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로리더] 안철상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는 22일 “행정소송법 개정은 수십 년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라며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는 물론, 입법기관과 행정기관도 국민의 권익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행정법학회(행정법학회)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변협)는 이날 오후 2시 대한변협 세미나실에서 ‘행정구제제도의 개혁 방향’을 큰 주제로, ‘법관의 재판에 관한 국가배상책임’과 ‘의무이행소송의도입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에 대해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안철상 교수는 “1984년 전부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1994년 일부 개정을 제외하고는 기본적 구조에 큰 변화 없이 40년 가까이 시행됐다”며 “그동안 민주화 투쟁과 더불어 국민의 권리 의식이 신장했고, 헌법재판소의 설치, 지방자치제 시행 등에 따라 행정 현실도 많이 변했다”고 소개했다.

안철상 교수는 “행정소송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은 수십 년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이고, 만시지탄의 일이 된 지도 오래돼 이에 관해 새삼 말하는 것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현행 행정소송제도는 국민의 신속한 권리 구제를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고, 이에 규제개혁 대상의 제1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상 전 대법관
안철상 전 대법관

안철상 교수는 “2011년에 들어와서, 행정소송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지만, 이것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2018년 바른미래당 채이배 전 국회의원(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발의로 의무이행소송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고, 2020년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강기윤 국회의원의 대표 발의로 의무이행소송과 가처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상 교수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항고소송 대상 및 원고적격의 확대, 의무이행소송과 예방적 금지소송의 도입, 당사자 소송의 활성화 등”이라며 “국가배상책임 문제 및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문제는 당사자소송의 활성화 및 의무이행소송의 법제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교수는 “행정소송법 개정에서 항고소송에 관해서는 그 대상 및 원고적격의 확대, 의무이행소송의법제화, 예방적 금지소송의 도입이 대세로, 반대 의견은 찾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항고소송의 대상 등에 관한 학계의 의견 대립과 법제화 등에 관한 행정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개정 작업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안철상 교수는 “당사자소송에 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당사자소송을 민사소송으로 처리하고 있는 현재의 실무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아 개정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교수는 “그러나 예를 들어, 국가배상청구사건의 실무에서 국가배상청구사건을 민사소송으로 봐 민사부에서 사인 간의 분쟁과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대법원에서도 헌법행정조가 아닌 민사조 연구관실에서 기본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가배상책임을 공익과 사익의 조정이라는 큰 틀 아래서 공적 부담과 위험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공법적 시스템에 따라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철상 교수는 “국가배상청구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점에 더해 그 청구권이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공법상의 법률관계라고 봐야 마땅하다”며 “따라서 국가배상청구사건은 당사자소송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교수는 “2023년 8월 31일 대법원규칙으로 제정된 행정소송규칙 제19조는 당사자소송의 대상을 유형별로 제시함으로써 당사자소송에 관한 행정소송법의 미비점을 다소나마 보완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규칙에서 규정한 것은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인정된 사례를 중심으로 한 것이므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안철상 교수는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국민에게 좋은 일은 국가에도 좋은 일”이라며 “따라서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는 물론, 입법기관과 행정기관도 국민의 권익구제를 위한 제도개선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상 교수는 “특히 행정기관은 행정소송에서 항상 피고의 지위를 가지지만, 행정소송법 개정에 관해서는 발상을 전환해 피고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철상 교수는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항을 한정하는 열기주의를 폐기하고, 행정작용에 따라 권익을 침해할 경우에 법률이 정한 특별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개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안철상 교수는 “우리 법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행정소송의 개괄주의는 국민의 권익구제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상 교수는 “행정소송법 전면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법 해석을 통해 국민의 권익구제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이는 법 개정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안철상 교수는 “행정소송법 제1조 목적에 보면,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그 밖에 공권력의 행사ㆍ불행사 등으로 인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래서 명문상 항고소송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해석상 가능하다면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상 교수는 “항고소송의 경우 금지 규정이 없는 한, 항고소송을 통해 행정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법상 항고소송으로 처리할 수 없는 권리 또는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당사자소송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여러 유형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상 교수는 “행정소송이 공법적 원리가 구현된 공법 소송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행정 사건을 관할하는 행정법원과 그 업무를 담당하는 법관과 변호사 등의 임무와 역할도 중요하다”며 “이를 고려하면, 법조인 양성 과정에도 공법 분야와 사법 분야를 균형 있게 교육할 필요가 있고, 특히 행정소송에 관여하는 법관과 변호사 등이 공법적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해 줄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한편 이날 공동학술대회에는 한국행정법학회 김용섭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유철민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행정법학회 부회장),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행정법학회 출판이사), 전상화 변호사, 윤성진 서울행정법원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박우경 연구위원, 김창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변협 고아연 제2회원이사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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