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25일 “법원건물에 검사와 판사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서울고등법원 12층에 상주하는 검찰 공판검사실의 즉각 퇴거를 강력히 요구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지부장 박정열)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우측 건물에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한 곳에서 근무하는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법원에서 검사가 근무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라는 대형 현수막 2개를 내걸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좌측 건물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
서울법원종합청사 좌측 건물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
서울법원종합청사 우측 건물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
서울법원종합청사 우측 건물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

또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좌측 건물에는 “검찰은 법원청사 안에 있는 공판실에서 당장 퇴거하라!!”, “법원과 검찰의 유착 의혹으로 철저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기에만 있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 2개를 설치하며 검찰에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지부장 박정열)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사용 중인 공간은 서울고등법원 12층 공판1부 부장검사실 및 검사실 3곳, 기록열람ㆍ등사실 1곳, 창고 1곳 등 약 410㎡(약 124평) 이외에, 4층에는 탈의실도 추가로 사용 중이다.

서울고등법원 12층에 있는 검찰 공판검사실 등의 모습
서울고등법원 12층에 있는 검찰 공판검사실 등의 모습

이에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앞 잔디밭에서 “재판유착 의혹 해소를 위한 법원 내 공판검사실 퇴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며 “검찰은 서울고등법원 내에 상주하고 있는 공판검사실에서 당장 철수할 것을 조합원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법원과 검찰은 마땅히 떨어져 있어야 할 두 기관이다. 기소기관과 판단기관이 한 건물에 있으면서 한통속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서울법원종합청사 12층에 두 기관이 함께 유착돼 있다”고 말했다.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는 지난해부터 조합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서울고등법원과 단체협약으로 공판검사실 철수에 대해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서울중앙지부는 2018년 2월 20일자로 검찰청에 철수절차를 협의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과보고하는 백장수 서울중앙지부 사무국장
경과보고하는 백장수 서울중앙지부 사무국장

법원본부는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협의는커녕 답변조차도 거부했다”며 “오히려 일간지를 통해 법원청사 신축당시 법원이 검찰청 땅을 일부 침범해 이에 대한 댓가로 자신들이 법원에 들어오게 됐다는 황당한 입장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기관끼리 토지에 대한 침범이 있다면 이는 국유재산법상 ‘소관청변경’ 등기의 행정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이지, 남의 관청에 입주하는 것이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따졌다.

법원본부는 “이런 검찰의 황당한 답변에 대해, 법원노동조합은 2018년 3월 5일자로 재차 철수절차 협의를 촉구하는 공문을 검찰청에 발송했다”며 “그러나 답변기한인 2018년 3월 13일이 지난 현재까지 검찰은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관리주체인 서울고등법원에 조차도 어떠한 의견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원본부는 법원 내 공판검사실 철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발언하는 김광준 서울중앙지부 부지부장

법원본부는 “과거 전국적으로 존재했던 검찰공판실에서 판사, 검사가 함께 사담을 나누고 재판을 논의하는 등의 문제로 재판신뢰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그래서 전국 법원에 있었던 검찰공판실이 대부분 철수했으나 유독 서울고등법원만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법원본부는 “서울고등법원에 입주한 공판검사실은 실제로 완벽하게 검찰건물로 사용 중이다. 상주하는 검사만 10명에 달하고 심지어 수사관, 실무관 사무원 등 20여명의 검찰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실제로 검찰의 한 개 ‘과’가 입주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이들은 검찰청으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으로 출근을 하고, 법원 내에서 사용하는 안내판들도 모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표시해 놓고 있어, 일반인들이 가서보면 여기가 법원청사인지 검찰청사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법원본부는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에 상주하는 검사들은 일반 법원직원들이 사용하는 ‘마스터키’를 이용해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법원 청사 전역을 자유자제로 드나들 수 있다”며 “마음만 먹으면 판사실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고 노동조합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본부는 “이에 반해 같이 근무하는 수사관, 실무관 등은 출입권한이 제한돼 있다. 검사들에게는 마스터키를 주고, 나머지 인원들에게는 출입을 제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따졌다.

특히 “유착의혹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법원본부는 “실제로 서울법원청사에서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판사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판사실로 향하는 게이트 도어 등에서 얼굴이 익은 검사들을 가끔 봤다는 다수의 증언이 있다”며 “만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사, 검사 간의 유착의혹이 아닐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법원본부는 직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검사들이 소지하고 있는 마스터키에 대한 출입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서를 25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법원본부는 “검찰이 법원에서 완전한 철수를 할 때까지 정보공개청구 투쟁과 함께, 서울고등법원 청사에 현수막 게시, 서울종합청사 앞 1인 시위, 전 조합원 서명운동 전개, 비상 대의원대회 및 전 조합원 퇴거 촉구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등 강고한 투쟁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25일 정보공개청구서 제출하는 법원본부

법원본부는 “최근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재판거래로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 기소됐고, 박병대ㆍ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연루된 판사 66명이 비위 통보돼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재판에서 배제되고 있다. 지난 과거 불법적인 사법농단을 걷어내고 재판의 공정성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법원건물에 검사와 판사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검찰에 반문했다.

그러면서 거듭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이경천 수석부본부장을 비롯해 법원본부 서울중앙지부 김광준 부지부장과 백장수 사무국장 등 30여명의 법원본부 간부들이 참여했다. 외부 인사로는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 이상원 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왼쪽) 기자회견 진행하는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
왼쪽) 기자회견 진행하는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

기자회견 사회를 맡아 진행한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처음으로 서울법원종합청사에 현수막이 게시됐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이런 현수막을 달고 투쟁을 시작했겠느냐”며 구호를 선창했다.

정 사무처장은 “재판유착 의혹 해소, 공판검사실 퇴거하라”, “검사, 판사가 한 곳에서 근무가 웬 말이냐, 공판검사실 퇴거하라”고 외쳤다.

정 사무처장은 기자회견 중간에도 “검찰과 법원은 한 지붕에서 살 수 없는 거 같다”며 “한 지붕에서 살 수 없다. 검찰공판실 퇴거하라”고 선창했고, 참석자들이 퇴거를 외쳤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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