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젬노조 결의대회
세라젬노조 결의대회

[로리더] 안마의자 업계 1위인 세라젬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세라젬은 서비스 개편에 따른 직무전환, 계약종료라고 하는 반면, 세라젬노동조합은 “집단해고를 중단하라”고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라젬노동조합 추선희 위원장
세라젬노동조합 추선희 위원장

세라젬은 방문점검서비스 직군인 HC(헬스큐레이터)를 없애버리겠다고 통보해 332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화난 방문점검서비스 매니저들은 고장 나는 세라젬의 민낯을 공개해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왔다.

안마의자 세라젬을 방문 검검하며 가장 잘 아는 HC 매니저들이 나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초유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라젬노동조합 추선희 위원장
세라젬노동조합 추선희 위원장

먼저 세라젬노동조합은 “회사는 단체교섭이 진행 중이던 11월 10일 노동조합에 방문점검 직군인 HC를 없애버리겠다고 일방 통보했다”며 “12월이면 332명에 달하는 방문점검서비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에 세라젬노조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본사 세라젬과 자회사 세라젬C&S의 대표이사에 대한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라젬은 “집단해고가 아니라 직무전환”이라는 입장이다.

세라젬 HC(방문판매점검) 매니저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사측은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한다. 이에 세라젬은 이들을 영업을 전담하는 비정규직 전환을 하든지, 싫으면 위로금을 줄 테니 계약 합의해지를 권하고 있다.

세라젬 HC는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제품을 판매하고 점검하는 노동자로, 이번 집단해고 대상이 된 노동자들의 고용주는 세라젬C&S로, 모기업이 지분율 100%를 갖고 있다.

이에 세라젬노조는 14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라젬을 업계 1위를 만들었더니, 방문점검원 집단해고를 예고했다”며 “무능한 것은 경영진인데,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일터를 떠나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라젬노조는 “세라젬의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라젬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끝장 투쟁을 하겠다”고 밝히며,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세라젬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추선희 위원장이 호소하고 있다.
세라젬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추선희 위원장이 호소하고 있다.

세라젬노동조합은 15일 세라젬 본사 앞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세라젬은 집단해고 중단하라.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200명 넘는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결의대회 사회를 진행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안중현 정책국장은 “세라젬 HC(헬스큐레이터) 매니저는 소위 특수고용 노동자”라며 “회사는 개인사업자라며 회사의 직원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일할 때는 직원처럼 부려 먹고, 필요 없어지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남처럼 대하는 모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세라젬을 비판했다.

세라젬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추선희 위원장이 울먹이며 호소하고 있다.
세라젬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추선희 위원장이 울먹이며 호소하고 있다.
세라젬노동조합 추선희 위원장
세라젬노동조합 추선희 위원장

지방에서 근무하는 세라젬 HC(헬스큐레이터) A매니저는 “이 자리에 오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무거운 발걸음 비참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며 “단풍 구경을 가야 하는 좋은 날씨에 우리를 이렇게 개고생시키는 사람이 누굽니까? 이경수 대표”라며 포문을 열었다.

A매니저는 “이환성 회장은 의령에서 태어났지만 창원 중앙동 오거리에서 조명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제가 관리하는 고객님 중에 이환성 회장님 지인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 지인분을 통해서 들어보면 이환성 회장님 정말 마음 따뜻하신 분이셨다”고 전했다.

매니저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데, (이환성 회장은) 그 어려운 시절 같이한 의령 선후배들 해외여행 보내드리고, 에어컨도 바꿔드리고, 의령에 정말 많은 기부를 했다고 한다”며 “주고 또 주고 얘기를 들을 때 정말 우리 회장님 마음 따뜻하신 분, 이런 분이 나의 오너라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매니저는 “근데 지금 이 순간 뭐죠? (이환성 회장) 돈 자랑했다”며 “그 돈 자랑을 세라젬 직원들 복지를 위해서 쓰셨다면 우리가 추운 날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습니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이환성 회장을 지적했다.

◆ “세라젬 이환성 회장님, 이경수 대표님 우리가 우습습니까”
◆ “이놈의 세라젬 신제품이 왜 이렇게 고장 많이 납니까? 미치겠다”

A매니저는 “세라젬 이환성 회장님, 이경수 대표님 우리가 우습습니까? 아줌마들아 이제 일거리 못 주니까 밥이나 하러 가라? 그러면 우리가 순순히 갈 것 같습니까?”라고 반문하며 “회장님이랑 대표이사님이 모르시는 것 같은데, 우리 아줌마들은 돈을 벌기 위해 세라젬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매니저는 “저는 방문 관리원으로 입사했는데, 이놈의 영업 실적 때문에 정말 365일이 괴로웠으나 견뎠다. 그런데 우리가 현장에 나가면 (불만을 표출하는) 고객님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야 했다”며 “이놈의 세라젬 신제품이 왜 이렇게 고장 많이 납니까? 미치겠다. 고객님들이 우리에게 욕까지 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A매니저는 “그럼에도 우리가 평정심과 웃음을 유지했던 이유는, 영업실적에 시달려서 고용 불안 때문에 웃음과 평정심을 유지하며 영업 실적 올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계신 매니저님들 중에서 수수료 100% 다 가져가신 분 아무도 없다. (세라젬 자회사) C&S가 생기고 나서 가격 정책을 얼마나 지랄같이 해놨는지 슈퍼 고객이 탄생했다. 수수료는 줘도 못 먹는 그림의 떡이었다. 우리는 못 먹어 놓고 고객 좋고, 회사 좋고, 나는 세라케어 가서 1만 5000원 푼돈 벌 수 있으니까 못 먹어도 고를 외쳤다”며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환성 회장님, 이경수 대표님 오늘 우리 토사구팽 당했다”고 성토했다.

◆ “토사쿠팽 당했다. 화를 넘어 분노가 생기고 정말 주먹이 웁니다”

A매니저는 “화를 넘어 분노가 생기고 정말 주먹이 웁니다. 우리 매니저님들 세라젬 입사하고 나서 반강제적으로 의료기를 구입해야 했다. 우리는 의료기 한 대씩 구매를 한 소비자”라면서 “우리는 세라젬 매니저를 떠나서 소비자고, 소비자를 떠나서 소비의 주체인 아줌마다. 아줌마를 무시하는 세라는 한번 혼내줘야 되지 않습니까?”라고 분개했다.

A매니저는 “세라젬이 오늘 우리에게 (해고) 마침표를 던졌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된다”며 2가지를 제시했다.

“저는 우리 세라젬 고객님들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고객님께 진심어린 마지막 서비스 해야 됩니다. 지금 계정에 남아 있는 고객님들 전화해서 세라젬이 일방적인 서비스 케어를 중단한다. 고객님의 권리가 박탈당한다. 이 사실을 인지시켜 주셔서 고객님이 권리를 꼭 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된다. 고객님께 마지막 서비스 꼭 부탁드린다”

◆ “세라젬 고장나는 거 많이 보셨죠. 진실에 더해 우리는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
◆ “세라젬을 잘못 쓰면 디스크가 터지더라, 응급실 실려 가더라”

특히 A매니저는 두 번째로 세라젬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우리 이제 아줌마로, 소비자로 돌아가야 된다. 세라젬 써보셨죠? 어떤 기계인지 아시죠? 우리 이제 전직이 매니저입니다. 현장에서 세라젬 고장 나는 거 많이 보셨죠? 그 서비스 누가 다 막아줬습니까? 우리가 막아줬습니다. 우리는 신제품이 일주일도 안 돼서 기계가 멈추는 거, 가열되는 거 모든 현상을 다 봤다. 그럼에도 우리는 입으로 (고객의 불만과 문제 제기를) 막았지만, 그 진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세라젬
세라젬

A매니저는 “이 진실에 더해서 우리는 불매운동을 해야 된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운동이고, 소비자의 기본 권리라고 알고 있다”며 “그래서 여러분들은 이 시간 이후 세라젬의 고장이 잘 나는 거 세라젬을 잘못 쓰면 디스크가 터지더라, 응급실 실려 가더라, 현장에서 보신 진실된 얘기를 주변에 설파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SMS, 인터넷 동원해 불매운동을 해야 된다”며 “우리가 불매운동으로 세라젬의 민낯을 알리고,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본사 건물을 가리키는 세라젬노조 조합원들
본사 건물을 가리키는 세라젬노조 조합원들

A매니저는 “(본사 건물) 저기에서 아마 우리 얘기를 듣고 있을 겁니다. 사람의 본능은 참 웃긴 게, 지 욕하는 건 알아들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다. 이경수 대표님 경영의 ‘경’자는 모르는 아줌마지만 지속적인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본주의라고 들었다”며 “사람을 우습게 알면 그 대가는 꼭 치르게 된다는 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셨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결의대회 사회를 진행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안중현 정책국장은 “정말 속 시원하고 진심어린 이야기들 잘 들었다”며 “이렇게 진심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적으로 돌린다면 세라젬의 미래가 과연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세라젬에 일침을 가했다.

한편, 결의대회가 이어지다가 A매니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특히 “이경수 대표님이 모든 세라젬 직원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매니저는 “세라젬 측에서 HC 설명회 내용을 공유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근데 우리에게 설명한 적도 없는데 내용 공유를 한답니다. 우리는 동의한 적도 없고, 내용 자체도 모르는데, 1번 지원 내용, 2번 위로금 수령, 3번 HC Pro 지원, 위로금 수령 동의서 제출 방법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세라젬 본사에서 보낸 문자메시지
세라젬 본사에서 보낸 문자메시지

실제로 세라젬 C&S HC사업부에서 매니저들에게 보낸 ‘HC 설명회 내용 공유’ 문자메시지에는 ▲1. 지원내용 HC Pro 전환 / 위로금(계약 합의해지) / HC 계약 유지 중 선택 1. ▲2. 위로금 기준 = 1년 미만 100만원, 1년~2년 200만원, 2년~3년 300만원, 3년 이상 400만원. ▲3. HC Pro 지원. 위로금 수령 동의서 제출 방법 / 방법 : 카톡으로 전송된 전자문서에 서명하여 제출 – 기한 : 11월 19일(일)까지 등의 내용이다.

A매니저는 “300~400만원이 내가 3~4년간 세라젬에 바쳤던 열정과 (고객) 욕받이 값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절대 안 된다”며 본사 건물을 향해 “정말 억울하지 않습니까?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 주고 나가랍니다. 화가 안 납니까?”라고 분개했다.

이날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해고는 살인이다. 집단해고 중단하라!”
“세라젬 집단해고, 이경수 대표이사가 책임져라!”

◆ <세라젬 입장>

세라젬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조에서는 해고라고 하지만, 해고는 아니고 12월 1일부터 HC 방문서비스가 신규고객 대상으로 멤버십 서비스로 개편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HC로 신규고객 유입이 안 되고 줄어드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세라젬은 “설명회를 통해 HC Pro라는 신규 직무전환 기회, 계약종료, 기존 계정 업무 유지 등 세가지 옵션을 제시했다”며 “노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12월부터 전부 다 계약 해지가 되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위로금을 받고 나가는 경우에만 계약 해지가 된다”고 밝혔다.

결의대회 이후 세라젬노조가 본사 앞에서 농성하기 위해 설치한 텐트가 철거된 것에 대해서 세라젬은 “경찰에서 구청에 지원을 요청해 (철거가) 진행된 것이라고 확인했다”며 “본사 측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