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폐 정점, 양승태를 구속하라. 투쟁!”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를 구속하라. 투쟁!”

사법농단으로 성난 법원공무원들은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라며 이렇게 목청 높여 외쳤다. 특히 판사 ‘대한민국 국민’의 서명날인으로 ‘사법농단죄 양승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퍼포먼스는 주목을 받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서초동 법원ㆍ검찰 삼거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촉구 및 전 국민 서명서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전호일 법원본부 총무국장
전호일 법원본부 총무국장

먼저 전호일 법원본부 총무국장은 “지난 1월 16일 법원본부는 운영위원회 결정으로 법원구성원과 대국민을 상대로 양승태 구속 촉구를 원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전호일 국장은 “법원구성원 서명 결과는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정말 짧은 기간 동안 진행했다. 3253명이 서명에 동참해주셨다”며 “대국민 서명은 지난 1월 16일부터 22일까지 온라인 방법과 지난 19일 저희가 광화문광장에 직접 나가서 거리서명을 진행했는데, 총 1만 12명이 동참해주셨다”고 밝혔다.

인사말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인사말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좌측부터 조석제 법원본부장,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이경천 법원본부 수석부본부장
좌측부터 조석제 법원본부장,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이경천 법원본부 수석부본부장

이어 조석제 법원본부장의 인사말과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의 투쟁사가 이어졌다.

또한 법원본부는 “사법농단의 몸통, 후안무치한 범죄자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문은 법원본부 이영춘 의정부지부장과 우정기 수원지부장이 낭독했다.

법원본부 기자회견문 발표
법원본부 기자회견문 발표

법원본부는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조직적 범죄의 주범답게 혐의사실만 40여개에 달한다”며 “일제강제징용 사건, 일본군 ‘위안부’ 사건, 쌍용자동차 사건, 전교조 사건, 원세훈 사건, 통합진보당 사건, 한정위헌제청 결정 사건 등 깨어있는 국민들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이러한 판결들의 주문과 이유에 양승태와 그 부역자들이 깊숙이 개입해 있었다”고 열거했다.

이어 “3천명의 법관 중 최고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대법원장의 직책을 가진 자로써, 동료법관을 사찰해 불이익을 주고, 재판에 개입해 신성한 국민의 기본권을 청와대와의 거래대상으로 삼아 정권에 부역했고, 재판의 독립을 철저히 유린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법원본부는 “그러나, 법치주의를 뿌리 채 흔들고 민주주의를 철저히 유린한 양승태와 그 부역자들은 아직도 건재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 자가 대법원에서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기자회견을 시도하고, 반 헌법적 사법농단 행위에 대해서는 부적절했으나 위법하지 않다는 논리로, 실무자의 일탈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범죄자 양승태가 가야 할 곳은 감옥이다. 양승태는 구속되어야 한다”며 “사법농단이 수습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범죄사실은 충분히 소명됐으며, 결정적 물증인 피후견인 임종헌이 구속돼 있는 점, 대법원장 재직 시절 3차에 걸친 진상조사를 방해한 전력, 퇴임 후에 잠적에 버금가는 행태들을 통해 수사에 철저히 대비했던 점 등을 살펴보면 증거인멸의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된다”고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본부는 “오늘 구속영장 결정을 해야 할 법관들에게 요구한다. 양승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법원조직을 보호하는 처사가 아니다”면서 “제 식구 감싸기와 보은적 처분을 내렸다는 국민의 싸늘한 여론을 법리의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도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본부는 “지금 사법부는 전대미문의 혼란 속에서도,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 헌법적 범죄를 저지른 양승태를 구속하고, 그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사법부 신뢰회복의 첫걸음이고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다. 이에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양승태의 구속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이 손도장을 찍고 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이 손도장을 찍고 있다.

특히 기자회견을 마친 법원공무원들은 범죄혐의 등이 적힌 대형 표지판을 들고 죄명 ‘사법농단죄’로 피의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람은 판사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구속영장청구자인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구속영장 발부 서명날인에 국민을 대표해 손도장을 찍었다.

범죄사실의 요지는 사법농단 재판거래로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개입 ▲이석기 의원 소송 재판개입 ▲원세훈 공직선거법 위반 소송 재판개입 ▲통합진보당 지위확인 소송 재판개입 ▲위안부 피해자 소송 재판개입 ▲통상임금 소송 재판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재판개입 ▲대법원 비자금 조성 사건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사찰 사건 외 다수라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별지 기재와 같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구속의 사유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구금할 장소도 구치소로 지정했다.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마친 법원본부 간부들은 ‘양승태 구속촉구 의견서’와 서명결과를 영장 재판부에 전달하려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동하려 했다.

이때 경찰 병력이 에워싸며 가로 막았다. 이에 법원본부 정진두 사무처장은 “법원공무원이 법원청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항의하는 등 경찰과 대치가 있었다.

경찰들이 막아서 법원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법원본부 간부들
경찰들이 막아서 법원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법원본부 간부들

이후 조석제 법원본부장과 이경천 수석부본부장, 서영국 부본부장이 대표로 법원에 들어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법에 들어가 영장재판부에 ‘양승태 구속촉구 의견서’와 서명결과를 전달했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24분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건 처음이다.

피의자신문은 명제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밤늦게 또는 내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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