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가 외부로 드러나는 계기된 이탄희 판사인 아내인 오지원 변호사는 11일 김명수 대법원장과 판사들에게 용기를 내달라며 간곡하게 당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대법원장과 판사들이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이다.

오지원 변호사
오지원 변호사

이날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이 주최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변호사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시국선언 사회를 맡은 정영훈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오지원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태가 밝혀지게 계기가 된 이탄희 판사의 아내 되는 분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오지원 변호사
오지원 변호사

규탄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오지원 변호사는 “사실 2017년 초에 남편이 사직서를 던진 날로부터 (대법원의) 세 번의 조사가 있었고, 그리고 세 번의 조사 끝에 나온 결과는 참혹하지 그지없다”며 “남편과 가족 모두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 고통의 근원은 배신감이었다”고 털어놨다.

오 변호사는 “저 역시 판사 출신으로, 법원에서 6년간 근무했다. 제가 나름대로 존경하고 믿었던 분들이 판사들을 사찰하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실행하고, 지시하고, 보고를 받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고 고통이었는데, 저희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이제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지원 변호사가 규탄 발언하고 있다.

오지원 변호사는 2005년 2월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2011년 2월 수원지법 판사로 근무하다 법복을 벗었다. 현재 법률사무소 나란 대표를 맡고 있다.

오지원 변호사는 “재판 당사자들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 BH(청와대) 협상을 운운하는 문건이 나왔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그 현안 말씀자료를 가지고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냥 버렸다고 기자회견에서 말씀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오 변호사는 “저는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법조인의 한 사람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법농단)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써 이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시고 용기를 내십시오”라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호소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사법부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오히려 다른 많은 (사법농단) 문건들이 드러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재판을 (청와대와의) 협상도구로 생각했던 (법원행정처 사법농단) 문건이 이미 드러났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끝없이 추락했다”고 일축했다.

오 변호사는 “여기서 대법원이 그리고 판사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려면 소수 판사들의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선을 긋고, (사법농단의) 모든 진실을 밝히고 더 용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이것은 판사들의 어떤 처우 문제가 아니다. 판사들의 의견이 중요한 게 아니고,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이미 5가지 이상 의혹에 대해서 조사단 스스로가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고 판단을 했다. 직권남용의 기초요소가 되는 것을 판단을 했다. 그렇다면 직권남용죄 성부에 대해서 의견이 다르더라도 당연히 고발할 수 있고 고발을 해야 하는 대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은 의혹만으로 다 고발을 하는데, 왜 법원은 대법원장의 고발이 있어야만 수사대상이 되는 겁니까”라면서 “법원은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님 부디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려주십시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지원 변호사는 “그리고 국회는 (사법농단 사건 피해) 당사자들의 재심청구권까지 특별법으로 마련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번 사법농단 사건이) 검찰 수사가 어렵다면 특검으로 가고, 국민참여재판 하면 된다. 그리고 국민참여재판 하고 일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재심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그런 적극적인 조치가 없이는 지금 이 상황의 사법부 불신은 어떤 방식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며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님, 판사님들 용기를 내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정영훈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정영훈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이사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시국선언 참여 변호사들의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정영훈 인권이사는 “오지원 변호사님 과감한 말씀 감사드린다. 그런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지했다.

이날 변호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미공개 문건을 전면 공개할 것 ▲성역 없는 철저한 조사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징계, 탄핵 등 책임을 물을 것 ▲대법원 및 사법행정개혁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번 시국선언에는 전국의 변호사 2015명이 서명했다. 또한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 중 9곳의 지방변호사회 회장들이 적극 동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유준용 회장, 인천지방변호사회 이종엽 회장,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이정호 회장, 충북지방변호사회 김준회 회장, 대전지방변호사회 김태범 회장, 부산지방변호사회 이채문 회장, 광주지방변호사회 최병근 회장, 전북지방변호사회 황규표 회장이 참여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는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이종엽 인천지방변호사회장,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이명숙 전 한국여성변호사회장,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은진 변호사(법무법인 민) 등이 규탄 자유발언을 통해 사법농단 사태 진상규명 촉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변호사들은 대법원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거리행진에는 오영중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 인권위원장)가 진행을 맡았다. 거리행진에는 기자회견 때보다 더 많은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동참했다.

변호사들은 오영중 변호사의 선창에 따라 “양승태를 처벌하라”, “검찰은 즉각 수사하라”, “미공개문건 전부 공개하라”, “사법부를 전면 개혁하라”, “대법원은 즉각 수사 의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