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리걸테크 모임을 만들어 법조미래를 준비하는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는 한국의 법률서비스 시장과 사설 법률 플랫폼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미변 출범
한미변 출범

지난 8월 24일 한국미래변호사회(한미변, 회장 안병희)가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하는 자리에서 이현곤 변호사는 “리걸테크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현곤 변호사는 “미국의 리걸테크는 가장 많이 하는 게 전자증거개시 제도와 관련한 부분이 발전돼 있고, 또 판결 예측 시스템, 어떤 판사의 성향이라든지 이런 걸 통계로 잡아 미리 결론을 예측할 수 있는 정도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리걸테크 업체들을 훑어봤다는 이현곤 변호사는 “근데 제대로 된 투자를 받은 업체는 로톡, 엘박스 정도인데, 다른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비해서 많이 투자를 받은 건 아니다”고 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지금 로톡은 변협(대한변호사협회)한테 직격탄을 맞아서 직원도 감축하고 좀 내려가는 추세로 돼 있고, 엘박스는 아직은 그런 (외부적인 영향) 것들이 없으니까 조금 적극적으로 뭔가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는 “판결문을 가지고 준비서면을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든다든지 이런 것들에 도움을 주는 그런 것들을 개발하는 정도 수준까지는 이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로톡, 엘박스) 두 업체를 제외하고는 (리걸 테크는) 사실은 거의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벤처 인증을 받은 로펌 같은 것도 변호사 혼자 작업해서 하는 정도 수준인데, 다른 분야 스타트업이나 테크가 적용되는 수준에 비해 법조 분야는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냐하면, 부동산 플랫폼만 해도 호갱노노는 수천 억까지도 지원받아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비교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자본에 의한 변호사 시장의 잠식 부분은 사실 많이 우려하는데, 제가 투자자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자본은 돈이 안 되는 곳에는 절대 돈을 넣지 않는다”며 “변호사 시장 먹을 게 없는데, 자본에 잠식이 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만약에 법조시장을 통해 어떤 자본이 들어와서 투자한다면, 변호사 시장 업체에 매출 몇 조 안 되는 그걸 잠식해 가지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으면 망하겠다”고 말했다.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는 “저도 법원에서 (법관으로) 있다가 나와서 내년에 10년째가 되는데,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는 사건 수임 매출”이라며 “그래서 항상 한 달이라도 매출이 줄어들면 불안하고,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이래서 항상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 제가 변호사 개업했을 때하고 지금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봤다.

이현곤 변호사는 “뭐냐면 지금은 시장 자체가 거의 온라인으로 이동해가는 분위기고, 우리나라 전체 마켓에서 모든 상품은 온라인으로 거래가 다 이루어지고 있다”며 “유이하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게 부동산과 법률서비스”라고 짚었다.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는 “(사설 법률 플랫폼) 로톡이 가장 정점에서 직격탄을 맞았고, (변협의 제동) 이게 과연 올바르냐 아니냐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로톡이 가장 타깃이 되고 대상이 된 거는 사실 온라인 때문”이라며 “시장 자체가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면 두둘겨 맞을 필요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근데 로톡이 살아나든 아니든 간에 상관없이 시장은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온라인 거래에 익숙해져 있다”며 “이제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자기가 모든 제품을 비교해 보기 때문에, 어떤 특정 플랫폼 하나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그 시장의 대세가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왜냐하면, 금융 소비자들은 이미 온라인에 익숙해져 있어서 앞으로 사건 수임이라든지 시장 개척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결국은 온라인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현곤 변호사는 “그러니까 시장 자체가 예전에 고전적인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다음에 정보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네이버 검색만 해도 이제 기본적인 건 알아요. 워낙 유튜브도 나오고 하니까 이제 변호사한테 바라는 서비스가 도대체 뭐냐 하는 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하게 기본적인 서류 작업이라든지, 단순한 법률 상담 이런 부분은 소비자들이 그 정도 수준은 이제 검색만 해보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넘어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될 때가 됐다”고 짚었다.

이현곤 변호사는 “변호사도 그 정도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에는 테크의 도움을 받아야된다. 저도 사실 법률 상담하다가 잘 모르는 거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 네이버 검색한다”며 “일단 여러 가지 답변이 나오지만, 그래도 짬밥이 있으니까 뭐가 옳은 답이고 나쁜 답인지는 보면 대충 안다”고 털어놨다.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는 “우리나라 송무 시장이 3조, 4조, 5조 정도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게 사실은 더 늘어나질 않아요. 최근에 (대법원 발간) 사법연감을 보면 민사 사건, 형사 사건 다 해서 사건 수가 줄면 줄었지 10년 동안 늘어난 게 없다”며 “항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조금씩 줄고 있다”고 짚었다.

이현곤 변호사는 “그 좁은 송무 시장에서 변호사들은 계속 나오는데, 우리가 뭔가 성과를 이루려면 그래도 넓은 바다에 가는 게 낫지, 그 좁은 트렌드 가지고 아무리 몸부림쳐봤자 무슨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오겠어요?”라고 지적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우리가 문을 닫고 막아서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자본이 유입되지 못하게 하면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보호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에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며 “결국에는 변호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봤을 때 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디텍터를 활용해서 진출해야 된다”고 제시했다.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 대표)

이현곤 변호사는 “우리 법률 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는 능력은 굉장히 많다”며 “제가 변호사 개업해 강남 교보문고에 가서 부동산 코너에서 경매책을 보는데 법률서적 코너보다 책들이 훨씬 많고, 잘 팔리는데 보니까 변호사가 쓴 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도 본명도 아니고 무슨 ‘곰돌이’ 식으로 닉네임으로 그런 사람들이 그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며 “이것도 사실은 법률 영역이고 변호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왜 변호사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까, 그때까지는 변호사가 그런 것까지 먹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 틈새시장을 다른 사람들이 점령해서 잡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변호사가 인권을 수호하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질은 똑같은데 우리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바뀔 수가 있다”며 “우리가 리걸 테크라는 수단을 공부하고 배우고 발전시켜 나가면 훨씬 더 넓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곤 변호사는 “사실은 인류의 발전 과정을 보더라도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본질이 바뀐 건 없다. 도구가 바뀌었을 뿐이지만, 도구가 바뀌니까 시대가 바뀌는 것”이라며 “그래서 리걸 테크라고 하는 것도 결국에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변호사의 어떤 영역이라든지 이런 걸 어느 방향으로 할지 앞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그런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한미변 출범 
한미변 출범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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