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사법부 역사에 참 잊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사법부의 진상규명 의지가 아닌 검찰이 수사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것과 관련해 김예영 부장판사는 “법원은 검찰권 행사의 적법성을 통제해야 하는 기관인데, 검찰의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것은 부적절하고도 불행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 당시 ‘재판 개입 의혹’을 받는 임성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에 대해서만 탄핵소추한 것은 국회의 의무 방기라고 비판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는 법원 내부에서 사법행정을 통해서 사법의 본질인 재판 독립과 법관 독립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사례”라며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권력이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에 관한 총괄권한을 부여하면서 제왕적 대법원장을 통해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영선 민변 회장,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이범준 뉴스타파 기자,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 유승익 한동대 교수, 김예영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성창익 변호사
조영선 민변 회장,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이범준 뉴스타파 기자,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 유승익 한동대 교수, 김예영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성창익 변호사

오는 9월 24일 김명수 대원장의 퇴임을 앞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8월 30일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의 사법부 평가와 향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변 사법센터 소장인 장유식 변호사가 좌장을 맡았고,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가 ‘사법행정 개혁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유승익 한동대 교수가 ‘김명수 코트의 대법원 판결 평가’에 대해 주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민변 사법센터 성창익 변호사가 ‘상고제도 개혁의 과제’에 대해, 이범준 뉴스타파 기자가 ‘언론이 바라본 사법행정 개혁’에 대해,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가 ‘주요 노동 판결로 돌아본 김명수 코트’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 김예영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대응과 과제’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했다.

◆ 사법농단 진상조사와 드러나기

사법부의 소위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노력의 결과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2017년 4월 18일),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2018년 1월 22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2018년 5월 25일)가 나왔다.

이와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파일들이 공개됐는데, 이는 법원 내부의 관련자에 대한 인적조사, 그리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효량 전 기획제1심의관, 김민수 전 기획제1심의관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저장매체에 저장돼 있던 파일들에 대한 물적조사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동안 법원 내부 법원행정처의 재판에 관한 개입이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있다는 의심이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며 “사법부 역사에 비춰봐도 참 잊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과거에 중앙정보부나 안기부가 행한 사법권 침해와 재판에 대한 개입은 2007년 10월 국정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한 과정의 보고서 중에 사법부에서 객관적인 자료로 들어간 바가 있지만, 법원 내부에서 이루어졌던 재판 개입이나 사법행정권 남용행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자료는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이게 판사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 굉장히 큰 충격과 파장도 안겼고, 또 여러 가지 성찰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예영 판사는 “그 시기를 돌아보면 우선 2017년 2월 20일 이탄희 전 판사의 겸임 해제 발령이 있었고, 2017년 3월 6일 경향신문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보도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소장 판사들의 자발적인 진상규명 노력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근무하던 이탄희 판사를 법원의 엘리트 코스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겸임 인사발령을 했다. 그런데 이탄희 판사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업무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자, 법원행정처가 안양지원으로 복귀 인사발령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래서 김영현 판사가 2017년 3월 8일 코트넷(법원 내부통신망)으로 대법원장에게 진상조사를 요구해 진상규명 노력이 시작됐는데, 이때 불과 3일 만에 200명이 넘는 판사들이 ‘동의’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리고 각급 지방법원 및 지원에서 직급별 판사회의, 전체 판사회의를 개최해서 진상조사 요구를 하면서 특히 법원행정처가 스스로를 조사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더 공정한 조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사들이 생각했기 때문에 대표자나 조사위원 후보자 선출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때 양승태 대법원장은 진상조사 요구는 수용하면서도 이인복 대법관에게 진상조사를 위임했고, 위원장이 판사들로부터 개별 추천을 받아서 위원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결국 진상조사는 주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존해서 국제인권법연구회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부당한 견제 등 일부 사법행정권의 남용행위가 있었지만, 소위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이탄희 전 판사가 이규진 실장이 작성한 문건을 오해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러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법원 내외부에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며 “그래서 판자들이 종전에 뽑았던 대표자 또는 조사위원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서 의혹을 해소할 것, 이미 확인된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할 것, 그리고 사법행정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래서 이전보다 더 많은 지방법원과 지원 그리고 이때는 고등법원에서도 직급별 판사회의 전체 판사회의가 개최돼 이미 확인된 사실에 대한 책임 규명과 조치, 남아 있는 의혹에 대한 적극적 해소,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과 대표회의를 통한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해 달라고 결의하고, 대표회의에 대표자를 선출하게 됐다”고 했다.

2017년 6월 19일 그때는 법령상의 근거가 없었는데 제1회 전국법관대표회의(전법대)가 개최됐고, 이날 추가 조사를 시행하고자 하고, 대법원장에게 전법대가 구성한 소위원회에 조사 권한을 위임할 것과 법원행정처는 임종헌, 이규진과 법원행정처 기조실 소속 판사들이 2016년과 2017년에 업무상 사용했던 컴퓨터와 저장매체를 현안 조사 소위의 참여 하에 적절한 방법으로 보전할 것 등을 결의했다.

2017년 9월 27일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이 그해 11월 3일 추가조사를 결정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일단 위원회 형태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민중기 판사를 위원장으로 지명하고, 권한을 모두 위임해서 기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반, 새로운 현안 전국법관 대표가 선출했던 판사들 반으로 해서 추가 조사위를 구성해서 조사하게 됐는데, 이때 법원행정처 협조를 받아서 *임종헌, 이규진, 김민수, 임효량이 사용하던) 컴퓨터 저장매체에 대해서 ‘성향’ 등의 검색어를 통한 물적조사를 실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적 조사가 됐지만 당사자의 협조를 받지 못해서 암호가 설정된 문건들에 대해서 조사하지 못했고, 조사 목적도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의 해소로 제한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 “사법부 블랙리스트 이어 ‘재판거래’ 의혹 불거지며 엄청난 파장”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김예영 부장판사는 “2018년 1월 22일 조사보고서에 문건들이 나오게 되는데 동향 파악 문건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이라는 제목의 특정사건 담당재판부에 성향 파악 문건이 작성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게 되면서, 이게 법원 내부, 외부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됐다”고 밝혔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이 문건이 발견되고 나서 판사들이 코트넷 게시글 등을 통해서 굉장히 사법 구성원으로서 참담한 부끄러운 표시를 했던 반면, 그때 이 판결에 참여했던 6명의 대법관과 대법원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이 이 사건을 법에 따라서 진행된 것이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김 판사에 따르면 그래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8년 1월 24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추가 조사를 보완하고 앞으로 조치 방향을 논의할 기구 구성을 지시했고, 그래서 2018년 2월에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게 된다.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조사단장 안철상)이다. 조사위원은 노태악 서울북부지방법원장,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이성복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정재헌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구태회 판사로 구성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사 대상과 범위 등을 특조단에 위임했는데, 특조단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민일영 전 대법관 등 49명에 대한 대면, 서면, 방문 청취 및 서식 조사를 했다.

특히 임종헌, 이규진, 김민수, 임효량으로부터 물적조사에 관한 동의를 받고 암호도 제공받아 그들이 사용하던 컴퓨터 저장매체 8개 그리고 추조위에서 조사하지 못했던 암호 설정 파일 760개에 대한 전수조사 그리고 나머지 파일들에 대한 검색어 조사를 실시해 의혹 관련 문서로 410개의 파일을 추출하게 됐다.

특조단 조사 결과는 2018년 5월 25일 나왔는데, 조사 결과는 사법행정이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파일이 존재하나, 이들에 대해서 리스트를 작성해서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구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 “재판을 지원해야 할 법원행정처가 오히려 재판거래 수단으로”

서울동부지법 김예영 부장판사는 “(특조단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사들한테 재판과 관련해서 불이익을 줄 것인지 여부를 검토한 것,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것만으로도 재판의 독립이나 법관의 독립을 훼손한 것이고, 재판을 지원해야 할 법원행정처가 오히려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 실제 영향을 미칠 의도가 없었어도 재판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고 총평했다”고 밝혔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래서 사법부 관료화 방지책 추진,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기준 마련, 재판 독립 침해 시 시정장치 마련 등을 제안했고, 다만 의혹 관련자들의 조치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면서, 다만 조사 결과를 징계청구권자 또는 인사권자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2018년 6월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필요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무렵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형사절차 포함해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때 대법관 13명은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대법관들은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는 2018년 6월 특조단 보고서에 인용된 파일 90개 그리고 언롱네서 의혹을 제기한 중요 파일 등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파일 98개를 공개했고 전법대에서 2018년 7월 23일 410개 파일 중 미공개 파일의 공개를 결의하자, 7월 31일 코트넷을 통해 위 98개 파일과 중복 또는 업데이트된 파일 84개를 제외한 미공개 파일 228개 중 중복된 파일 32개를 제외한 196개를 마저 공개했다.

참여연대는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손상된 파일 등 6개를 제외한 406개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감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참여연대 간사가 비공개결정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보충성 요건 결여로 각하해, 결국 위 196개 파일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이후에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 2018년 11월 검찰이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를 확보하게 되면서 송승용, 박노수, 김예영 판사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해 인사 불이익 조치를 검토하고, 송승용 판사에 대해서는 실제로 실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 “법원은 검찰권 행사의 적법성을 통제해야 하는 기관인데, 검찰수사 통해서 진상규명 이루어질 것이 매우 부적절하고 불행한 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이 정도로라도 진상규명이 이루어진 데는, 각급 법원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치열한 내부 토론과 의결에 이르기까지 소장 판사들의 재판 독립, 법관 독립에 대한 열망과 헌신이 있었고, 이를 받아들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결단이 있었으며, 그리고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런데 법관 인사에 대한 문서,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 핵심 문서는 검찰의 수사로 일부만 확인됐다”며 “법원은 검찰권 행사의 적법성을 통제해야 하는 기관인데,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것이 매우 부적절하고 불행한 일이었다”고 씁쓸해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로 임명되고 법원행정처 몇몇 인사가 바뀌었음에도, 법원이 스스로 완전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이후의 후속 조치도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 대법관 일동의 성명에서 보듯이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위법관 등 내부로부터 강력한 반발이 있었고, 그리고 인정(人情)과 동료 의식 같은 것들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돌이켜보면 외부 인사가 참여한 독립적 조사기구를 구성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아쉬워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리고 법원은 대법원이든, 법원행정처든, 전국법관대표회든,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기록이나 아카이빙(특정기간 동안 필요한 기록을 파일로 저장매체에 보관하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향후의 과제”라고 짚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 사법농단 연루 의혹 법관에 대한 징계의 문제점

서울동부지법 김예영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판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에 대해 언급했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와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정직ㆍ감봉ㆍ견책의 세 종류의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그는 “책임 추궁에 대해서 보면 우선 법관징계가 법관 독립을 위해서 헌법이나 법관징계법에 따른 것으로 굉장히 제한돼 있는데, 그래서 특히 그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징계 처분 시 관보 게재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18년 6월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해 13명의 법관에 대해 징계 처분을 했는데, 일부 법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명단이나 구체적인 징계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징계위원장과 징계위원이 누구였는지, 결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전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법원의 다른 위원회 구성 관행을 봤을 때, 주로 고위 법관들로 구성돼 있을 것으로 짐작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법관에 대한 징계사건을 심의 결정하기 위해 대법원에 위원장 1명, 위원 6명, 예비위원 3명으로 구성된 법관징계위원회를 두며, 위원장은 대법관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위원은 법관 3명과 변호사, 법학교수 그 밖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각 1명을 대법원장이 이명하거나 위촉한다. 임기는 3년이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일단 징계시효도 대부분 완성이 되었는데, 그러니까 징계시효도 징계청구권자가 실기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지만, 법관에 대한 징계의 특성이나 징계사유의 특성에 비춰서 지나치게 짧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이런 짧은 시효나 위원회 구성과 절차의 불평성의 문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법관 징계시효는 성매매, 성폭력, 성희롱 등 성비위에 해당하는 경우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이고,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는 등 경우에는 5년, 그 밖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3년에 불과하다.

검찰에서는 2019년 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을 기소하고, 추가 수사를 거쳐 2019년 3월 사법농단에 연루된 현직 법관 66명의 명단과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대법원은 그중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 청구했고,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22년 1월 감봉 1명, 견책 1명 그리고 1명은 무혐의로 징계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나머지 7명을 비롯한 다른 비위 법관들에 대한 명단과 구체적인 징계내용은 사생활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판사들과 관련 김예영 부장판사는 “대부분 무죄가 확정되거나, 또는 1심에서 소송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죄가 확정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논거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한 사항에 대해서 직권 행사에 가탁(假託)해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에,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데, 사법행정권의 재판업무 중 핵심영역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사법행정권자의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어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무죄 판결 내용을 짚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이렇게 되면 결국 재판의 독립성을 이유로 ‘재판업무 중 핵심영역’ 즉 판결은 물론 모든 중간적 결정이나 소송 지휘 등에 대해서 결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게 되며, 사법행정에 해당하는 법관의 활동 등과는 달리, 오히려 가장 보호되어야 하는 재판영역이 형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이건 독일의 법관법이나 법관직무법원제도와 같이 사법행정 권한 행사의 기준이 상세하게 정해져 있거나, 사법행정이 자신의 독립을 침해한 경우에 권리구제수단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재판의 독립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송승용 판사가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ㆍ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2020년 민사소송이 제기됐는데, 2022년 5월 11일 사건 재배당 추정된 지 1년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장기간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영선 민변 회장,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이범준 뉴스타파 기자,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 유승익 한동대 교수, 김예영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성창익 변호사
조영선 민변 회장,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이범준 뉴스타파 기자, 공두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 유승익 한동대 교수, 김예영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성창익 변호사

◆ “국회가 사법농단 연루 판사 중 재판개입 의혹 임성근만 탄핵소추한 것은 의무 방기”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는 법관 탄핵소추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김예영 부장판사에 따르면 판사들 사이에서는 사법농단 연루 법관의 검찰의 기소 이전부터 재판개입 행위가 형법 즉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므로, 이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헌법상 의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6인은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박근혜) 정부 관계자와 비공식적으로 회동해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해 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 등이 재판의 독립과 삼권분립 등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음을 확인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공식적인 헌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는 의안을 제안해서 2018년 11월 19일 가결됐다.

재판 개입 의혹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의 1심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임성근이 부적절한 재판 관여 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확하고, 이는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103조가 규정한 법관의 독립해 심판할 재판권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위헌’이란 헌법에 위반되는 하자가 있다는 뜻에 불과하고 그 하자가 중대하거나 심각하다는 의미까지 포함된 것은 아닌데, 헌법의 최고규범성 등으로 인해 ‘헌법 위반’의 하자는 항상 중대하고 심각한 것으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고, 위 재판관여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 등에는 해당하지 않아 해당 재판부의 심판범위를 넘는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적 행위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국회가 2021년 2월 24일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을 청구했는데, 헌재의 법정의견은 ‘임성근은 임기 만료로 법관직에서 퇴직해 더 이상 공직을 보유하지 않아 공직 박탈의 관점에서 심판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의견이었다.

다만 이에 대해 임성근 수석부장판사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법관의 대한 신분보장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이므로, 피청구인을 직에서 파면해야 하지만, 임성근이 임기만료로 퇴직해 직에서 파면할 수 없으므로, 임성근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한다는 헌법재판관 3인의 인용의견도 개진됐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론의 당부에 대해서 논하지 않더라도, 국회가 임기 만료 24일 앞두고 임성근 1명에 대해서만 탄핵소추 결의한 것은 삼권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상 의무에 대한 방기”라며 “또한 임성근에 대해서만 탄핵심판청구를 함으로써 소위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헌법 판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김예영 부장판사

◆ 사법농단 어떻게 가능했나?

특히 김예영 부장판사는 “그래서 결론적으로 ‘사법농단’ 사태는 법원 내부에서 사법행정을 통해서 사법의 본질인 재판 독립과 법관 독립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사례였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건 역사적으로 권력이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에 관한 총괄 권한을 부여하면서 제왕적인 대법원장을 통해서 사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해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현재의 법원장 추천제나 사무분담위원회 제도 등은 비록 그 한계가 뚜렷하고, 향후 보완이나 현명한 운영을 요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치로 도입된 것이고, 권력이 어느 쪽에 있든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이 독립된 사법부를 갖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봤다.

김예영 부장판사는 “재판 지체 등 법원의 산적한 문제들이 재판 독립이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법한 사법행정권의 행사, 사법의 본질에 맞지 않는 과거의 수직적 관료시스템으로 퇴행하는 것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될”이라고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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