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인권단체, 민주노총, 전농 등으로 구성된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규탄발언 하는 오민애 변호사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을 위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오민애 변호사, 국무총리공관 위헌제청 사건 당사자인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집시법 제11조 재심사건 당사자인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이 참여했다. 또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대외협력부장,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도 함께했다. 사회는 민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가 진행했다.

좌측부터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좌측부터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오민애 변호사,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기자회견 진행하는 민선 활동가
기자회견 진행하는 민선 활동가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3월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어 집시법 11조 개정 처리를 합의했다”며 “오늘 오후 2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집시법 11조에 대해 그동안 국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조속한 입법 활동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국회에 있지만, 개정시한이었던 2019년이 경과할 때까지 위헌조항 집시법 11조를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그랬던 국회가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들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지금, ‘민생법안’을 우선시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위헌조항인 집시법 11조의 존치와 다를 바 없는 개악 처리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집회의 자유에는 어디에서 집회를 할 것인지, 집회 장소를 선택하고 결정할 자유도 포함된다”며 “집회의 자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집시법 11조에 대해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해왔고, 일률적으로 집회 장소를 금지한 집시법을 개정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이런 흐름 속에서 2018년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11조 1호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3호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그리고 집시법 11조 2호 중 대통령 관저, 즉 청와대 앞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은 아직 계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단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 일부 장소에 국한해 삭제 또는 수정에 그칠 게 아니라, 집시법 11조에 대한 종합적인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해 왔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참가자들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참가자들

공동행동은 “앞서 2016년에는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고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며, 백남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집시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그동안 국회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그런 국회가 지금 민생국회라는 가면을 쓰고 집시법 개악에 나선 것”이라며 “현재 행안위에서 합의한 ‘대안’은 전혀 대안이 아니다. 예외적 허용 요건을 신설해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는 취지지만, 그 허용 여부는 공권력에 달려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이는 두 가지 ‘우려’가 불식될 때만 가능하다. 첫째,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하고, 둘째,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어야 한다”며 “이러한 우려가 없다고 공권력의 판단을 거친 집회에 한해 허용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참가자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참가자

공동행동은 “먼저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만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질적이고 명확한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우려’만으로도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고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집회로 인해 해당 기관에 어떤 지장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이는 결국 집회의 내용이 무엇인지, 집회의 성격이 어떠할지 미리 검사를 받아야만 비로소 집회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것과도 같다”고 우려했다.

또“그리고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어야만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의 의사 표현을 목적으로 모이는 것이 집회이고, 사안에 따라 규모는 다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여도 평화로운 집회를 해온 숱한 경험들도 있다. 그럼에도 규모로 단순화 하는 건 공권력의 집회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집회가 반드시 ‘작은 규모’로 ‘조용히’ 이루어져야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이렇게 공권력의 판단에 따라 집회 허용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 원칙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참가자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참가자들

공동행동은 “그럼에도 예외적 허용 규정을 두는 것이 이전보다는 일부 개선된 것이라고 국회는 주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2003년 위헌 결정 이후 예외적 허용 사유를 두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진 외교기관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는 개선이라고 할 수 없다. 예외적 허용 사유가 실질적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며 오히려 경찰의 금지통고 사유가 되는 형국”이라고 지목했다.

공동행동은 “입법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본권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가능한 규제 없이 향유되어야 하고, 집회를 하기 위해 허가와 같은 작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본권을 보호하고 촉진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우선 고민하지 않고 여전히 집회를 통제하는 것을 최우선에 둔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은 “우리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는 탄압에 맞서 집회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온 역사와 함께 자라왔다”며 “지금 행안위가 처리하려는 집시법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가 아니라 권력기관을 집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이며, 헌법 위의 집시법이라는 천명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안위는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중단하라.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고 외쳤다.

집시법 11조 폐지를 외치는 참가자들
집시법 11조 폐지를 외치는 참가자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경계 지점 100m 이내에서 집회ㆍ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해당 기관 고유 기능ㆍ활동 방해나 대규모 집회ㆍ시위 확산 우려가 없는 경우에만 집회ㆍ시위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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