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14일 “백화점과 면세점은 입점업체 직원들이 마치 자신들의 직원인 것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책임져야 할 기본적 노동조건은 외면해 왔다”며 “롯데백화점 본점에 직영 고용인원은 고작 8%에 불과하고, 무려 92%에 달하는 직원이 자기 직원이 아니어서 어떤 책임도 없다며 잡아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롯데백화점ㆍ면제점 본점 앞에서 ‘사용자는 책임을 다하라! 백화점ㆍ면세점 노동자는 원청교섭을 요구한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이 자리에서 전국의 백화점ㆍ면세점 노동자 3,4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실태조사 결과 노동자 10명 중 3~4명이 업무 외 시간에 백화점ㆍ면세점 관리자의 업무 연락을 받고 있으며, 10명 중 3명은 관리자로부터 ‘고객용’ 화장실 사용 자제를 권고받은 경험이 있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기조발언자로 나선 김소연 백화점면세점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며 “오늘 우리는 더 이상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싶지 않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소연 위원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은 입점업체 직원들이 마치 자신들의 직원인 것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응당 책임져야 할 기본적 노동조건은 지난 십 수년 동안 외면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그는 “백화점면세점노동조합은 2019년 ‘화장실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21세기에 요구하기에도 우스운 요구를 걸고 투쟁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고객용 화장실은 직원은 이용할 수 없다’는 백화점과 면세점의 지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김소연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직원들이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고, 고용노동부는 백화점과 면세점의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위원장은 “그러나 권고나 지침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올해 2월에도 고객용 화장실 이용을 제한한다는 공지를 내린 백화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의 문제는 비단 화장실 하나만이 아니다”라는 김 위원장은 “휴게실, 탈의실부터 고객의 폭언, 폭행으로부터 인한 감정 노동의 문제,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늘어나는 연장 영업 그리고 부족한 정기 휴정, 일일이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발언했다.

또 그는 “이 문제들을 두고 노동조합이 투쟁하고, 그리고 입점업체인 우리 회사와 교섭을 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는 백화점과 면세점이 우리 조합원의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책임 의무는 전혀 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위원장은 “바로 이곳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중에 직영으로 고용된 인원은 고작 8%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2%는 입점업체 노동자 그리고 도급업체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려 92%에 달하는 직원이 자기 직원이 아니어서 어떤 책임도 없다고 잡아떼고 있지만 동시에 상시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주요한 노동 조건들을 결정하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위원장은 “이는 올해 노동조합이 전국의 백화점ㆍ면세점 판매 서비스 노동자 34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뒷받침하며 “권리가 있으면 책임도 따르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우리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을 노조 그리고 회사 그리고 원청이 함께하는 선별 공동교섭으로 요구했고, 그리고 요구안도 보내 뒀다”며 “그러나 백화점과 면세점은 이를 거부하고 있고, 이들의 연합단체인 백화점협회 그리고 면세점협회는 아예 묵묵부답 중”이라고 비판했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김소연 위원장은 “입점업체인 우리 회사들은 교섭에서 입을 모아 ‘우리에게는 권한이 없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영업시간, 정기 휴점, 화장실, 냉난방 이런 것들을 조정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고 원청과 직접 교섭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소연 위원장은 “그렇다면 이제는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가진 자와 교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으며 “백화점ㆍ면세점에서 교섭 요구를 하는 것은 우리 조합원의 노동조건 개선뿐만 아니라, 동종산업 노동자 모두를 대변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는 백화점ㆍ면세점의 책임 있는 대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백화점ㆍ면세점이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나설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투쟁할 것”이며 “올해가 어렵다면 내년, 후년에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위원장의 기조발언은 “백화점ㆍ면세점은 외면과 회피를 그만두고, 책임 있게 나서서 해결하길 바란다”며 마무리됐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조은별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조직국장은 “김소연 위원장이 우리 노동조합이 원청이라고 하는 백화점 혹은 면세점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게 된 경위와 배경, 그리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조은별 조직국장의 선창으로 “영업시간 제멋대로 통보, 그만두고 교섭으로 결정하자. 들쭉날쭉 정기휴무, 교섭으로 결정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기자회견장에는 최대근 전국서비스노조 부위원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김재숙 대의원(갤러리아백화점 근무)과 박은주 대의원(롯데면세점 근무),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성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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