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검사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3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치부가 드러났다”며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하고, 양심 있는 판사들을 사찰하는 등 사법부 행태는 헌법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통탄했다.

검사 출신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검사 출신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법원행정처 추가공개 문건을 계기로 보는 사법농단 실태 긴급 토론회 : 사법농단 실태 톺아보기”에 참석해서다.

이 토론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국회의원 박주민 의원실, 박지원 의원실, 송기헌 의원실, 채이배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민변 김호철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변 김호철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사말에 나선 송기헌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치부가 드러났다”며 “사법농단 실태는 점입가경”이라고 경악했다.

송 의원은 “(대법원의) 공개된 문건에서 (양승태) 사법부는 국민을 이기적 존재라고 폄훼하고, 그러면서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송기헌 의원은 또 “(사법부의) 행정부ㆍ입법부는 물론 우호적인 보수언론에 대한 로비는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사기업과 다르지 않다”며 “일부 양심 있는 판사들의 목소리엔 귀를 막았고, 오히려 이들을 사찰하고, 판사들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질타했다.

송 의원은 “이러한 사법부 행태는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근간을 흔들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유신헌법에 덕지덕지 싸구려 화장품을 덧칠한 모습이 연상된다”면서 “국회의원 이전에 법조인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통탄했다.

송기헌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기헌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기헌 의원은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8기를 수료하고 1992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돼 인천지검, 부산지검에서 검사로 재직하다 1999년 검복을 벗고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6년 제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송 의원은 “하지만 사법부는 여전히 정의의 저울 뒤에 숨어 있다”며 “법원행정처는 아직도 민낯이 드러날 수 있는 3개의 문건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밝힌 미공개 사유가 참으로 구차하다”며 “‘국회의원이나 법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 우려가 있는 주관적인 평가 부분은 비공개하기로 했다’는 것인데, 자신들 스스로 국회의원 등을 사찰하고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들었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송기헌 의원은 “법원행정처는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법적 책임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청구한 22건의 압수수색 영장 중 단 2건만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수사를 자청해 놓고도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은 기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송기원 의원 블로그

송 의원은 “헌법에서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것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법부를 만들려는 제도적 보장”이라며 “하지만 사법권 독립은 수단일 뿐, 그 목적은 국민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 법원이나 법관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 사법권을 특정 권력을 위해 남용해서도 안 된다”고 상기시켰다.

송기헌 의원은 “법원행정처는 기무사가 계엄령 문건으로 조직 해체를 눈앞에 두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는 사법행정권의 본 모습과 한계를 알아보고, 사법부의 온전한 독립과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왼쪽에 조응천 의원 옆에 있는 손에 깁스한 박지원 의원이 판사 출신 유지원 변호사의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호철 민변 회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송기헌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검사 출신 조웅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토론회에 참석하며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는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이 진행했고, 좌장은 민변 회장을 역임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상고심제도개선 TF’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장주영 변호사(법무법인 상록 대표)가 맡았다.

좌측부터 장주영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지미 민변 사법위원장
좌측부터 장주영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지미 민변 사법위원장

토론회 발제는 판사 출신 유지원 변호사가 “상고법원을 위한 법원행정처의 ‘홍보’ 행태, 적절한가”를 주제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원행정처의 입법기관/시민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 정당한가’를 주제로, 민변 사법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가 ‘법원행정처에게 변호사단체란 무엇이었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민변 사법농단 TF 간사인 최용근 민변 사무차장이 ‘법원행정처의 또 다른 거래 의혹: 국민의 기본권이 거래목적물이었나’를 주제로,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사법부의 잇따른 영장기각의 문제점, 향후 검찰 수사의 바람직한 방향과 방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토론자로는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정책위원인 김연정 변호사, 민변 언론위원장인 이강혁 변호사, 이범준 경향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한편, 지난 7월 31일 법원행정처(처장 안철상 대법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미공개 문건 196개를 공개했다. 기존 미공개 됐던 228개 중 중복된 32개 문건은 제외됐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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