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의료기기ㆍ안마의자 업계 1위라는 ‘세라젬’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세라젬 노동조합은 방문점검노동자 332명이 12월 1일부터 일터에서 쫓겨날 신세가 됐다며 “세라젬 집단해고, 이경수 대표가 책임져라”고 촉구하는 두 번째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세라젬지부(지부장 추선희)는 11월 24일 서울 세라젬 본사 앞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세라젬은 집단해고 중단하라”는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앞서 11월 15일 200명 넘게 모인 1차 결의대회에 이은 두 번째다.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세라젬 노동조합은 “세라젬은 지난 11월 10일 방문점검 부서인 HC(헬스큐레이터)를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뜻을 노동조합에 일방 통보했다”며 “세라젬의 방문점검 노동자 332명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일터에서 쫓겨날 신세가 됐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세라젬의 집단해고 방침과 관련해 노동자들과의 협의를 전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정해진 시한 내에 서명하지 않으면 주려던 합의 위로금도 지급하지 않겠다며 현장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의대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세라젬 방문점검원은 헬스케어 전문인력인 HC(헬스큐레이터) 매니저다. 이들은 세라젬 제품을 구입한 고객의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제품 사용 가이드 ▲제품 점검 ▲세라젬 가죽 클리닝 – UV자외선 살균 ▲세라젬 겉 천 교체 ▲1:1 고객상담 ▲맞춤형 사용법 및 건강 정보 안내 등 다각적인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한다.

그런데 세라젬 HC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사측은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한다고 한다. 특히 세라젬은 해고가 아닌 ‘직무전환’이라고 주장하면서 HC들을 영업을 전담하는 비정규직 전환을 하든지, 싫으면 위로금을 줄 테니 계약 합의 해지를 권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노사 해고 갈등 사태에서 방문점검노동자(HC)의 상당수는 세라젬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위로금을 받고 퇴사하거나, 중간관리자(HC리더) 일부는 세라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형 매장인 웰카페 매니저로 전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라젬 해고 논란 외에, 또 다른 문제는 방문점검노동자들이 대폭 축소 또는 사라지면서 세라젬을 구입한 고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세라젬을 구입할 때 방문점검서비스 내용도 구매 동기가 된다.

하지만 세라젬노조에 따르면 2022년 10월 이전에 세라젬 구입 후 3년간 13회 방문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는데, 2023년 5월부터는 세라젬 구입 후 2회 방문 서비스로 축소되더니, 현재는 서비스 중단이라고 회사를 비판한다.

세라젬 노조는 “세라젬의 방문점검서비스를 듣고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왜 약속했던 서비스와 다르냐’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전하며 “세라젬은 더 이상 고객을 기만하지 말고, 다시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 자리에 상급단체인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이현철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현철 위원장은 가전노조 세라젬지부의 교섭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여기 모인 노동자들은 세라젬을 업계 1위로 키워낸 1등 공신이며, 고객과 신뢰를 쌓아가며 세라젬 제품을 알려왔는데 하루아침에 버려져야 하는 존재입니까?”라며 “세라젬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철 위원장은 “어제 세라젬지부 추선희 지부장이 현장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세라젬 건물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며 “그 과정에서 세라젬 이경수 사장이 퇴근하고 나오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현철 위원장은 “이 엄동설한에 노동자 332명을 집단해고 하면서, 이경수 대표이사는 따뜻한 사무실에 있다가 너무나 편하게 퇴근한다고 나왔다.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성토했다.

가전노조 이현철 위원장은 “이경수 대표는 대표이사이기 전에 한 인간”이라며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켜야 하는데, 회사 구성원이 로비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집단해고 중단하라’ 외치고 있는데, 본척만척하면서 도망가듯 가버리는 그런 비정한 대표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질타했다.

이현철 위원장은 “(사측은 현장 직원들이) 필요할 때는 가만히 있어도 추켜세우다가 이제는 필요 없다며 소모품처럼 버리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

이현철 위원장은 “세라젬 이환성 회장, 이경수 대표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노동자들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자기들은 잘살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철 위원장은 “오늘 1시에 단체교섭에 직접 들어가서 고용과 보상 체계에 대해 현장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세라젬 방문점검원들은 “세라젬은 고객들의 권리인 고객서비스를 감축하더니, 오는 12월 1일부로 방문검검업무를 하고 있는 HC(헬스큐레이터) 직군을 폐지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이날 추운 날씨 속에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세라젬은 집단해고 중단하라”
“해고는 살인이다. 집단해고 중단하라”
“세라젬 집단해고, 이경수 대표가 책임져라”

이날 결의대회 직후 세라젬 사측과 노조는 교섭을 진행했는데, 일단 시간을 더 갖고 논의하기로 합의해 오는 12월 1일 교섭 일정을 잡았다.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 세라젬 본사 입장

세라젬 관계자는 이날 결의대회 후 본지와의 연락에서 “교섭에서 결정된 사항은 없고, 노조에서 요구하는 부분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원활하게 협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노조에서도 기존 세 가지 옵션을 백지화해 달라는 요구는 아니고, 조건을 강화해 달라는 것이었기에 검토 후 최대한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문점검서비스에 대해 세라젬 관계자는 “기존(2022년 10월 이전 구매자)에 제공되던 방문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로 대체된다”며 “기존에 계약한 고객은 방문 횟수 보장을 위해 한동안 계속할 예정”이라고전했다.

그는 “이후 구매자들은 간호사 출신 상담원들의 24시간 상담 및 병원 진료 우대예약 서비스, 병원 에스코트, 웰카페(세라젬 오프라인 매장) 할인 혜택 및 쿠폰 제공 등이 제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라젬은 “HC 인력을 줄이다 보니 채용이 안 돼서 다른 부서에서 인력을 동원해 특별전담팀을 구성해 고객을 방문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서비스를 아예 못 받는 고객이 없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방문하기 위해 특별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11월 2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열린 세라젬 노동조합 결의대회

하지만 2022년 12월에 세라젬을 구매한 한 고객은 세라젬 측의 설명과는 달랐다.

이 고객은 본지와의 연락에서 “그동안 방문점검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줘 참 좋았었다”며 “그런데 지난 5월쯤인가? 방문점검원이 나와서 ‘고객님 앞으로 방문점검이 줄어듭니다. 세라젬이 많이 팔리면 방문점검원을 늘려야 하는데, 회사에서 오히려 점검원을 줄이고 있어 서비스가 줄어 죄송합니다’고 말한 게 기억나는데 지금이 딱 맞네”라고 전했다.

그는 “그때 이후로 지금 11월 말인데 방문점검은 없었다”며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점에 대한 세라젬의 안내도 없었는데, 이런 일방적인 방문점검서비스 축소에 실망”이라고 말했다.

본지 기사에 댓글을 단 누리꾼은 “저는 세라젬 VIP 고객입니다. 장모님, 본가, 처제, 동생 등 많이 가족이 세라젬을 사용하고 있다”며 “좋은 기계 잘 만들어서 판매 해놓고 어찌 고객 기만 행동을, 앞으로 이 바닥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을까요”라고 쓴소리를 냈다.

‘세라젬 AS관리가 마음에 들어 구매했다’는 누리꾼은 “팔아먹을 만큼 팔아먹었으니까 이젠 필요 없다는 거네 악덕기업. 푼돈 아끼지 말고 광고비나 줄여라. 고객과의 약속은 개 무시 세라젬, 약속 불이행 시엔 환불할 것”이라며 “세라젬은 혼나야 해요. 세라젬 (이환성) 회장 능력 없으면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비판 글도 남겼다.

결의대회 현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는 세라젬 노조
결의대회 현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벌이는 세라젬 노조

◆ “세라젬을 업계 1위를 만들었더니, 방문점검원 집단해고”

한편, 세라젬 노동조합은 11월 23일에는 수원역 중앙광장에서 세라젬의 집단해고를 규탄하며, 구조조정 중단과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대시민 선전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앞서 세라젬노조는 11월 14일에서 세라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라젬을 업계 1위를 만들었더니, 방문점검원 집단해고를 예고했다”며 “무능한 것은 경영진인데,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일터를 떠나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라젬노조는 “세라젬의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라젬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끝장 투쟁을 하겠다”고 밝히며,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이어 세라젬노동조합은 11월 15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세라젬은 집단해고 중단하라.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200명 넘는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이날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해고는 살인이다. 집단해고 중단하라!”
“세라젬 집단해고, 이경수 대표이사가 책임져라!”

세라젬 노동조합에서 시민들에게 호소한 선전물
세라젬 노동조합에서 시민들에게 호소한 선전물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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