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시민 2만명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국정조사를 즉각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을 전달했다.

시민들은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형사소추도 되지 않는 대통령의 권력형 범죄는 규명할 방도 없이 은폐되고 말 것”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진실을 위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국회의장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국회의원,  박주민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국회의원,  박주민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7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촉구 시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이 자리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민변 사무총장 하주희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 단장,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발언자로 나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민변 사무총장 하주희 변호사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민변 사무총장 하주희 변호사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다음은 “20,309명의 요구, 국회의장은 채 상병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기자회견문 전문>

지난 2023년 7월 19일 수해 복구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이다.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급류 속에 병사들을 투입해 벌어진 참변은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사건 초기부터 참변의 주요 원인으로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의 무리한 수중 수색 압박이 거론되었다. 관련 증언이 쏟아졌다. 사망 원인 수사를 맡았던 해병대수사단도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지휘부가 포함된 8명을 혐의자로 적시하여 민간경찰에 이첩할 계획이었다.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도 이러한 결과를 보고받고 차례로 결재했다.

그러나 7월 31일, 국방부장관은 결재를 번복했고 예정된 수사결과 브리핑도 취소되었다. 국방부는 민간경찰에 혐의자를 적시하지 말고 이첩하라며 해병대수사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보고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냐”며 격노했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해병대수사단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임성근 전 사단장을 포함한 8명 모두를 예정대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경북경찰청에 사람을 보내 위법하게 기록 전부를 탈취해 왔고,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엔 수사결과를 갈아엎고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지휘부를 모두 제외한 채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하여 민간경찰에 이첩했다.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이 외압의 주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이 전방위적으로 외압에 나섰다는 사실이 매일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 관계자가 해병대 수사단이 경상북도경찰청에 이첩한 수사기록을 국방부가 위법하게 회수해 가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바 있다고 실토했다. 기록을 회수한 국방부 실무자도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된다.

국방부장관 결재가 번복되던 날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해병대사령관과 수 차례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 국방부가 경북경찰청에서 수사기록을 탈취하던 날 해병대사령관이 국가안보실 2차장과 수차례에 걸쳐 긴밀하게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대통령실 수사 외압은 이미 의혹의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열의는 매우 높다. 이미 2023년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단 10일 만에 50,000명의 시민이 ‘국정조사 실시 국민동의청원’을 성사시켜 국회에 제출했다. 2024년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3%가 특검 도입을 통한 채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에 찬성하고 있다.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생존 장병의 어머니가 지난 1월 31일 국회 앞을 찾아 북을 울리며 국정조사 실시를 간곡히 탄원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공감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압도적 여론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특정인을 구명하기 위한 대통령의 수사 개입이 명백한 위법이며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형해화시키는 반헌법적 국가범죄이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시작된 외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언과 녹취, 진술 등이 계속하여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매일 충격적인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도 기사거리 이상이 되지 못한다. 진상규명의 공식적 절차가 어디에서도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사건 당사자인 만큼 수사기관의 공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개별 사건 수사에 개입한 반헌법적 국가범죄를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은 국회다.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는 이미 범국민적 요구에 이른지 오래다. 이미 수만 명의 시민이 국정조사를 청원한 바 있고, 야당이 제출한 국정조사 실시요구서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어 있다. 국회의장만 응답하면 된다.

여야 합의 없는 국정조사 실시가 전례에 비추어 드물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대통령 본인의 비위행위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진상규명 과정에 정부나 여당의 협조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가만히 여야 합의를 기다리겠다는 것은 곧 진상규명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국회의장에게는 ‘국회법’에 정해진 대로 조속히 국정조사 절차를 진행하고, 여당이 이에 응하도록 견인할 책무가 있다.

오늘 우리는 국정조사 즉각 시행을 요구하는 시민 20,309명의 서명을 전달한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형사소추도 되지 않는 대통령의 권력형 범죄는 규명할 방도 없이 은폐되고 말 것이다. 국회의장은 정치권의 해묵은 논리를 벗어나 여의도 국회 밖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억울하게 군사법원 피고석에 앉아서도 한 줄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박정훈 대령의 결기를, 전역 후 사단장을 고소했던 생존 해병의 용기를, 누구 하나 시킨 적 없음에도 법원 방청석과 거리를 메우며 해병대 정신을 실천하는 예비역 해병들을, 고 채 상병을 떠올리며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하는 시민들을 직시해야 한다.

곳곳에서 침묵을 강요받고 있는 양심 있는 군인과 공직자들이 외압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의장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곧 총선이 다가온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김진표 의장이 진실을 위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국회의장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하라!

2024년 2월 7일
<故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시민 20,309명 일동>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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