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찰청이 21일 발표한 ‘집회ㆍ시위 문화 개선방안’에 대해 참여연대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와 헌법 무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경찰은 감히 집회 시위 문화 ‘개선’을 운운하기 전에 집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낙인적 집회ㆍ시위 프레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참여연대

경찰청은 이날 ▲심야시간대(자정부터 오전 6시) 집회ㆍ시위금지시간 규정 ▲소음측정방식 개선 등 법ㆍ제도 분야 개선, ▲드론 채증 도입, ▲불법 우려 시 형사팀 사전 배치, ▲수사전담반 운영 등 현장 대응력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집회ㆍ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같은 날 논평을 내며 “경찰의 이번 방안은 한마디로 집회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와 헌법 무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우리 헌법 제21조에서 명시하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확인한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주요 행위는 집회의 준비 및 조직, 지휘, 참가, 집회 장소ㆍ시간의 선택을 아우른다”며 “이번 경찰의 방안은 이와 같은 헌법과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집회의 자유에 대한 확립된 판례를 무시한 조치들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집회 시위 문화는 경찰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며 “경찰은 감히 집회 시위 문화 ‘개선’을 운운하기 전에, 불법집회에 대한 엄벌을 강조하면서 교묘히 집회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형성해 집회 참석자들과 그 외 시민들을 갈라치기 하는 경찰의 낙인적 집회 시위 프레임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다섯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 번째로 참여연대는 “경찰이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심야시간대 집회 시위 금지는 2009년과 2014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국민의힘을 비롯 그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심야시간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집요하게 발의해 왔다”며 “근거로 내세운 이유는 국민 피해 최소화라고 하지만, 과연 어떤 피해를 말하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참여연대는 “집회시위의 주요 대상은 주로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등이고, 이들 기관이 주로 자리 잡고 있는 곳 주변에 심야시간대 차량이나 통행은 거의 없다”며 “국민 피해 최소화라는 핑계로 국가기관, 지자체 등 권력기관에 대한 집회시위를 막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특정시간대 집회시위의 일률적, 전면적 금지는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참여연대는 “소음규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면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은 다중이 모이는 집회의 속성상 시끄러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한일지라도 최소침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그런데 현재에도 자의적인 소음측정으로 집회시위를 위축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집회의 권리는 더욱 침해받을 수 밖에 없다”며 “또한 소음기준 강화는 집회 개최자에 대한 압박과 벌금으로 이어지고 있어 집회시위의 권리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 번째로 참여연대는 “(경찰청은) 출퇴근 시간대 등 개최시간, 행진 경로, 차로 이용 여부, 가능성 등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시위 제한 판단기준 등을 구체화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시간과 장소선택의 자유를 신고제 하에서 집회 개최를 위해 협력 의무를 지는 경찰이 허가제와 같이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네 번째로 참여연대는 “집회 현수막 게재 기간을 집회가 실제로 실시되는 기간으로 한정하겠다는 방안 역시 집회의 자유로서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집회 준비 및 조직, 지휘, 참가, 집회 장소ㆍ시간의 선택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질서유지선 손괴, 침범에 대한 처벌강화 역시 집회의 자유 행사에 수반되는 소음, 일정 정도의 무질서 등을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면 처벌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집회 신고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ㆍ시위’에 대해 제한 금지 통고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원칙’에 대한 위반이자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며 “특히 드론채증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은 집회 참가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일 뿐 아니라 불법적 대량 감시와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섯 번째로 참여연대는 “집회 시위 불법행위로 인한 물적 피해뿐 아니라 경찰관에 대한 인적 피해까지 적극적 손해배상을 제기하겠다는 것은 집회참가자에 대한 협박과 다르지 않다”며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인데, 기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까지 당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집회 참여를 꺼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그렇지 않아도 연일 불법집회 엄단이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집회=불법’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경찰의 인적 피해가 어디까지인지도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설령 사법부에서 최종 무죄로 결정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집회 참여 시민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는 “그동안 헌재와 법원은 개인이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 대중의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하여 수인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집회로 인한 불편함을 개선하는 양 취지를 내세우지만, 이번 경찰의 ‘집회 시위 문화 개선방안’은 그동안 되풀이해 오던 ‘불법집회 엄단’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표명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진정으로 집회 시위 문화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헌법이 명시하고, 헌재와 법원이 거듭 확인해 온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인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보장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헌재가 지난 2016년 9월 29일 집회의 자유와 관련 ‘개인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국가 행위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예컨대 집회 장소로 여행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 장소로부터 귀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참가자에 대한 검문의 방법으로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집회 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집회의 자유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치를 금지한다’고 확인한 결정을 다시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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