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로리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한국행정법학회 출판이사)는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에 대해 “(학계와 실무계에서) 각론상의 이견은 있었지만,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반대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행정법학회(회장 김용섭)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지난 3월 22일 대한변협 세미나실에서 ‘행정구제제도의 개혁 방향’을 큰 주제로, ‘법관의 재판에 관한 국가배상책임’과 ‘의무이행소송의도입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에 대해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최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의무이행소송의 도입은 학계와 실무계의 오랜 과제”라며 “1984년 행정소송법 개정시에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당시 권력분립 원칙과 사법부의 업무 부담을 이유로 이 부분은 개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최계영 교수는 “의무이행소송에 관해서 세부적인 각론상의 이견은 있었지만,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반대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직 의무이행소송이 입법되지 못한 현재의 상황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한계로 인해 분쟁이 불필요하게 반복되고 장기화된 사례

신청인은 군 복무중 부대 내 축구를 하다가 오른쪽 눈에 축구공을 맞아 상이(백내장, 당뇨성 망막병증 등)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행정청은 그 상이가 직무수행 등과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거부처분을 했다.

법원은 부대 내 축구가 소속 상관 지휘 아래 이뤄진 체력단련ㆍ사기진작 등의 단체활동이고, 그 상이가 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취소했고, 항소심까지 거쳐 확정됐다.

행정청은 재처분의무의 이행으로 위 판결의 취지에 따라 위 상이와 직무수행 등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나, 위 상이가 불가피한 사유 없이 신청인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했다는 사유로 국가유공자등록은 거부하고, 지원공상군경 적용대상자로 결정했다.

법원은 2차 거부처분이 새로운 처분사유에 의한 것으로 종전 판결의 기속력에 어긋나지 않고 그 처분사유도 적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상고심 재판까지 거쳐 확정됐다.

최계영 교수는 “1차 소송은 약 2년 5개월, 2차 소송은 1년 2개월이 소용됐고, 1차 소송의 제기시부터 2차 소송이 끝난 시기까지 통산하면 4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만약 의무이행소송이 있어 이를 통해 다퉜다면, 행정청이 거부사유로 무엇을 제시했는지를 불문하고 법령상의 모든 요건의 충족 여부가 하나의 소송에서 판단됐을 것이고, 두 번째 소송은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최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통설과 판례는 이른바 절차적 심리설이기 때문에 부작위가 위법한지 여부만 심리하고, 원고의 신청이 인용될 수 있는지는 심리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더욱 우회적이고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최계영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서 해석론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면서 “거부처분취소소송에 관해서는 처분사유 추가ㆍ변경의 허용범위를 넓혀 기속력이 미치는 범위를 확장하고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도모하고자 하는 견해가 주장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최계영 교수는 “2023년 행정소송규칙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취지의 견해가 제기됐으나, 기존 대법원판례의 입장대로 침익적 처분과 수익적 처분의 거부처분을 구별하지 않고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성안됐다”며 “따라서 현행법의 소송유형의 틀 안에서 적극적 해석을 통해 분쟁의 일회성 해결을 도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고, 입법적 해결이 요청된다”고 전했다.

최계영 교수는 “현행법은 취소소송에 상응하도록 소극적 가처분인 집행정지 제도만을 두고 있는데, 거부처분에 대해서 집행정지를 신청하더라도 신청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면서 “그래서 결국 거부처분취소소송이나 부작위위법확인소송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가구제(임시구제) 제도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최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비교적 최근에는 권력분립 원칙이나 위헌이라서 도입할 수 없다는 주장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독일이나 일본, 대만 같은 데서도 도입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계영 교수는 “그러나 그럼에도 입법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에는 행정부 내부의 우려나 저항감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된다”며 “행정부 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문에는 ‘법관은 법률에 대한 전문가이지 행정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엇이 최선의 행정 결정인지 판단할 능력은 없고, 법관이 의무이행소송을 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최계영 교수는 “또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됐을 때 소송을 수행하게 되면 행정부 공무원이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서 소송 수행을 제대로 못 할 것이므로 판결이 적절하게 나오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최계영 교수는 “하지만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된다고 해서 법원이 행정을 대체할 정도로 재량을 행사하거나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고, 심리 범위에 관해서 행정청의 거부 사유를 제시한 것에 한정해서 심의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사법이 행정을 대신하지 않도록 적정한 재량통제의 강도를 설정하는 것은 행정소송의 영원한 숙제이고 중요한 과업이지만, 이는 의무이행소송의 도입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게 되면, 그동안 비판받아왔던 신청권 법리를 폐지할 기회가 된다”며 “대법원은 거부처분 취소소송과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대상적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신청권이 필요하다는 법리를 오래 전부터 고수하고 있다. 신청에 대해 거부한 행위나 부작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또는 부작위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

최계영 교수는 “신청권 법리는 특히 행정개입청구권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이웃주민에게는 제3자에 대한 건축허가의 취소나 제3자 소유의 건축물에 대한 철거명령 등의 조치를 요구할 신청권이 없으므로 행정청의 거부나 부작위를 법원에서 다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계영 교수는 “물론 지금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는 개정안들이 ‘위법한 거부처분에 대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므로 거부처분이 되려면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는 법리가 여전히 살아남을 공간은 있다”면서도 “다만 개정안을 만들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2004년 일본 행정사건소송법이 만들어질 때의 태도를 법의 내용에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가운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계영 교수(가운데)

최계영 교수는 “일본은 당시 신청권을 전제로 하는 신청형 의무이행소송과 이를 전제하지 않는 직접형 의무이행소송 두 가지를 규정하고, 신청권이 없는 경우에 요건을 더 강화했다”며 “그리고 신청권이 없는 직접형 의무이행소송에는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와 보충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계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의무이행소송 후에도 법원이 신청권 법리를 유지한다면 신청권이 없는 경우는 아예 의무이행소송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일본보다 더 권리구제 범위가 좁아진다”면서 “따라서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된다면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었던 신청권 법리를 판례 변경 없이 폐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기대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한편 이날 공동학술대회에는 한국행정법학회 김용섭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유철민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행정법학회 부회장),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행정법학회 출판이사), 전상화 변호사, 윤성진 서울행정법원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박우경 연구위원, 김창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변협 고아연 제2회원이사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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