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근태재단)
(사진=김근태재단)

[로리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군인권센터가 14일 ‘김근태재단’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공동 수상했다.

재단법인 김근태의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한반도 재단(이사장 유은혜, 이하 김근태재단)과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하 민평련)은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선정위원회(위원장 방현석, 이하 선정위원회)’를 통해서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의 수상자로 박정훈 대령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을 공동으로 선정했다.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시상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수상자인 박정훈 대령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 그리고 김근태재단 회원들과 민평련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선정위원회는 수상결정문을 통해 “민주주의는 늘 위협받고, 때론 좌절하기도 한다”며 “상관의 명령, 멀게는 권력의 명령을 거부하고 항명죄라는 가시면류관을 쓴 군인”으로 ‘박정훈 대령’을 소개했다.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2023년 7월 19일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임성근 제1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경상북도경찰청에 수사 결과를 이첩했다가 국방부로부터 보직해임을 당했다.

선정위는 “1980년 서울의 봄에는 정치군인이 승리하고 참군인이 좌절했지만, 2024년 서울의 봄은 다를 것이며, 참군인인 박정훈 대령이 승리할 것이다”라고 응원했다.

선정위는 “박정훈 대령 덕분에 우리는 군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얻을 수 있었고, 외부의 적을 상대로 최고의 용맹을 자랑하는 해병대 정신은 내부의 적을 상대로도 최강의 용맹을 보여줬다”면서 “이 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전하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고, 박정훈 대령의 용기만큼 민주주의가 튼튼해졌고 군인정신이 강해졌다”며 마음을 전했다.

이에 박정훈 대령은 “민주주의자라는 얘기도 낯설고, 이 자리도 어색하다”면서 “현역 군인 신분으로서 이 자리에 서서 ‘민주주의자 박정훈’이라는 얘기를 들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정훈 대령은 “하지만 이런 상을 받는 이유는 올바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그래서 절대 꺾이거나, 좌절하지 말라는 당부로 알고, 겸허히 받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정훈 대령은 “벌써 고(故)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지도 7개월째 지나고 있다”며 “참 세월이 빠른 것도 같고, 그 시간이 정말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박정훈 대령은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날은 작년(2023년) 7월 19일이었고, 저를 비롯한 부하들은 그 병사의 죽음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며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까지 직접 대면보고를 다 했고,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결재도 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정훈 대령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그 결정은 다 뒤집어지고 상황은 엉망진창이 돼버렸다”며 “그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 앞에서는 누구든 다 평등하다. 그것이 이병이든, 장군이든, 심지어 절대 권력자든 법 앞에서는 다 평등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법치다.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정훈 대령은 “군인 역시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똑같이 인권이 있고, 특히 채 상병은 본인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실체는 규명돼야 하고, 책임 있는 자는 엄당한 처분을 받는 것이 맞고, 정의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에서는 서로 주장이 공방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훈 대령은 “이 결정에 대해서 부하들이 일심 단결해서 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은 저를 봐서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올바랐고, 정의이고, 그것이 맞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얼마일지는 가늠하기가 힘들다.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지도 사실은 두렵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박정훈 대령은 “가족과 부하들, 또 수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으므로 결코 멈추지도 않을 것이고, 좌절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박정훈 대령, 너의 선택은 옳았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라. 당당하게 나아가라. 충분히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편 선정위는 공동수상자인 군인권센터를 “불굴의 소명 의식으로 사각지대에 방치된 군인을 공론장으로 이끈 주역”이라고 소개하며, “온전한 시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쉽게 무시되고 있는 군 현실을 바로 잡고, 군의 특수성과 인권의 보편성을 조화시키는 노력을 꿋꿋이 이어왔다”며 군인권센터에 감사를 전했다.

또한 “군인권센터는 이름 그 자체로 인권의 상징이 됐다”면서 “군인권센터의 역사가 군 인권의 역사이고, 우리 사회에 명징하게 희망의 근거를 남기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이름으로 군인권센터에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며 “군인권센터가 걸어갈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희망의 길에 늘 함께 하겠다”고 응원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은 김근태재단과 민평련이 주관해 민주주의자 김근태 선생의 5주기인 2016년 처음 제정됐다. 제1회 수상자로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선정됐으며, 2017년 제2회 수상자는 ‘윤민석 작곡가’, 제3회 수상자는 본상에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특별상에 ‘울산 리버스위트 입주민 일동’, 제4회 수상자는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제5회 수상자는 ‘대한민국의 모든 간호사들’, 제6회 수상자는 본상에 ‘영화사 명필름’, 특별상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제7회 수상자는 미얀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판셀로(Pencilo, 필명)’가 선정된 바 있다.

제8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 선정위원회는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삶을 재조명한 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와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생을 조명한 ‘범도’의 저자 방현석 작가가 맡았다. 위원으로는 기동민 국회의원, 김선희 YTN 시청자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 한국목판문화연구소장인 판화가 김준권 화백, 박현숙 김근태기념도서관장,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 이학준 청년채움 대표, 정춘숙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김근태상은 상패와 수상결정문, 상금 1천만 원으로 구성돼 있다. 상패는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생전 모습을 환조로 제작하며, 매년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의미 있는 모습을 담는다. 상패 제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하는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맡았다. 수상결정문은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여하는 이유와 가치를 설명하는 글로서, 민주주의자 김근태 선생과 오랜 우정을 나누고 뜻을 함께했던 장사익 선생이 직접 쓴 글씨로 제작해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유은혜 이사장은 “민주주의는 우리가 갖고 있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있는 무엇이며, 자신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일상의 노력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다”라며,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통해 일상의 민주적 삶이 더 확장되길 기대하며 오늘 두 분의 수상자께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축하를 전했다.

(사진=김근태재단)
(사진=김근태재단)

한편 시상식 직후 ‘민주주의자 김근태 글꼴 전시-따뜻한 마음을 담아 희망을 퍼트리다-’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김근태 손글씨> 전시회 개막식이 열렸다.

김근태재단과 안그라픽스가 주관하는 <김근태 손글씨> 전시회는 김근태 선생의 민주주의·인권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희망을 전달하고자 기획됐다. 모든 전시작품은 김근태 선생 저서 일요일에 쓰는 편지에서 발췌했으며, <김근태 손글씨> 글꼴을 사용해 다자인했다. 김근태 선생 연애편지에 등장하는 ‘옥순’은 인재근 의원이 동일방직 사건으로 수배됐을 때 사용했던 가명이다. 전시 공간에서는 안그라픽스의 타이포그라피연구소가 제작에 참여한 글꼴 개발 과정이 담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며, <김근태 손글씨>로 제작된 엽서도 무료로 배부되고 있다.

<김근태 손글씨>는 김근태재단이 2023년 개발을 시작해 2024년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이는 글꼴로 김근태 선생의 생전 필기를 바탕으로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라피연구소와 보이저엑스의 온글잎이 함께 개발한 ‘디지털 글꼴’이다.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가 김근태 선생의 필기 자료를 연구하고, 분석해 투옥 전, 투옥 중, 투옥 후 3단계로 형태를 나누고 필체에서 두드러지는 특징과 습관을 바탕으로 씨글자를 집자했다. 이후 보이저엑스가 운영하는 AI 손글씨 제작 서비스인 ‘온글잎’이 AI 학습을 통해 2,780자를 개발했고, 마지막으로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가 완성했다.

김근태재단은 글꼴에 담긴 김근태 선생의 민주주의·인권의 가치와 정신을 시민에게 퍼트리고,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글꼴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김근태재단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김근태 손글씨> 이야기와 이번 전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김근태재단 홈페이지(gtf.or.kr)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며, 전시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열릴 예정이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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