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12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집시법 제11조 개정안에 대해 ‘개악’이라고 혹평하면서 재논의가 필용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정안은 예외적 허용 규정을 신설해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공권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가 금지할 수 있는 개악”이라며 “이러한 개악으로 헌법상 금지하는 집회 ‘허가제’로 기능케 됐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 3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집시법 폐지 공동행동
지난 3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집시법 폐지 공동행동

먼저 2018년 5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 제1호(국회의사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제3호(국무총리공관), 제1호 후단(각급 법원)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시한을 두고 집시법 제11조 각 장소규정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결정했으나, 국회는 개정시한을 도과했다.

지난 3월 4일에서야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발의된 9건의 집시법 개정안의 내용을 통합 조정해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고,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집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안건 상정 하루 만에 행정안전위원회에서의 의결한 것이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됐다.

<집시법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개정안 내용>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국무총리공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예외 규정을 뒀다.

국회의사당은 ▲국회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써 국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또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써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

여기에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로써 국무총리 공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지난 3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집시법 폐지 공동행동
지난 3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집시법 폐지 공동행동

이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실련, 전교조, 전농, 인권운동사랑방, 민주노총 등 12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사위에 ‘집시법 제11조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안으로 마련된 집시법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 보장에 역행하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왜곡되게 반영했으며 ▲법집행기관인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의 여지만 넓혀놓았고 ▲기본권 실현의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원칙적으로 집회금지장소를 정함으로써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가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자 본질적인 내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각 기관의 업무에 영향을 미칠 ‘우려’, 대규모의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 등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경우 즉 이중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 집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당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는 여전히 금지된다고 봤다.

나아가 ‘우려’에 대한 판단은 모두 법집행기관인 경찰에게 일임돼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의 범위를 넓히고 오히려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대규모의 집회는 모두 금지돼야 한다는 취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있으면 모두 금지하고 있으며, 어떤 기준으로 ‘대규모’를 상정할지 여전히 알 수 없어 집회신고에 관한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관련 수사, 재판업무에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경우에 집회가 허용되고 금지되는 것인지 개정안의 규정만으로는 알 수 없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실현하고자 할 때 국민에게 위험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봤다.

또 100미터가 기준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100미터의 기준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고 있어,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 보장에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혹평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의사당, 법원, 국무총리공관 인근 지역을 집회금지장소로 정하는 규정은 그 범위를 200미터에서 100미터로 줄여왔을 뿐 1962년 제정 법률부터 존재했다”며 “이런 규정은 2018년 연달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고, 개정안은 그만큼 신중하게,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시민사회단체는 “그러나 개정안은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와 집회의 자유의 의의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기존 법률보다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집시법 제1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했던 헌법재판소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영향을 미칠 우려’, ‘대규모’의 집회로 ‘확산될 우려’ 등 불명확하고 모호한 개념에 대한 해석을 경찰과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서 법 적용과 해석의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봤다.

시민사회단체는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개정 법률의 위헌성에 대한 다툼과 헌법재판소의 판단, 그리고 국회의 법률 개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의 혼란과 부담은 모두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에 지금이라도 이번 집시법 제11조에 대한 개정안에 대한 재논의를 촉구하고자 의견서를 제출하니, 신중히 검토해 집시법 제11조 개정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3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집시법 폐지 공동행동
지난 3월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집시법 폐지 공동행동

<다음은 123개 시민사회단체>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양심수후원회, (사)이주민과 함께, (사)함께걷는길벗회, 10월문학회,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 건설노조, 겨레하나, 경기도건설지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광주인권지기활짝, 광주진보연대,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추진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남원 시민참여제도연구회, 노동당, 노동당 강북당협,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예술단 선언, 노동전선, 녹색교통운동, 녹색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대학노조 한국예술종합학교비정규직지부, 동자동사랑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 무지개예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중당, 민중당 안양시위원회, 민중당 충북도당, 부산민중연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 사월혁명회,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삼성일반노조, 생명안전 시민넷,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진보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손잡고, 수원여성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안성청년회, 여성엄마민중당 성남, 예수살기, 옥바라지선교센터, 용산시민연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유니브페미, 이주민방송MWTV, 이후연구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인문학공동체 이음,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인권영화제, 일하는2030, 적폐청산의열행동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 경기지부,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전교조 인천지부, 전교조 해고자원직복직투쟁특별위원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주권자전국회의, 중랑민중의집 <사람과공감>,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콜렉티브 뒹굴, 터사랑청년회, 트랜스해방전선, 평화재향군인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다양성연구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인권센터, 한국청년연대,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함께하는시민행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 형명재단, 홈리스행동, 환경정의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