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우윤근 변호사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우윤근 변호사

[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우윤근 변호사는 6일 “변호사법에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만 있고, 막상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며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보호해야 하는 본질적인 의무가 있다”고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이날 변협회관에서 국민정책제안단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개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실질화 ▲법조 인력 양성 제도 개혁 ▲미래지향적 법제도 구축 등을 주제로 총선을 앞두고 제22대 국회에 제안할 정책을 발표했다.

국민정책제안단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대비해 2월 1일 출범한 조직으로, 성낙인 전 서울대학교 총장, 우윤근 변호사(전 주러시아 대사, 제17ㆍ18ㆍ19대 국회의원), 김철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이 공동단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국민정책제안단 기자 간담회
대한변호사협회 국민정책제안단 기자 간담회

국민정책제안단은 출범 이후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제안 공모’를 시행하고 있으며, 공모된 의견을 수렴해 각 정당 및 총선 후보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제18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제29대 국회사무총장을 역임했던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우윤근 변호사는 “이번 총선 전에 국민들로부터 받은 제안을 잘 정리해서 각 당에 전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상임위원회별로, 각 당의 정책위원회별로 대한변협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개선에는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Attorney-Client Previlege)과 증거 개시 절차(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제안됐다

대한변협 제1정무이사 이상영 변호사
대한변협 제1정무이사 이상영 변호사

대한변협 제1정무이사 이상영 변호사는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질화를 위해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영 변호사는 “현재 ACP는 OECD 대부분 국가에 모두 도입돼 있고, 일본도 2019년부터 도입했지만, 한국에는 이 내용이 전혀 없다”며 “최근 지방법원에서 ACP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례가 나온 바 있다”고 전했다.

이상영 변호사는 “법무법인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주로 정치인이나 대기업 관련 사건 외에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일반적인 사건도 있다”며 “변호인으로서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공권력과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 제1정무이사 이상영 변호사
대한변협 제1정무이사 이상영 변호사

이상영 변호사는 “혹시라도 의뢰인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법에 보장된 준항고 제도를 쓰지도 못하고, 하다못해 조사 일정을 잡는 것도 수사기관이 정한 날짜에서 시간을 끌고 싶어도 거절하기 힘들다”며 “묵비권 행사도 얼마 전 모 정치인이 하는 것 말고는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상영 변호사는 “대형로펌이 아닌 일반적인 변호사로서는 수사기관이 어려워서, 관련 자료 수집을 요청하면 변호사들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요주의의 대상이 될까 봐, 의뢰인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변협 제1정무이사 이상영 변호사는 “특히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준법 경영을 위해 내부 통제 제도나 준법 감시를 위한 내부 법무팀을 두고 있는데, 검찰이 법무팀을 압수수색해서 ‘법무팀은 이미 문제의 소지를 알았네, 주고 받은 의견 보니까 위험 소지 인지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했느냐’는 식으로 수사의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해외에 우리 기업이 진출했을 때, 한국 변호사는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외국에 알려져서 한국 변호사를 회의에서 퇴장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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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3일 개최된 민사소송 선진화 방안 –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토론회
2023년 10월 13일 개최된 민사소송 선진화 방안 –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토론회

이상영 변호사는 “증거 개시 절차 도입은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증거 개시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사전에 사법적 분쟁을 해소하고, 최대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로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영 변호사는 “현행 민사소송법 제도의 특성상 증거가 한쪽에만 편중돼 있게 되면, 사실상 소송을 수행하기 매우 어렵다”며 “예를 들어, 환경소송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경우, 제조사에서 모든 자료를 가진 상태에서 법원에 이것을 제출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주기 굉장히 어렵다”고 뒷받침했다.

변협 제1정무이사 이상영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지난 법원행정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같이 연구단도 만들었던 바 있다”며 “미국의 법정 드라마를 보면,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속기사를 앉혀놓고 변호사가 질문을 하면, 그것에 대해 상대편 증인이 나와서 답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단편적으로 그런 제도를 한국형으로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영 변호사는 “한국형 제도로서는 변호사가 공무원은 아니므로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어, 해당 제도를 법원 소속 공무원이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사인이 전부 부담하도록 돼 있는 미국식 제도와 달리 비용을 법원이 일부 부담할 수 있게 개선한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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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김영훈 협회장
대한변협 김영훈 협회장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에 대해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은 변호사제도의 본질, 인권을 보호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는 변호사의 조언을 일종의 위증 교사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은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다만, 수사기관이 짜놓은 잘못된 구도에 빠져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범죄를 기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유도신문을 통해 그 구도에 맞춰 대답하는 때도 있다”며 “이럴 때 변호사의 도움이 없으면 진실과도 멀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변협회장는 “또한, OECD 각국에 다 도입됐는데, 우리만 없다는 면에서 상당히 낙후된 제도”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로 수사의 단서를 찾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부터 뒤진다면,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끄나풀 노릇을 하는 자료 수집원이 되는데 이걸 어떤 국민이 원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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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8일 대한변협은 수사기관의 변호사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년 8월 28일 대한변협은 수사기관의 변호사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물론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인정함으로써 범죄 처벌에 약한 장애물이 생길 수는 있지만, 결정적이지 않다”며 “우리가 만약 사회의 모든 범죄에 대해서 악착같이 끝까지 처벌하는 것을 중시한다면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수 있지만, 국민은 보호받는 안온한 삶이나 행복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너무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변호사가 아닌 국민의 권리라는 점을 살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우윤근 변호사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우윤근 변호사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우윤근 변호사는 “의뢰인들은 가장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변호사에게 모든 얘기를 털어놓는다”며 “변호사법에는 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만 있고, 변호사들은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막상 압수수색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거부할 권리가 없어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했다.

우윤근 변호사는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는데 압수수색에 다 털리는 것,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와닿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변호사가 공범이 되거나, 범죄를 공모한다면 당연히 변호사여도 피의자가 되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의 본질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우윤근 변호사는 “이미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에 제출됐다”며 “정쟁거리도 아니므로 시급한 제도 중에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한변협 제1정책이사 이은성 변호사
대한변협 제1정책이사 이은성 변호사

대한변협 제1정책이사 이은성 변호사는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범죄를 숨기거나 위증하고, 또는 잘못된 증거를 제출하는 것을 촉진할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이 지켜지지 않고 수사기관에 정보가 그대로 넘어가게 된다면, 오히려 그 부분에서 본인의 의사가 왜곡되거나 악용될 여지가 많으므로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은 변호사 조력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김철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김철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 김철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은 “주요 정치인이나 대기업 관련 사건에서 검찰이 변호사 사무실부터 압수수색하는 모습을 많이 봤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변호인은 압수수색이라는 검찰의 막강한 권력에 대응할 아무런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철수 회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인 제도가 있는데, 그 변호인을 압수수색한다면 평등의 원칙이 깨지고 만다”며 “기본적으로 변호사와 판사, 검사는 동일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검찰이 변호사 사무실을 함부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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