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이찬희)는 18일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삼성 관계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고 조건을 달았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삼성준법감시위원회(삼성 준감위)는 이날 오전 7시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삼성 관계사(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삼성증권)의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한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회의 직후 삼성준감위는 입장문을 통해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달 전경련이 삼성 관계사에 보내 온 공문과 혁신안 이외에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향후 실천 절차, 회계 투명성 등 운영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방안을 추가로 확인한 후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이에 대한 보고를 바탕으로 수 차례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삼성 준감위는 8월 16일에도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으나, 당일에는 위원들의 의견이 분분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8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삼성 준감위는 “준법감시위원회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전경련의 혁신안은 선언 단계에 있는 것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삼성 준감위는 그러면서 “(삼성 관계사의) 한경협 가입 여부는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해 삼성 관계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위원회는 그동안 노력해 온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일 관계사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 필요한 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삼성 관계사들(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삼성증권)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하는 것에 대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조건부 권고를 한 것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정말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가? 전경련의 인적 구성 및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크게 우려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들의 이사회 고려사항에 대해 이찬희 위원장은 “만약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 및 회계에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에 결정하는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거듭 “전경련 혁신안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며 “그리고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과 관련돼 어떠한 명목이든지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이날 권고에 대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이라고 밝혔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7명(외부위원 6명, 내부위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부위원으로는 위원장인 이찬희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와 권익환 변호사(전 검사장),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전 iMBC 대표), 윤성희 총경(하남경찰서장),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행정학회 회장),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그리고 삼성 내부위원으로는 성인회 삼성글로벌리서치 조직문화혁신담당 사장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앞서 전경련은 지난 5월 18일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며 혁신안을 발표하고 산하 연구조직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ㆍ통합하면서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혁신안에는 2017년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탈퇴한 삼성ㆍSKㆍ현대차ㆍLG 등 4대 그룹 재가입 요청도 포함돼있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혁신안의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한편, 2016년 12월 국회 국정농단 의혹 청문회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앞으로 전경련 활동 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하태경 의원이 “삼성은 전경련에 기부금 내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약속하라”는 요청에 이재용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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