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표적인 헬스케어 가전업체 ‘세라젬(CERAGEM)’에도 노동조합이 생겼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은 9일 “세라젬을 업계 1위로 만든 노동자들이 여러 직군을 망라해 세라젬지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세라젬
세라젬

현재 조합원으로 조직되고 있는 노동자들은 CEM(방문판매 상급관리), HC리더(방문판매 중간관리), HC(방문판매점검), HP(영업전담), SMT(설치ㆍ수리), 행정매니저(사무ㆍ경리) 등 거의 모든 직군을 망라하고 있다.

세라젬의 고용형태는 특수고용직인 HC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규직이거나 계약직이다. 고용주는 세라젬의 유통 및 서비스부문 자회사인 세라젬C&S로, 모기업이 지분율 100%를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일 대전에서 모여 세라젬지부(지부장 추선희) 설립총회를 진행했다.

전국의 서비스부문 세라젬 노동자들은 1450명이 넘는다. 세라젬 노동조합은 과반수 조합원 확보를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조합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조직개편과 직무전환, 임금(수수료)체계 변경으로 일상적인 고용불안ㆍ저임금에 시달려왔다며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세라젬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설치ㆍ수리노동자들 중 상당수를 영업전담 업무로 전환하는 직무 개편을 밀어붙이고, 직군을 막론하고 임금(수수료)을 삭감했다고 한다.

특히 “세라젬 구매 고객에게 3년간 13회 제공하던 기존 정기방문점검 서비스를 1년간 2회로 일방적으로 축소하고, 고객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가점검서비스로 전환하면서 고객과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동시에 원성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2년에 세라젬을 구입한 A씨는 “방문점검서비스를 나온 직원이 회사에서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음에도 방문점검 직원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여 남아 있는 직원들이 담당하기가 버거워, 방문점검서비스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올해 세라젬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2회로 줄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세라젬
세라젬

노조는 “HC의 방문점검서비스 약속을 믿고 제품을 계약한 고객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현장 노동자들은 고객 클레임을 처리하느라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나아가 방문점검 일거리가 사라지면서 점검수수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HC의 생계불안 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HC의 점검수수료 감축 및 영업전담 직군 강제전환, 직고용된 HC리더를 개인사업자 형태로 전환하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폭발 직전인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고 한다. 해당 계획은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잠정 보류됐다.

회사는 세라젬노조 설립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전국의 상급관리자들에게 “본인 소속 리더들에게 노조 가입 의사를 물어보고 소신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노동조합이 항의하자 “노조 가입을 제재하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사측이 노조 가입 과정에 개입하거나 이를 근거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를 위반하는 불법적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다.

세라젬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측의 막가파식 경영정책과 노조설립 방해 시도에 현장의 불만은 입계점을 넘었다”며 “최근 700여 명이던 HC가 400여 명으로 줄어든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세라젬지부는 이번 주 중 가전통신노조 지부 인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세라젬지부 추선희 지부장은 “우리는 그동안 회사가 시키는대로, ‘악’ 소리 한 번 못 내보고 살아온 아픔이 크다. 우리가 노조를 만든 것은 이제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더 많은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뭉쳐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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