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법원개혁 토론회’에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까지 대전지방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하다가 지난 2월 법원행정처에 들어온 강지웅 판사(사법연수원 36기)다.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방안들에 대한 고민과 대법원의 곤혹스런 입장 등을 상세하게 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판사들이 받는 비난에 대해서도 다소 억울한 듯 토로하기도 했다.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이 5일 법원개혁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이 5일 법원개혁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5일 국회의원회 제1간담회실에서는 법조인 출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ㆍ박주민ㆍ백혜련 국회의원, 민주평화당 천정배 국회의원 그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법원개혁 토론회 - 무엇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을 아래에서는 편의상 강지웅 판사로 기재한다. 강지웅 판사는 사법발전위원회 산하 전문위원 제2연구반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나온 강지웅 판사는 “(법원서) 재판을 하다가 지난 2월에 법원행정처에 오게 돼서 한 7개월 간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며 “(토론 발표자들이) 발제해주신 것과 관련해 저희가 미처 설명을 못 드렸거나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 말씀을 시작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 판사는 “올해 1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2차 진상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온 이후 사법행정 개선을 위한 사법개혁TF를 구성해 활동을 시키겠다고 했으나 그 경과가 알려진 바 없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법원에서 대외적으로는 TF 활동에 대해 충분히 알려드린 바 없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

그는 “저희 내부적으로는 구성이 돼서 석 달 동안 10차례 회의를 했다. 내부 TF이다보니 실무적인 논의들을 했다”며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인력을 비법관화를 하게 되면 외부 전문가로 하게 되면 어떤 실무적인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법원행정처 역할을 어떻게 축소할 것인가 등 논의를 쭉 해서 그 결과가 담긴 자료집 일체를 전국법관회의에 제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강지웅 판사는 “요즘 몇 달에 거친 (사법농단 관련) 언론보도 때문에 굉장히 놀라시고 또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한명의 법관으로서 자괴감도 많이 들고, 어제오늘 사이에도 법원행정처에서 몸담고 있는 저도 모르는 수사내용이나 이런 것들이 나오면서, 저도 판사이자 국민으로서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고 있고 그런 개인적인 소회가 있다”고 털어놨다.

강 판사는 “그런데 밖에서 ‘판사들 뭐하냐’, ‘지금 사법부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말씀을 많이 해주는데, 사실 이거 하나만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지금 여기까지 (사법농단) 진상이 밝혀진 데에는 여러 판사들의 용기 있는 행동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라는 점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애초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밝혀지게 된 것은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으로 발령 받은 한 판사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연구회 학술대회를 축소할 것을 지시받고, 그것에 항거해 사직서를 내게 되면서부터 밝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판사들이) 가슴 아파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그리고 아무런 법적인 제도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만들어서 목소리를 내고 계속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판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강지웅 판사는 “물론 지금은 밖에서 ‘법관 이기주의다’ ‘조직 이기주의다’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판사들이라는 집단 전체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판사들의 인식 수준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저도 판사”라면서 “그렇지만 어쨌든 ‘예전에 사법파동이 있었을 때만큼 판사들이 용기가 없다’. 그리고 ‘희생이 없다’라고 까지 말씀하시는 것은 (판사들로선) 조금 슬픈 부분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털어놨다.

강 판사는 “작년 가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에 당연히 대법원장의 과제는 사법개혁 법원개혁일 것”이라며 “그런데 대법원장의 고민은 예전처럼 대법원장 1인의 지시와 법원행정처 중심의 일사분란한 정책 추진으로 이뤄지는 방식이 과연 맞느냐, 그것이 개혁이든 반개혁이든 그런 고민이 대법원장에게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대법원장) 취임 1개월 후에 사법제도개혁을 위해 실무준비단을 준비했다. 전국법관회의에서 뽑은 절반, 행정처에서 뽑은 절반이 들어가서 사법개혁 추진 방식이나 의제를 설정하는 두 달간 했다. 그 결과물이 사법발전위원회다”라고 설명했다.

강지웅 판사의 토론을 경청하는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좌)와 토론회 좌장인 장주영 변호사(전 민변 회장)
강지웅 판사의 토론을 경청하는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좌)와 토론회 좌장인 장주영 변호사(전 민변 회장)

강지웅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반년 간 이어온 사법발전위에서 실무준비단에서 준비한 의제를 부여해 토론과정에는 대법원장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전문위원 연구 활동이나 위원이나 저나 법원행정처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이 있는데, 물론 그 과정에서 행정처 입장이나 법관 사회 입장을 개진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위원회 의결할 때에는 각계의 인사들이 위원으로 오셔서 의결을 했고, 지금 의결된 건의안들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아쉽기나 하나, 사법발전위원회에서 제시한 방향성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께서는 지금 사법발전위원회가 도출한 건의문을 진정성 있게 따를 의사를 갖고 있고, 그것을 뒤집거나 왜곡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강 판사는 “또 한 가지 ‘김명수 대법원장이 너무 사법발전위원회에 맡기고 유우부단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께서는 사법발전위원회 논의와 별개로 3차 특별조사를 2월에 추진해서 5월에 나온 결과이고, 그것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그 다음에 대법관 제청 및 헌법재판관 지명 절차 개선, 그리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고민이 많고 그 결과물은 여러분이 보시는 바와 같아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며 대법원장의 행보를 설명했다.

또 “그리고 기획법관제도 폐지. 제가 행정처에 와보니 정말 각급 법원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사고가 일사분란하게 행정처에 보고되는 시스템들이 구축돼 있었고, (대법원장이) 그런 보고체계를 허무는 작업이 시작됐고, 그런 부분은 상당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지웅 판사는 “다음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법원 규칙으로 상설화 돼서 정기회 임시회 계속 열어가고 있고, 다음주 월요일에도 법원행정처 개편방향이나 사법행정 의사결정구조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그리고 (지난) 5월 30일에도 대법원장이 특별조사 결과에 대해 여러 가지 조치들을 약속했다. ‘수평적 합의제, 법원행정처 전문 인력으로 대체하겠다. 법관승진인사 폐지하겠다. 윤리감사관 외부개방직으로 바꾸겠다. 윤리기준을 강화하겠다’ 이런 조치들은 새로운 게 아니고 법관사회 혹은 시민사회에서 장기간 제시한 것을 수용한 것”이라고 소통과 의견수렴의 모습을 환기시켰다.

강지웅 판사는 “다음으로 ‘법원행정처가 개혁의 주체가 되는 것이 맞느냐’라고 많이들 하신다. 법원행정처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다”고 일축하면서 “법원행정처는 법률상 대법원장을 보좌하는 기구다.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법원행정처를 개혁의 주체로 생각했다면 사법발전위원회를 만들고 그렇게 논의해 줄 것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른바 법원행정처의 셀프개혁 비판을 해명했다.

강 판사는 “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후 법원행정처가 개혁의 주체가 된 적이 없다”면서 “지금 개혁 추진되는 것은, 사법발전위원회에서 의결된 또는 대법원장이 법관사회나 시민사회에서 요구된 것을 받아 안아서 결단한 것에 의해서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
토론자로 참여한 강지웅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

강지웅 판사는 “다음으로 요즘 제일 궁금해 하시는 부분인데, 저도 사법발전위 활동을 하면서 전문위원들이나 국회의원들, 그리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있는 분들로부터 사법발전위원회에서 건의된 것들을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고, 오늘도 법원행정처에서 셀프개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강 판사는 “저희가 법원행정처에서 생각했던 것은 법관승진인사 폐지 즉 고법부장 직위 폐지,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직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조직을 장소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치 (문재인) 대통령께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한 것처럼, 청와대와 광화문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청와대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ㆍ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처럼, 저희도 청사에서 법원행정처가 나가든지 대법원이 나가든지 하여튼 장소적으로 분리되는 것 자체만으로 사법행정과 사법이 분리되는 것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대법원 조직과 행정처 조직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지웅 판사는 “지금 말씀 드린 것들은 사실 사법부 내외부에서 큰 이견이 없고, 지금 법률안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아서, 물론 이런 것들은 즉시 국회나 법무부에 정부입법 또는 의원입법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웅 기획심의관이 토론자로 설명하고 있다.
강지웅 기획심의관이 토론자로 설명하고 있다.

강 판사는 “다만 더 큰 과제 핵심적으로는 사법행정의 의사결정기구를 만들 것이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어떻게 법원사무처를 만들어서 거기서 상근 판사를 뺄 것이냐 라는 이런 핵심과제는 법원행정처가 섣불리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일단 의견수렴을 지시해서, 저희가 8월 중순부터 전국의 법원을 돌아다니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도 의견을 구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 (토론회) 계시는 분들은 ‘그런데 외부의견을 안 듣느냐’ 할 수도 있는데, 어째든 의견수렴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웅 판사는 “(사법개혁) 추진단 얘기가 많이 나와서 말씀 드리면,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속도와 방식이 일정부분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사실 지금 이렇게 된 것은 5월 25일 특별조사단 결과가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도 있고, 또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도저히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많은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재판거래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개혁 조치들을 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강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취임 1주년이 되도록 왜 아무것도 안하느냐는 외부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런데 한편으로는 법원 내부에서는 판사들은 상고법원 트라우마가 강하게 있어서 사법행정회의를 만들고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를 빼는 것조차도 ‘판사들의 의견수렴이 충분치 않다’고 굉장히 강하게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지웅 판사는 “그래서 판을 크게 벌려서 의견수렴을 해서 (종합적인 법원개혁방안을) 만드는 게 맞을지, 어떤 개혁의 결과물을 빠르게 보여드리는 것이 맞을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판사는 끝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재는 다 열려져 있는 상태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다음주에 전국법관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 법원개혁을 할지에 대한 입장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지민 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가 사회를 진행하고, 좌장은 장주영 변호사(전 민변 회장)이 맡았다.

[발제1] ‘법원 내 개혁 논의, 진행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혜리 경향신문 기자가, [발제2] ‘현 법원 개혁 논의에서 실종된 것과 장단기 개혁 추진 과제’에 대해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3] ‘법원 개혁의 주체와 방법’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토론자로는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창익 변호사(전 판사), 오지원 변호사 (전 판사)가 참여했고, 또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인 강지웅 판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금태섭 의원, 박주민 의원, 백혜련 의원, 천정배 의원,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호철 민변 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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