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역임한 이명숙 변호사는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통탄할 일”이라며 “변호사들은 정말 비분강개하고 있다”고 변호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명숙 변호사
이명숙 변호사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이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개최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요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변호사 시국선언’에 참여해서다.

규탄발언에 나선 이명숙 변호사는 “오늘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게 참 안타깝고 통탄할 일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명숙 변호사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명숙 변호사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제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으로 있던 제48대 변협 집행부에서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 양승태 대법원장님이 오지 않았다”며 “저희 변협에서 상고법원에 대해서 반대를 했다는 이유로, 그때부터 대법원과 변협은 정말 너무나 아무런 협조도 되지 않고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와서 봤더니 그 이유가 바로 상고법원 관련된 게 주된 내용이었다”며 “어쩌면 이 분은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 안 온 게 아니라 못 온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하창우 변호사가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을 역임했는데, 이명숙 변호사는 2014년~2016년 사이 대한변협 부협회장으로 활동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하는 변호사들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이 초청되고, 대회장에 나와서 축사를 하는 게 관례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작년 8월 열린 변호사대회에도 불참해,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대신 참석해 축사를 했다.

좌측부터 이덕우 변호사, 이명숙 변호사, 오지은 변호사, 신현호 변호사
좌측부터 이덕우 변호사, 이명숙 변호사, 오지은 변호사, 신현호 변호사

이명숙 변호사는 “제가 인권이사로 있던 2009~2010년 대법관을 1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대법원 제도개선을 해야 된다는 논의를 집행부에서 했었는데, 그 때 그 논의대로 제안대로 뭔가 진도가 개선됐다면 오늘 이 자리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했다.

이 변호사는 2009년~2010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인권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저희 변호사들은 정말 비분강개하고 있고,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많은 변호사들이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고, 이 순간에 함께 연명할 것”이라며 “저희들이 원하는 것들은 박찬운 교수님이 방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주된 내용들 그리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뒤에 이명숙 변호사가 ‘대법관 및 관련 법관은 사퇴하라’는 종이표지를 들고 경청하고 있다.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뒤에 이명숙 변호사가 ‘대법관 및 관련 법관은 사퇴하라’는 종이표지를 들고 경청하고 있다.

이명숙 변호사는 “(사법부가) 제도개선 되고, (사법농단을) 철저히 진상규명해서 우리 변호사들이 믿고 변호할 수 있고, 국민들이 믿고 법을 찾을 수 있게끔 그런 제도를 만들도록 우리 모두 함께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국선언에 참여해 규탄발언에 나선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정의실현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사법부라고 볼 때, 이것은 단순한 사법의 위기가 아니라 정의의 위기다”라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의 전 구성원들은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며 5가지를 제시했다.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첫 번째로 “특조단이 확보한 문서(410개) 전체를 즉각 공개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특조단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시로 설치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말한다.

박찬운 교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의심할 수 있는 문건을 국민들이 보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다. 숨기지 말고 공개하라”며 “국민이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책임자급에 대한 형사고발하라”고 촉구했다.

박찬운 교수는 “이제 더 이상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셀프조사는 의미가 없다. 그런 방식으론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양승태나 핵심 관계자를 조사할 수 없다”며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강제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수사밖엔 없다. 그들에 대해서 수사해서 범죄증거가 발견되면 기소해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 번째로 “관련 법원행정처 법관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박찬운 교수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의 손발이 된 법관들은 지금도 일선 법원에서 재판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재판업무를 한다는 것은 사법정의를 위해서 묵과할 수 없다”면서 “의당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적어도 일정기간 자숙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 번째로 “양승태 대법원의 구성원으로서 현재 재직 중인 대법관들의 일괄 사퇴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박찬운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은 양승태의 사법농단에 가담했거나 동조한 책임이 있다. 이제껏 누구하나 양승태의 법원 운영에 비판하거나 저항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 없다”며 “특히 KTX 사건 등 몇 건의 사건에선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대법관이 있는 한 대법원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즉각적으로 사퇴해 대법원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섯 번째로 “마지막으로 향후 법원행정처에 의한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개혁 방안 즉각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박찬운 교수는 “향후 사법행정권 남용방지를 위해선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 개헌 이전이라도 사법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과감한 방안을 즉각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의 변호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을 긴급 구성하고 지난 9일부터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을 위한 연서를 받았다.

1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전국변호사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있기 바로 전인 오전 9시 기준으로 시국선언에 서명한 변호사는 무려 2015명에 달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또한 이번 시국선언에는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 중 9곳의 지방변호사회 회장들이 적극 동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유준용 회장, 인천지방변호사회 이종엽 회장,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이정호 회장, 충북지방변호사회 김준회 회장, 대전지방변호사회 김태범 회장, 부산지방변호사회 이채문 회장, 광주지방변호사회 최병근 회장, 전북지방변호사회 황규표 회장이 참여했다.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는 이찬희 서울변호사회장, 이종엽 인천지방변호사회장,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이명숙 전 한국여성변호사회장,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원행정처의 법관 뒷조사 지시 등에 반발해 사표를 던진 이탄희 판사의 아내 오지원 변호사, 위은진 변호사(법무법인 민) 등이 규탄 자유발언을 통해 진상규명 촉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은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변호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변호사들은 대법원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거리행진에는 기자회견 때보다 더 많은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동참해 “양승태를 처벌하라”, “검찰은 즉각 수사하라”, “미공개문건 전부 공개하라”, “사법부를 전면 개혁하라”, “대법원은 즉각 수사 의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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