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로리더]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강조하는 것을 ‘형벌 포퓰리즘’이라고 부른다”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공언한 ‘마약과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주민ㆍ김승원ㆍ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는 지난 1월 30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고(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입법토론회를 개최했다.

고(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방향 토론회
고(故) 이선균 수사 정보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한 피의사실공표죄 개정 방향 토론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피의사실공표가 반복되고, 심각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결국 수사기관과 언론기관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고, 이것을 아무도 막으려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서로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정학 교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 피의사실공표를 하면 이른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노릴 수 있다”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의사실을 널리 알리면 피의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주고, 유튜브 등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신적인 부담을 많이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정학 교수는 “피의사실만을 공표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개인의 사생활, 인격 등 상상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공적으로 알리고, (피의자가) 인격적 공격을 받게 되면 누구나 굉장한 위축감을 느끼게 되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수사기관이 여기까지 의도한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의해 문제된 행동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되고, 나아가 ‘내가 저항할 수 없겠구나’하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최정학 교수는 “과거 미네르바 사건 때도 국가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글을 계속 쓴 사람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다고 알리자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듯, 이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며 “이미 수사가 이렇게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물론 법원이 여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법관도 사람이고, 피의사실이 공개돼 피의자가 그걸 일부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며 언론이 이것을 거의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다”며 “심지어 어떤 사건의 경우 검찰이 언론 보도를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어 공정한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최정학 교수는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피의사실공표는 뒤르켐(Durkheim)이 말한 ‘범죄의 잠재적 기능(범죄의 사회통합적ㆍ정치적 효과)’을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뒤르켐은 범죄와 형벌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1차적 기능 외에, 범죄인을 소수인 ‘공공의 적’으로 몰아 사회 내 다수 집단을 도덕적ㆍ정치적으로 통합시키는 2차적 기능을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최정학 교수는 “독재 군주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 즉 전쟁을 선택하는 것이었다”면서도 “그런데 뒤르켐은 내부의 적, 즉 범죄라는 적을 만드는 정치적인 방법이 있다고 제시한다”고 전했다.

최정학 교수는 “한국에서도 군사독재시절 ‘정의사회 구현’이나 ‘범죄와의 전쟁’ 선포가 있었고, 최근에는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됐다”며 “이런 식으로 범죄라는 ‘절대 악’을 얘기하므로 여기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정학 교수는 “‘범죄가 좋은 거냐, 마약이 좋다는 거냐, 간첩이 허용된다는 거냐’ 등 강력한 여론을 업고 얘기하기 때문에 여기에 반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이는 상당히 중립적인 범죄도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어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우리 사회는 위험하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발생하고 있다, 급격하게 마약이 확산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최정학 교수는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는 당연한 대응에 반대할 수 없다”면서 “그리고 그런 대응책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에게 표를 달라고 요구하며 반대 세력은 이런 범죄에 대해서 애매모호한 입장, 온건하게 하자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류신환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변호사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류신환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변호사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범죄의 즉각적인 해결을 강조하지만, 과학적이고 객관적ㆍ합리적 분석과 대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이를 범죄학에서는 ‘형벌 포퓰리즘’이라고도 한다”고 꼬집었다.

최정학 교수는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공언된 ‘마약과의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선포된 전쟁은 과장된 여론의 확산과 함께 수사기관의 과잉 의욕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최정학 교수는 “특히 검찰이 법률에 의해 제한된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 범죄의 범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마약범죄를 억지로 끼워 넣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의지는 경쟁적으로 높아졌을 수 있다”며 “경찰로서는 이런 호재가 생겼는데 언론에 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정학 교수는 “수사기관이나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노력으로 피의사실공표가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결국 제도적으로 막는 방법이 필요하며, 사실 이런 논의는 많이 진전은 됐고, 형법 개정안도 이미 발의돼 있다”고 밝혔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이미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규정’을 마련했고, 현 정부는 ‘형사사건 공보에 관한 규정’으로 바꿨다. 공개금지가 공보로 바뀐 것인데, 공개금지가 원칙이냐, 공보가 원칙이냐는 시각의 차이는 있으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소개했다.

백민 변호사,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류신환 변호사
백민 변호사,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류신환 변호사

최정학 교수는 “내용은 피의사실이 공개된다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재판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공개를 금지한다”면서도 “하지만 범죄 문제를 공적으로 알리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최정학 교수는 “실제로 정당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고, 범인을 공개수배한다거나, 유사범죄를 방지해야 할 필요가 긴급하게 있을 수도 있다”며 “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범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학 교수는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피의사실공표를 어떻게 허용할 것이냐는 논의”라며 “현 정부는 공개심의위원회를 삭제하고, 수사기관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도록 했는데, 수사기관을 믿을 수 없으므로 이 규정은 부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김승원 국회의원이 발의한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죄 개정에 대해서 논평했다.

최정학 교수는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예외적인 공개의 요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점”이라며 “개정안의 내용(제2호의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제3호의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험’, 제5호의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은 언제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추상적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최정학 교수는 “따라서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고, 범죄의 중대성이라는 일반적인 요건도 포함해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표금지가 원칙인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첨언했다.

최정학 교수는 “둘째, 현재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처벌로 규정돼 있는데, 이는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공무원의 당연 퇴직 사유가 되므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기소ㆍ처벌에 소극적이 될 우려가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이익 박탈이 너무 심하므로 유죄로 하지 않는다는 식의 재판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우려가 있으므로 적당한 정도의 벌금형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최정학 교수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를 언론사에 한해 인정하기보다는 해당 행위를 한 당사자와 수사기관에 대해서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시했다.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한편 이날 토론회는 주최자인 박주민ㆍ민병덕 국회의원과 좌장을 맡은 장유식 변호사, 발제를 맡은 백민 변호사가 참여했다.

토론자로는 최정학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류신환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변호사, 김재현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영선 민생경제연구소 언론특위위원장, 이씬정석 문화예술노동연대 대표(한국민예총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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