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로리더] 한국행정법학회 부회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법관의 재판은 법치주의의 사각지대가 아니다”라며 “법관의 독립, 재판의 전문성 및 사법의 신뢰 등을 고려해 국가배상책임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사법부의 ‘해석’에 의한 책임을 전체적으로 면제해 주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행정법학회(회장 김용섭)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는 지난 3월 22일 대한변협 세미나실에서 ‘행정구제제도의 개혁 방향’을 큰 주제로, ‘법관의 재판에 관한 국가배상책임’과 ‘의무이행소송의도입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에 대해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정남철 교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ㆍ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위법하다고 판단할 뿐,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위법한지를 별도로 심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남철 교수는 “법관의 재판행위에 대해서 법원은 여러 차례 위법적인, 또는 법령을 위법한 경우에도 매우 소극적으로 접근했다”면서 “특히 판례를 근거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뤘다”고 비판했다.

정남철 교수는 “유신헌법의 위헌성을 판단하고, 대통령의 긴급조치로 인한 국민의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법이론적으로 볼 때, 다수 의견은 학계에서 상당히 비판을 받았고, 설득력이 약한 부분도 적잖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남철 숙대 법대 교수는 “특히 위헌적인 국가작용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이 판례가 위법한 재판작용에 대해 전체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논거로 사용돼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남철 교수는 “이 사건의 별개의견 중에는 법관의 재판행위가 독립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김재형 대법관은 이러한 입장이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판례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면서, 특히 사법심사를 배제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을 결정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정남철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기판력를 근거로 제시하거나, 유신헌법에 규정돼 있는 사법심사의 배제 조항을 근거로 한다면, 다른 국가작용에 대해서도 전부 다 면책해야 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며 “또한 기판력은 국가배상책임을 면제하기 위한 것보다는 법적 안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정남철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거듭 “법관의 재판은 법치주의의 사각지대가 아니다”라며 “법관의 독립, 재판의 전문성 및 사법의 신뢰 등 사법의 본질이나 특수성을 고려해 법관의 재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사법부의 ‘해석’에 의한 그 책임을 전체적으로 면제해주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남철 교수는 “대법원은 불복절차나 시정절차의 유무를 법관의 재판에 대한 국가배상 성립의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있지만, 이러한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불복절차나 시정절차의 기회가 없는 경우에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할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남철 교수는 “대법원은 아무런 법률적 근거 없이 불복절차나 시정절차 등의 사법적 구제절차를 국가배상책임을 부인하는 용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러한 주장은 헌법상 보장된 국가배상청구권의 형해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남철 교수는 “법관의 재판상 불법에 대한 종전의 학설은 대체로 소극적”이라며 “그 이유로는 법적 안정성이나 기판력을 논거로 들고 있다”고 전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정남철 교수는 “그러나 판결의 기판력이나 심급제도를 근거로 법관의 재판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판결의 기판력은 법적 안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이며, 심급제도가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결정적 논거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남철 교수는 “사법적 심사를 배제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을 근거로 법관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견해에는 찬성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논리에 따른다면,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와 그것을 적용ㆍ집행한 수사기관의 행위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책임을 묻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헌법 제8호(유신헌법, 1972년 12월 27~1980년 10월 26일)제53조
①대통령은 천재ㆍ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ㆍ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에는 내정ㆍ외교ㆍ국방ㆍ경제ㆍ재정ㆍ사법 등 국정전반에 걸쳐 필요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②대통령은 제1항의 경우에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

④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먼저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한 면책의 대상과 사유와 관련해서, 먼저 면책의 대상부터 확정돼야 한다”며 “법적 안정성을 근거로 하는 기판력 제도나 심급제도 등 사법의 본질과 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관의 면책 범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유철민 변호사(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전상화 변호사
왼쪽부터 유철민 변호사(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전상화 변호사

정남철 교수는 “사법면책의 제외사유에 대해서는 우선 법관의 재판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남철 교수는 “두 번째로는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형사상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라며 “예컨대 직무유기나 직권남용뿐만 아니라 형법 제124조(불법체포, 불법감금), 형법 제125조(폭행, 가혹행위) 등에 해당할 때는 당연히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남철 교수는 “세 번째로는 법관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자신의 권한 범위를 명백히 유월해 재판행위를 한 경우”라며 “법관이 경미한 과실로 자신의 권한 범위를 오해해 재판한 경우에는 면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남철 교수는 “마지막으로 위헌의 의심이 현저한 법률을 ‘악의적’으로 적용해 재판한 경우인데, 이것이 해석상 가장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어떤 경우가 해당할 지가 문제인데, 과실보다는 악의적으로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고의적으로 법령을 적용하고, 그 결과 손해가 발생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고 제시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정남철 교수는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배상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재판행위를 할 때, 법관들도 굉장히 직무적 충실성을 고려해 사실상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아무런 고심 없이 긴급조치 등을 악의적으로 적용하거나, 국가나 공공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우선해 인권을 유린하고, 중형을 내린다면 여기에 면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정남철 교수는 “사후적으로 위헌으로 결정된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해 무고한 자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고초를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선고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법부의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실정법에 법관의 재판에 대한 별도의 면책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판단할 기준을 확립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국가배상법에 법관의 재판행위에 대한 면책 대상을 확정하고, 예외적으로 재판상 불법에 대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행정소송제도의 개혁 방향 공동학술대회

한편 이날 공동학술대회에는 한국행정법학회 김용섭 회장,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안철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전 대법관), 대한변협 변호사 권익위원회 유철민 위원장,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행정법학회 부회장),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행정법학회 출판이사), 전상화 변호사, 윤성진 서울행정법원 판사, 사법정책연구원 박우경 연구위원, 김창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변협 고아연 제2회원이사 등이 참석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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