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7일 “대통령실이 민주사회의 근간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지금 당장 위헌적인 집회의 자유 억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먼저 26일 대통령실은 집회ㆍ시위 제도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브리핑하며,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ㆍ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방해 및 주요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ㆍ새벽 집회, △ 주거지역ㆍ학교 인근 집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이른바 ‘불법 집회ㆍ시위’에 대한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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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민변(회장 조영선)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실의 집회ㆍ시위 관계 법령 개정과 단속 강화 권고는 집회의 자유가 갖는 헌법적 의미를 훼손하는 반인권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문제점을 제시했다.

민변은 “먼저, 대통령실은 권고의 배경으로 국민참여토론 결과 참여자의 대다수가 과도한 집회ㆍ시위로 겪는 피해를 호소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는 점을 들었다”며 “그러나 집회는 다수가 모여 공동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통행 불편이나 소음 등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집회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형성하고 표현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핵심이자 근본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변은 “특히 헌법재판소도 지적하듯 집회의 자유는 정치적으로 열세여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운 소수를 위한 기본권”이라며 “형식적인 다수결 내지 의견수렴을 근거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제한된 공간에서의 다수 의견이라는 이유로 집회ㆍ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가 갖는 본질적 의미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또한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ㆍ장소ㆍ수단을 선택할 자유를 보장한다”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집회를 할지 선택할 자유는, 집회의 자유를 구성하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민변은 “그럼에도 최근 경찰은 집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출퇴근 시간대 집회를 막거나 야간 집회를 일방적으로 해산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특히 경찰이 전장연, 민주노총 등의 퇴근 시간대 주요 도로 행진을 집시법 제12조를 빌미로 금지 통고한 것에 대해 법원은 위법한 ‘집회의 자유 침해’라 보며 잇달아 집행정지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2023아12061결정, 2023아1244결정, 2023아11958결정, 2023아11835결정 등이 있다.

민변은 “따라서 대통령실이 법령을 개정하여 퇴근 시간대 집회 제한을 권고하는 것은 위 법원의 결정들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야간집회, 소음 규제 강화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평화적 집회의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 제37호에서 ‘집회의 시간 또는 날짜 자체에 제한을 두면 그 제한과 규약과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평화적 집회의 참여자들은 확성기, 악기 등 장비 사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한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그렇기에 공중의 사생활의 평온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집회 시간ㆍ장소ㆍ수단을 보장할 방법이 충분함에도, 이러한 고려 없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대통령실의 권고는 명백히 위헌적”이라고 제시했다.

민변은 “나아가 집시법상 벌칙규정을 정비하겠다는 대통령실의 발표는, 결국은 집시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집시법은 이미 과태료 등 행정벌로 제재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형사처벌하고 있어 과잉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온 법”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2021년에는 과반수인 5명의 헌법재판관이 미신고 집회에 대한 형사처벌이 위헌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다”고 상기시키며 “그런데 대통령실은 오히려 기존의 위헌적인 집시법상 처벌규정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변은 “이번 대통령실의 발표는 집회의 시간과 장소, 방식을 문제 삼으며 연일 집회금지통고를 하고 강제해산 해왔던 경찰의 대응과 맞닿아있다”며 “대통령실이 계속 이야기하는 시민들의 헌법상 기본권과 공공질서 유지는, 결코 집회의 자유 보장과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민변은 “누구나 집회ㆍ시위를 통해 평화롭게 모이고 공적인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가치가 실현되고, 시민들 모두가 존엄과 자유, 평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복리와 자유를 증진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이 계속해서 민주사회의 근간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지금 당장 위헌적인 집회의 자유 억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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