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8일 삼성의 전경련 가입을 조건부로 용인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궤변’, ‘시대착오적 결정’이라고 직격하면서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국회의원
박용진 국회의원

먼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삼성 준감위)는 이날 오전 7시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삼성 관계사(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삼성증권)의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한 2차 회의를 열고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 준감위는 입장문을 통해 “준법감시위원회로서는 전경련의 혁신안은 선언 단계에 있는 것이고,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삼성 준감위는 그러면서 “(삼성 관계사의) 한경협 가입 여부는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해 삼성 관계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위원회는 그동안 노력해 온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일 관계사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 필요한 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삼성 관계사들(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삼성증권)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하는 것에 대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조건부 권고를 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앞서 전경련은 지난 5월 18일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며 혁신안을 발표하고 산하 연구조직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ㆍ통합하면서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혁신안에는 2017년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탈퇴한 삼성ㆍSKㆍ현대차ㆍLG 등 4대 그룹 재가입 요청도 포함돼있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혁신안의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와 관련 박용진 국회의원은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비판한다 - 국민 약속 배신하고 구시대로 질주하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경련 활동하지 않겠다”

박용진 의원은 “다름 아닌 삼성 이재용 회장이 국회 와서 했던 말이었다”고 상기시켰다.

실제로 2016년 12월 국회 국정농단 의혹 청문회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앞으로 전경련 활동 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하태경 의원이 “삼성은 전경련에 기부금 내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약속하라”는 요청에 이재용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제 와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전경련 정경유착 발생하면 탈퇴’라는 이상한 조건을 붙이는데,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며 “전경련 자체가 정경유착을 대변해왔던 조직인데, 무슨 조건을 구차하게 달고 있습니까?”라고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직격했다.

박용진 의원은 “오늘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재벌개혁을 위해 모두가 조금씩 염원하고 싸워왔던 역사까지 부정한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미 작년에 여당 당 대표를 맡았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전경련의 대표를 맡았다”며 “정계의 거물이 경제단체의 대표였는데, 이것만큼 정경유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어디 있습니까?”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정경유착 고리 끊을지 확신도 없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한 건, 노동시간 단축,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에서 재계와 대기업 편들기로 폭주하던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대놓고 재벌체제와의 구시대적 유착관계 구축에 나섰단 소리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오늘 이 결정으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전경련 복귀를 결정한 건, 그들 스스로 정권의 눈치를 보고 삼성 대신 매 맞아 주는 매품팔이 조직이었고, 구시대적 회귀에 길을 닦아주는 앞잡이에 불과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준법감시위에 이름 올린 인사들 모두,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호통쳤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7명(외부위원 6명, 내부위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부위원으로는 위원장인 이찬희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장)와 권익환 변호사(전 검사장),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전 iMBC 대표), 윤성희 총경(하남경찰서장),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전 한국행정학회 회장),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그리고 삼성 내부위원으로는 성인회 삼성글로벌리서치 조직문화혁신담당 사장이 참여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는다”며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이름 바꾸는 게 혁신입니까? 이름만 바꾼다고 정경유착의 역할과 그 역사가 어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의원은 “분식회계로 점철된 재벌체제에서 전경련의 명칭 변경은 그야말로 ‘분식 개명’일 뿐”이라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시대착오적 결정에 국민들은 그 어떤 기대조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앞으로 재벌그룹들이 속속 재가입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복원하는데 다시 시동을 걸 것”이라며 “자본주의와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해서라도 정경유착의 끈을 끊어낼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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