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은 28일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이를 좌시할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며 “검찰과 법원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발부에 대한 관행이 점점 비뚤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오전 10시 서초동 법원삼거리 앞에서 ‘수사기관은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행위를 중단하고, 법원은 영장발부에 신중하라’는 주제로 집회를 열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변협은 지난 8월 10일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하이브와 인수전을 벌이며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의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최근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이 꾸준히 벌어지고 있어 변호사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 우비를 입고 의사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김영훈 변협회장은 “저는 대한변호사협회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우리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검찰총장을 방문해 항의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해왔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김영훈 변협회장은 “그리고 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로는 국회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비밀유지권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계속 법안의 통과를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그러나 비밀유지권 법안을 기다리고 있는 현재,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더욱 빈번하게,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법안 통과만 기다리고 이를 좌시할 수 없 오늘 거리로 나왔다”고 밝혔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이는) 우리 변호사들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며 “변호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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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변협회장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각국 변호사들의 노력이 자국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있다”며 “변호사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는 OECD 모든 나라가 가지고 있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CP)을 보장하는 법안조차 갖고 있지 않고, 수사기관의 편의적인 압수수색 대상이 됨으로써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변호사법에는 변호사에게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비밀유지의무만 있을 뿐,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ACP)가 보장돼 있지 않다.

특히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저는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편의적인 압수수색을 통한 쉬운 수사를 고집하지 말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하라는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법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무분별하게 발부해 주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의사 발언을 마무리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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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수사기관에서 사법방해라든지 아니면 재판방해라는 미명 아래 일부 변호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는데, 이에 관해서도 똑같이 항의하는 입장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영훈 변협회장은 “이 자리는 지난번 대형 로펌에 대해서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한다는 명목하에 금융당국의 사법수사, 경찰이 검찰에 신청해서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발부해준 영장을 계기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대한변협회장
김영훈 대한변협회장

김영훈 변협회장은 “그러나 그 이후에 (검찰이) 여러 차례 다른 이유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그렇게 빈발하는 압수수색에 대해서 더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한 자리인 것도 맞다”고 선을 그었다.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원래 계기가 됐던 사건뿐만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계속 빈발해지는데 대한 전체적인 항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입법에 대한 촉구와 함께, 입법되기 전이라도 검찰과 법원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발부에 대한 관행이 점점 더 비뚤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김영훈 대협회장은 “다만, 지금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변호사법 개정 법률안에서도 모든 압수수색을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법 방해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 혐의가 뚜렷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고 있어서, 검찰과 법무 당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수사가 마비된다는 사태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에 있는 정도의 증거라면, 이미 원 증거는 당사자들에게 다 있다고 보인다”며 “그래서 그것이 변호사의 조력으로 정리된 상태로 수사기관에 넘어간 것은,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권을 받을 권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성격을 불문하고 일단 허용 돼서는 안 되고, 다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훈 협회장은 “그래서 정치적인 얘기로 오늘 이 자리를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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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변협회장은 또 “대형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고, 이 자리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던 이유가, 그 사안에 대해서 정확히 확인하고, 입법이 이루어지더라도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잠정적인 결정을 우리가 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 자리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잦아진 것과 관련한 질문에 김영훈 변협회장은 “지금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좀 더 빈번하게 되는 경향이 맞는 것 같다”며 “변호사 생활을 한 20년 가까이 지금 하고 있으면서 점점 빈도가 높아지는 걸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인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제가 법원에서 판사로서 역할도 해봤는데, 그때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실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관행이 있었다”며 “그런데 한 번 관행이 깨지고 나니까, 그리고 관행을 대체할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되니까, 계속 편의에 따라서 변호사 사무실을 먼저 압수수색하고, 수사의 단초를 얻는 편의주의가 지배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이에 대해서는 결국 우리가 이렇게 이 자리에 나와서까지 항의하는데 이르렀다”며 “관련된 입법이 빨리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영훈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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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P(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하면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김영훈 변협회장은 “물론 발부의 요건이 별로 강화되지 않는다고 예상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입법이 없는 상태와 기본적으로 (영장 발부가) 금지되는 입법이 있는 상태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또한, 그런 입법이 있는 상태에서 허투루 그 예외에 해당한다고 해서,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함부로 발부하는 일은 법조계에서 생각하기 어렵다”며 “일단 원칙적으로 금지되면 원칙을 어기고 (영장이) 발부돼서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사후적으로 그 증거 능력에 대해서 다툼의 여지가 생겨, 억제 효과는 확실하게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마지막으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빈번하게 일어남으로써 대한민국 변호사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제적인 기업이 대한민국에 와서 일할 때, 대한민국 변호사에게 상담하면 나중에 언제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국내 변호사들이 법률상담을 하는 자리에서 외국 변호사들로 대체되는 실정까지 이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집회 자리에는 대한변협 김영훈 협회장을 비롯해 김관기 수석부협회장, 이은성 제1정책이사, 문수정 제1홍보이사, 김민호 공보이사 등 변협 회원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수사권 남용 중단하라!”
“변호사 압수수색 하지 마라!”
“법무법인 압수수색 무너지는 헌정질서”
“민주주의 파괴하는 변호사 압수수색”
“법조를 파괴하는 영장 발부 각성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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