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오민애 변호사는 6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개악안”이라며 “소위 ‘대안’이라는 개정안은 집시법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집시법 제11조 폐지를 주장했다.

민변 오민애 변호사
민변 오민애 변호사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조항인 집시법 제11조 관련, 2018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규정은 2019년까지였던 개정 시한이 경과함에 따라 효력을 잃었다.

그런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는 입법시한인 2019년을 한참 넘긴 지난 4일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6일 오후 2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에 인권단체, 민주노총,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성토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민선 활동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민선 활동가

기자회견 사회는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진행했다.

민선 활동가는 “그동안 한 차례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던 집시법 11조 개정안 처리를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동안 시민사회에서는 집시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수차례 국회에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런 민의를 반영해야 할 국회는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스리슬쩍 집시법 개악 처리를 시도하려고 한다”고 규탄했다.

민선 활동가는 “잠시 후 2시부터 행안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원들이 합의한 안을 ‘대안’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이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에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에서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규탄발언 하는 오민애 변호사
규탄발언 하는 오민애 변호사

규탄발언을 위해 국무총리공관 위헌제청 사건 당사자인 정진우 ‘권유하다’(권리찾기유니온) 집행위원장과 집시법 제11조 재심사건 당사자인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이 참여했다. 또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도 자리에 함께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오민애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한다는 개정안은 언뜻 보면 제대로 개정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집행위원장,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집행위원장,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오 변호사는 “집회장소가 집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단이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그리고 2018년 연이은 집시법 1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집회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한 끊임없는 싸움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오민애 변호사는 “이로써 집시법 11조에서 집회금지 장소를 정하고, 실제 집회 가능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던 오랜 관행이 깨지리라 기대했다”며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이곳 국회 앞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첫 번째 장소였다”고 지목했다.

규탄발언 하는 오민애 변호사
규탄발언 하는 오민애 변호사

오 변호사는 “집회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담겼던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이 가진 한계도 분명했지만, 장소를 특정해서 금지하는 것이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짚었다.

오민애 변호사는 “그런데 이 결정을 반영한다는 개정안은, 집회 장소에 대한 제한을 더 엄격히 하면서,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에조차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오 변호사는 “국회의 활동이나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으면서 동시에 국회, 법원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이면서 국무총리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개정안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중으로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우려’를 누구의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결국은 신고를 접수하는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 여지만 넓혀 놓았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규탄발언 하는 오민애 변호사
규탄발언 하는 오민애 변호사

오민애 변호사는 “위반 시 처벌받는데도 법 규정만으로는 어떤 집회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더욱이 각 기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데, 업무에 영향을 마칠 우려가 없어야하고 그 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야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예 집회를 금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세부적으로는 건물과 담 경계 사이의 공간이 넓어 100미터의 기준점이 어디가 돼야 하는지, 왜 거리가 일률적으로 100미터인지에 대한 설명도 여전히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집행위원장,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집행위원장,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오민애 변호사는 “집시법 1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많은 분들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재판에 대해 재심청구를 해 재심개시가 결정됐다. 그리고 무죄를 받기까지는 다시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재판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분들도 있다”며 “이번 개정안처럼 법안이 논의되고 통과되는 졸속적인 과정에 비해, 잘못된 법으로 처벌받은 당사자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탄 발언하는 오민애 변호사
규탄 발언하는 오민애 변호사

오 변호사는 “다른 곳도 아닌 국회가, 법률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법률 개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의 무게감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다시 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오민애 변호사는 그러면서 “개정 법률안에서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해야 한다”며 “11조가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장소들이야말로 시민들이 모여 집회라는 형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리고 그렇게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국가기관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탄 발언하는 오민애 변호사
규탄 발언하는 오민애 변호사

오 변호사는 “금지장소를 두지 않더라도 이미 집시법 조항에 의해서 폭력적인 집회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련된 소위 ‘대안’이라는 이번 개정안은 집시법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일 뿐”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