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

[로리더] 전상화 변호사는 2017년 2월 한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사건으로 인해 ‘법관의 면책특권’과 ‘법관의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판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전상화 변호사는 “국가배상법은 국가나 자치단체 등이 무조건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 놨는데, 판례를 통해서 (법관은) 책임을 아예 안 지도록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한국행정법학회(회장 김용섭)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지난 3월 22일 대한변협 세미나실에서 ‘행정구제제도의 개혁 방향’을 큰 주제로, ‘법관의 재판에 관한 국가배상책임’과 ‘의무이행소송의도입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에 대해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전상화 변호사는 “2017년 2월, 세입자인 식당 사장은 ‘미납한 월세가 2개월 보름치밖에 안 되는데 (3기분이 안 된다),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고 건물명도 소송까지 당했다’며 사건을 수임했다”며 문제의 시발점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상화 변호사(오른쪽)
전상화 변호사(오른쪽)

전상화 변호사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약칭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또한, 같은 법 15조에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실제로 재판을 진행했고, 식당 사장의 말대로 정말 미납된 월세는 두 달 보름에 불과했다. 그래서 승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판결 결과 패소했다”고 밝혔다.

전상화 변호사는 “판결문에는 ‘2기분 이상의 월세를 미납했고, 임대차계약 해지는 적법하므로 건물을 양도하라’는 것이었다. 우선 황당했다”고 말했다.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도 소장과 임대차계약서, 내용증명,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에도 ‘3기분의 월세를 미납해야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특약까지 했다’고 명시돼 있다”며 “3기분 이상을 연체해야 계약 해지가 가능한데, 연체한 것은 두 달 보름치에 불과하므로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그런데 뜬금없이 ‘2기분 이상 연체했기 때문에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가능하느냐”며 “우선 재판을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으로 볼 때, 사실인정에서도 법관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을 범했고, 법리 판단에서도 역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판사가 임대차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결한다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에도 반하고, 마찬가지로 상가임대차법 제15조 강행규정에도 위반한 것”이라며 “이보다 판사가 잘못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는 “그래서 국가와 판사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했다”면서 “그런데 그 판사는 답변서에 ‘원고의 청구원인은 주장 자체로 이유 없음이 명백하므로, 무변론 기각판결을 선고해 주거나, 직권으로 소송비용담보제공명령을 발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이는 재판 관련해서 판사가 책임진 전례가 없기 때문”이라며 “알아본 바로는, 대법원까지 가서 법관이 책임을 진 사례는 헌법재판관 단 1건 제외하고는 전무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3심제와 달리 헌법재판소는 단심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상화 변호사는 “황당한 것은 그 다음”이라며 “국가배상소송을 맡은 판사는 직권으로 저에게 소송 담보 제공 명령을 내려 현금으로 10일 안에 900만원을 담보로 현금 공탁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10일 안에 900만원의 현금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그럼 그 사람들은 재판받을 권리가 없는 것”이랴며 “통상 소송비용담보제공명령은 당사자가 신청서를 써서 소요되는 비용을 계산해서 신청해도 받아줄까 말까인데, 동료 법관의 직권 발동 촉구 한마디로 재판장이 정말로 직권으로 선 900만원의 담보 제공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사소송법 제117조(담보제공의무) ①원고가 대한민국에 주소ㆍ사무소를 두지 아니한 때 또는 소장ㆍ준비서면, 그 밖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때 등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피고의 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경우에 법원은 직권으로 원고에게 소송비용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할 수 있다.

전상화 변호사는 “저는 성북동에 주소지도 있고, 종로에 사무실도 있으니 결국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는 것인데, 정말 그렇느냐”고 되물었다.

전상화 변호사는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을 내린 재판장에게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피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즉시항고와 재항고 모두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전상화 변호사는 “여기서 할 수 있는 방법은 현금 900만원을 담보로 즉시 제공하고 소송하든지, 아니면 그냥 패소하는 방법밖에 없기에 소송을 취하했다”면서 “소송을 취하한 후 다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모두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됐다”고 밝혔다.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는 “이에 다시 손해배상 1심 재판과 기피신청(1, 2, 3심), 소송비용담보명령(1, 2, 3심) 재판을 한 법관들의 불법행위를 문제 삼아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1심 기각 후 2심 진행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법에 따른 재판을 이번 사건에서는 받은 바가 없다”며 “판례에 따른 재판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판례는 적어도 우리 법 체계상 있을 수 없으며, 판례에 따라 재판받을 의무가 없으니 법에 따라 판단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이 판례가 왜 문제인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헌법 제29조에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 구체적인 국가배상청구권의 내용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즉 법률에 위임하고 있고, 그 법률이 국가배상법”이라고 요약했다.

전상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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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화 변호사는 “국가배상법에 보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국가나 자치단체가 책임을 진다”면서도 “다만, 군인ㆍ군무원ㆍ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 대원은 예외로 하는데, 이것도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청구권을 제한해 다른 법률에서 연금이나 보상금으로 받을 경우 청구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법관의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는 논리 중에서는 법정 안정성이나 법관의 독립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런 가치들보다 국민주권과 법치주의가 중요하다는 것은 헌법 규정만 봐도 명확하다”면서 “그런데 국가배상법에 법관의 예외를 인정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99다24218)에 따르면,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더라도 재판은 특수하므로 그것만으로는 불법 행위가 되지 않고, 위법ㆍ부당한 목적이 있거나 법관의 직무 수행상 준수할 것이 요구되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책임을 진다”며 “즉, 고의를 넘어선 목적과 과실이 아닌 중과실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목적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사문서위조죄는 사문서를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 명의의 문서를 만들었을 때 성립되는 건데, 그것을 행사할 목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위조 기술을 자랑하거나 재미로 한 것인지 입증하지 못하므로 현실적으로 사문서위조죄는 위조사문서행사와 같이 기소한다”고 비유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이렇게 행사할 목적 자체를 입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에서도 힘든 일인데, 하물며 일반인들이 법관이 저지른 위법 ㆍ부당한 목적을 찾아내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는 “더 큰 문제는 이에 더해 국가배상법에 존재하지도 않는 요건인 ‘불복 내지 시정절차의 부존재 내지 불가능’ 요건까지 만들었다”면서 “이 판례에 의한다면, 1심 재판이 아무리 잘못하고, 심지어 어떤 사법 피해자가 법관의 위법ㆍ부당한 목적까지 찾았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소송에서 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변호사들에게는 ‘심급대리의 원칙’이라며 같은 사건 2심, 3심으로 가게 되면 새로 선임계 제출을 받고 있다”면서 “유독 법관들의 책임에 관해서는 마치 1, 2, 3심 전부가 하나의 사건인양 취급해 사실상 책임 추궁 자체를 불가능하도록 막아놨다”고 지적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이 논리대로면 1심의 변호사가 아무리 ‘수임인의 의무’를 위반해 소송을 잘못 수행해 패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며 “당사자는 2심으로 다툴 수 있고, 이는 ‘법이 당연히 예정하는바’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유철민 변호사(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전상화 변호사
왼쪽부터 유철민 변호사(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는 “첫 번째 요건도 있을 수 없는 논리이지만, 두 번째 요건은 아예 소설”이라며 “사법은 입법부에서 만든 법률에 따라 재판하는 것인데, 법관이 책임지기 싫으니까 국가배상법에 전혀 근거가 없는 논리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국가배상법은 민법의 사용자책임 규정보다 사용자(국가 등)의 책임은 무겁게 하고, 피용자(공무원 개인)의 책임은 가볍게 하려는 취지의 특별법”이라며 “국가배상법에는 공무원의 불법행위에는 국가 등이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고, 민법의 사용자책임과는 달리 관리ㆍ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해서 면책되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그런데 법관의 재판과 관련해서는 국가가 책임지는 단계에서 아예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국가배상법은 국가나 자치단체 등이 무조건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 놨는데, 판례를 통해서 (법관은) 책임을 아예 안 지도록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관의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로부터 국가배상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아내거나, 입법 청원을 통해서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임의로 판례를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 주권자는 그렇게 위임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간편한 방법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한 판례 변경”이라며 “그러나 판례 변경 이전에 위 판례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구제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

전상화 변호사는 “다른 방법으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다”고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과정을 전달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우리 헌법재판소법에는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국가배상소송 중 위 대법원판례가 합법이라면, 국가배상법을 제정할 때, 실질적인 평등에 부합하도록 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 요건을 달리했어야 하는데, 왜 획일적으로 규정했는지, 판례가 아니라 국가배상법이 위헌인지 판단해달라고 위헌법률심판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2020년 1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2021년 7월 15일 각하 결정했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영효 부장판사는 2022년 6월 30일 ‘위 판례가 위헌’인지 가려봐야 한다며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제청했으나 2023년 2월 23일 각하됐다”고 전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2022년 3월에는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전원재판부로 심판회부 결정돼 2024년 3월 현재 심리 중”이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헌재)
헌법재판소(헌재)

전상화 변호사는 “추가적인 해결 방법으로는 국회에서 위헌 판례를 계속 적용하는 법관을 탄핵 소추하고,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며 “공수처에서는 해당 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형사 입건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대한변협이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위헌 판례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이 있다”고 전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말로만 법치 국가지, 실제로는 법관에 의한 인치국가라는 말을 한다”면서 “법은 참고만 하고 법과 다른 판단을 내리더라도 전혀 책임을 안 지는데 누가 법대로 하겠느냐”고 직격했다.

전상화 변호사는 “이러니까 법보다는 법관과의 연줄을 찾고, 전관예우라는 용어가 생긴 것에 우리 법조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한편 이날 공동학술대회에는 한국행정법학회 김용섭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유철민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행정법학회 부회장),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행정법학회 출판이사), 전상화 변호사, 윤성진 서울행정법원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박우경 연구위원, 김창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변협 고아연 제2회원이사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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