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최기상)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즉 사법농단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했다.

또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해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표회의는 다만 형사절차가 필요하다면서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껴서인지 입장문에 담지 않았다.

법관대표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관련자들이 이미 검찰에 여러 건의 고발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법원이 나서서 추가로 고소ㆍ고발을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 법원에서 직선으로 선출된 법관으로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역할을 하며, 전국 판사 117명으로 구성된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법원장보다 실질적으로 전국 법관을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법원공무원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을 비롯한 지도부 집단단식농성에 돌입한 법원본부는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사법농단 양승태와 그 관련자 형사고발”을 촉구했다.

법원본부 기자회견

앞서 법원본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사법농단’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비참함을 느낀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10시간이 넘게 논의한 뒤 의결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법원본부
사진=법원본부

<다음 전국법관대표회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선언 의안’ 전문>

1. 우리는 법관으로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2. 우리는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3. 우리는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하여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

4.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조속히 실행할 것을 다짐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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