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7월 25일 용산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에 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청구에 대해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못했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행정안전부장관(행정각부의 장이자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이자, 대통령(2인)과 법관 탄핵에 이은 번째 탄핵심판 청구 사건이다.

이상민 장관은 재난 및 안전에 관한 정책의 수립 총괄 조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의 장으로 다중밀집으로 인한 인명피해 사고인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예방 대비 사후 재난대응 조치 및 관련 발언을 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가 문제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상민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는데 재판관 전원이 일치했다. 다만 그 이유에 있어서는 3가지로 나뉘었다. 각 의견은 위법성 판단을 달리했으나, 기각 결론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헌재의 법정의견은 “피청구인(이상민)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재난대응기구의 설치ㆍ운영 및 재난관리 총괄 조정 등에 관한 재난안전법 공무원의 성실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관한 헌법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국회의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김기영ㆍ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피청구인의 사후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고, 피청구인의 참사원인,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일부 사후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기각했으나 법정의견과는 이유를 달리했다.

또한 정정미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참사원인,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일부 사후 발언이 품위유지의무에 위반되나, 법 위반행위가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는 볼 수 없어 기각한다”며 법정의견과 이유를 달리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이에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의 별개의견과 정정미 재판관의 별개의견을 자세히 짚어봤다.

◆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의 별개의견

▲ 사후 재난대응 성실의무 위반 및 일부 사후 발언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3명의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이상민)의 사후 반응이 헌법상 기본권보호의무와 재난안전법상 개별적 구체적인 의무 위반에 이르지 않은 점은 법정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피청구인의 사후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에는 해당하며,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법정의견과 이유를 달리한다”고 밝혔다.

▲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 관련)

3명의 재판관들은 먼저 “피청구인은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위원이자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직무수행에 더욱 공익실현의무가 강조되며,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른 성실의무를 부담한다”고 환기시켰다.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이 참사 발생을 인지한 2022년 10월 29일 23:20경 받은 메시지 만으로는 인명 피해의 규모나 현장의 상황을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참사가 대규모 재난으로 인정해야 할 심각한 재난에 해당한다는 점, 내지는 신속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그 직후인 23:21경 대통령은 ‘피청구인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 신속한 구급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의 최초 지시를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로부터 10분이 지난 23:31경에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의 전화를 받고서야 현장상황 신속 파악, 본부장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필요조치 즉시 시행 등을 지시했고, 그로부터 18분 동안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가 23:49경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현장 파악 및 현장 방문 준비를 지시했는데, 이는 대통령 지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때보다도 뒤였다”고 꼬집었다.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운전) 비서가 오기를 기다려 현장으로 출발한 결과 2022년 10월 30일 00:42경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점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고, 00:45경에야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했으며, 현장지휘소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다시 20분이 지난 01:05경이었다”고 밝혔다.

3명의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의 총괄 조정 등 직무수행이 반드시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또는 재난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청구인의 사후대응은 총괄 조정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긴급상황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으며,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문제 삼았다.

재판관들은 “나아가 사후대응 전반을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즉각적이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사실을 찾기 어렵고, 피청구인의 지극히 원론적 지시는 현장의 구체적 위험에 관한 인식이나 급박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대통령의 지시 내용과 비교해 보더라도 대통령의 지시를 보다 구체화하려 노력한 부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은 그러면서 “결국 피청구인은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약 85분에서 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해 행정안전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으며, 이로써 국가공무원법 제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참사원인, 골든타임,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발언)

▲ 참사원인에 대한 발언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이상민)은 종전 이태원 핼러윈 행사의 다중밀집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거나, 경험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었고, 참사 직후 퍼져나간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결합해 다중밀집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참사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 또한 피청구인의 지위에서 할 수 있는 공적 발언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객관적 근거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은 “결국 피청구인은 참사의 경위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은 재난수습초기 단계에서 기초적 사실관계에 관한 확인이나 객관적 분석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들이 참사 발생의 원인을 오인하게 하거나, 피해 발생 및 확대에 관한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의 의무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했으며,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

3명의 재판관들은 “이 부분 발언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증인으로서 한 것으로, 피청구인이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 및 참사 발생 후 두 달가량이 지나 참사 발생의 경과에 대한 조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은 “그런데 피청구인은 참사의 주요 경위와 관련된 객관적 근거가 없는 사실을 정부의 공식적 입장으로 오인될 수 있도록 발언했고, 여기에 피청구인의 책임 회피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발언

3명의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이상민)이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에서 한 재난관리주관기관 존재 및 지정 여부에 대한 답변은, 참사로부터 2달 가까이 경과한 시점에서도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의미나 역할 내지 재난안전법 시행령상 재난관리주관기관 지정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데 기인했거나, 참사에 대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으로서 부담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은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킨 것이고, 참사 대응과정의 사실관계에 관한 국민의 혼란을 초래했으므로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다만 제2차 청문회에서 한 발언은 정돈되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로서 위증에 해당한다거나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 발언들을 제외한 다른 발언들도 품위손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피청구인(이상민)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사후대응과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기는 하나, 피청구인의 법률 위반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 정정미 재판관도 별개의견

정정미 재판관은 “피청구인(이상민)의 사전 예방조치 및 사후 대응이 위법하지 않고, 특히 사후 대응이 국가공무원법 제56조가 규정한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은 법정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그러나 피청구인의 사후 발언 중 참사원인, 골든타임에 관한 발언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에 관한 일부 발언 부분은,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별개의견과 같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법정의견과 이유를 달리한다”고 밝혔다.

정정미 재판관은 “행정안전부장관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 조정할 뿐만 아니라, 중요정책수립에 관해 경찰청 및 소방청의 장을 직접 지휘하며, 지방자치법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소방기본법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및 경찰 소방의 권한이나 인사, 조직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행정안전부장관이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하는 언행은 국민들의 생각과 사회 분위기에 보통의 공무원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반향을 일으킨다”고 짚었다.

정정미 재판관은 “이 사건 참사 원인과 대처의 적절성이 논란이 된 와중에 피청구인이 한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고, 이는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고 기대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피청구인(이상민)의 이러한 언행은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이고, 이로써 피청구인은 국가공무원법 제6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다만, 품위유지의무 위반만으로는 법 위반행위가 중대해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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