀집을 예상한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그 내용이 다중밀집사고 자체를 예상하거나 우려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핼러윈데이 전후의 다중밀집사고의 위험성 신고 전화의 내용에 대해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이 참사 발생 전에 행정안전부나 이상민 장관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이상민에게 참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미리 취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참사의 사전 예방과 관련해 헌법 및 재난안전법, 재난안전통신망법, 국가공무원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피청구인의 사후 재난대응 조치에 관한 판단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ㆍ운영하지 않은 부분

헌재는 “이상민이 참사를 인지한 직후인 2022년 10월 29일 23시 22분경 군중의 눌림과 끼임 상태가 해소돼 심폐소생술의 실시 등 구조와 함께 환자 및 시신의 이송이 이루어졌으며 이상민이 현장지휘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소방의 요청에 따라 경찰의 교통기동대 차량 및 의무경찰 8개 중대 등이 지원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상민이 참사 인지 후 곧바로 중대본과 중수본을 설치 운영하지 않아 긴급구조 및 긴급구조지원 활동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중대본과 중수본의 설치 운영에 관한 이상민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해 사회적 타당성을 잃은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상민이 중대본과 중수본을 보다 신속하게 설치 운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재난안전법을 직접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 여부

헌재는 “피청구인(이상밈ㄴ)에게 참사 상황에 대한 구체적 상황 보고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피해 상황 인식이 늦어진 측면이 있으나, 이는 2021년에 변경된 재난 대응 체계에서 소방의 대응기준에 연동해 운영한 후 장관ㆍ차관에 대한 직접 보고가 이루어지도록 함에 따른 보고 절차상 한계도 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요청을 계속했던 이상 피청구인의 재난대응 방식이 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

헌재는 “피청구인(이상민)에 대한 재난상황 관련 보고 피청구인의 지시 내용 전반적인 재난대응 과정을 종합해 볼 때 재난대응기구로서 중대본 및 중수본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피청구인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피청구인이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적절하고 효율적인 보호조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행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참사 중대본은 사망자 장례비 및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구호금, 정부합동분향소 설치 등 조치를 발표했고, 2022년 11월 30일 행정안전부에서 ‘유가족 협의회’ 등 지원을 위한 ‘행안부 지원단’ 설치를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사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그렇다면 피청구인(이상민)이 행한 사후 재난대응 조치가 헌법과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피청구인(이상민)의 사후 발언에 관한 판단

▶ 참사 원인에 관한 발언 부분

취재진이 “참사 당일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이 됐었는데, 이번 주말에 현장에 소방이나 경찰이 배치됐는지”에 관한 질문에, 이상민 장관은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헌재는 “이는 사후에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으며, 경찰이나 소방의 인력 배치가 신속한 구조조치 등 효과적인 사고 예방 및 수습조치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한 주의를 다해 발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전체적으로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다만 발언 시점이 참사 다음 날로 참사 현장의 인구밀집도 등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수집 파악하기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고, 참사의 원인이나 경과를 왜곡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신속한 정보제공에 무게를 두다 경솔한 발언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고, 다음 날 설명자료를 배포해 유감을 표시하고 유사한 발언을 더 이상 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위 발언으로 인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되었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 부분

이상민 장관이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발언에 대해 헌재는 “피청구인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는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눌림과 끼임이 해소될 무렵으로 구조가 본격화되는 때였고, 사망자들의 정확한 사망시각이나 생존자들의 개별 구조 시점을 현재까지도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점, 피청구인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때는 아직 중증환자 이송이 계속되고 있던 시점이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났다는 취지의 발언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며,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다만 위 발언은 피청구인의 참사 현장 이동이 늦어진 점을 질책하는 국정조사 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참사의 경과를 왜곡할 의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그 밖의 발언

헌재는 “‘참사의 사고수습을 위한 중대본 설치는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은 현장에서의 응급조치ㆍ구조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서 중대본을 설치하는 다수 자연재난 사례에서 중수본을 따로 구성하지 않고 중대본을 구성한 바가 있다는 취지 등을 설명한 것으로, 행정안전부장관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 취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압사, 피해자 등 용어를 쓰지 말자고 누가 제안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발언은 용어 사용의 지시에 관해 확인해 보겠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여서 스스로 체험한 사실을 기억에 반해 진술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유족 명단에 관한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이전에는 ‘행정안전부가 위 현황 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몰랐고, 회의 후 현황 파일의 보유 사실을 알았으나, 현황 파일은 유족 명단이 아니라는 주관적 판단을 했으며, 비서진과의 의사소통 오류로 서울시가 유족 명단을 행정전부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오인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헌재는 “위 발언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사고 직후 유족 명단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는 질타를 받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 일부 불분명한 점이 있으나, 발언 경과와 행정안전부의 사망자 현황 내지 유족 명단 확보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취지로 스스로 체험한 사실을 기억에 반해 진술한 것이라거나 행정안전부장관의 유족 지원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발언들로 인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거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의 기능이 훼손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참사 발생 이후 피청구인의 발언에 관해 탄핵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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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이상민 탄핵심판청구 결론은?

헌재는 “피청구인은 재난 및 안전에 관한 정책의 수립ㆍ총괄ㆍ조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국민이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일상적이고 개방된 공간에서 발생한 사회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대규모 재난의 대응과 관련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참사의 예방 및 대비 사후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함을 반성해 정부의 재난대응 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전반적인 재난대응체제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책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나아가 참사로 피해자와 유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진정한 회복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 우리 헌법 전문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의 재해 예방 및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따른 국가기관의 당연한 의무”라고 짚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라 종래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으며,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했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탄핵심판절차는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데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재난대응기구의 설치ㆍ운영 및 재난관리 총괄ㆍ조정 등에 관한 재난안전법과 공무원의 성실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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