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정철승 변호사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오탈자’라 불리는 응시금지자들에게 “나쁜 오탈자 제도, 말도 안 되는 악법은 폐지될 것”이라며 “여러분은 반드시 훌륭한 법조인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 1항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2항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기간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변시)에 5회 응시했다가 모두 불합격하면 영원히 변시에 응시할 수 없는 ‘오탈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변호사시험 평생 응시금지자’라고 부른다. 변시 오탈자는 매년 200명 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변호사시험 응시금지제 폐지를 위한 연대체’가 결성돼 오탈자 폐지를 외치고 있다.

‘변호사시험 응시금지제 폐지를 위한 연대체’는 지난 10월 1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변호사시험 제7조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세계 유일 인권말살 살인조항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제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참석자들은 “변호사시험 응시금지 세계 유일의 위헌제도”, “대한민국 헌법의 시험 볼 자유를 보장하라”, “인권말살 살인조항 변호사 오탈자 제도를 폐지하라”라고 연신 외쳤다.

정철승 변호사(법무법인 더펌 대표변호사)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헌법소원 소송대리인과 탄원서를 제출하는 탄원인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를 맡고 있다.

기자회견에는 채다은 변호사(법무법인 한중), 김팽찬 변호사(법무법인 더펌)도 참석해 오탈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폐지 목소리를 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진행자 서형남씨는 “로스쿨 2기로 현재 평생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 상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서형남씨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다. 15년 동안 로스쿨 제도가 많은 발전을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로스쿨 졸업한 지 3년 11개월이 지나면 평생 변호사시험 응시가 금지된 청년들이 벌써 1543명이 누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법무부를 비롯해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청년들의 아픔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금까지 지속된 헌법재판소 (오탈제도 합헌) 결정에서 무책임한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정철승 변호사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낙오되고 도태돼 사회생활은 고사하고 대인기피증에 걸리게 만들어 버리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제도의 위헌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제도는 진작 폐지됐어야 했다”며 “그런데 로스쿨 도입되고 15년 동안 오탈자 문제를 알면서도 전부 다 외면해 왔고, 이런 잘못된 악법 제도를 폐지해야 되는데 1차적인 책임을 지닌 곳이 헌법재판소”라고 지목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그런데 (오탈제도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의 의도적인 외면 그리고 법리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지금까지 이런 악법이 계속 시행 돼 왔고, 여러분 같은 피해자들이 해마다 수백 명씩 나오고 있는 상황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하지만 세계 유일의 인권을 말살하는 살인 조항인 오탈제도는 반드시 폐지될 것”이라며 “여러분들은 국가사회 미래를 위해서 큰 역할을 할 인재로서 앞으로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게 될 것이니, 그때까지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마시고 희망을 갖고 실력을 기르십시오”라고 격려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그리고 여러분들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고 응원했다.

기자회견 진행자 서형남씨는 “정철승 변호사님께서 너무나 유익하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저도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로스쿨 2기로 2013년에 첫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는 서형남씨는 “법무부 통계로 매년 200~250명 대략 220명 정도가 매년 오탈자로 배출되고 있어, 오탈자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서형남씨는 “청년들이 대학교 4년 교육을 받고 학점이라든지, 로스쿨을 진학하기 위해서 영어, 교양, 봉사활동이라든지 모든 스펙을 다 구비하고 로스쿨에 진학해서 3년간 교육을 받았는데, 정부나 법조계에서 로스쿨생들을 활용하고 같이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든 매년 200명을 배제할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형남씨는 “법조계가 과연 매년 합격률 50%를 유지하기 위해서 오탈자 200명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법조인 양성 생태계가 과연 지속 가능한 생태계인지는 모두가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격교육을 통해 양성하는 교대, 의대, 수의대라든지 다양한 직역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반드시 사수하는 게 합격률 95%”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합격률 90%를 유지하고, 물론 자기가 적성에 안 맞아서 유급도 하고 자발적으로 떠나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1명의 인재라도 어떻게든 같이 가려고 하는 게 지속 가능한 생태계”라며 “하지만 25개 로스쿨은 양성 시스템이 아니라 배제”라면서 “오탈자분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법조계 그리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분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생태계는 반드시 변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에 오탈자가 됐다”고 소개한 A씨는 “오탈자로서 느끼는 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오탈자의 위헌성을 보강하기 위해 다른 제도들을 모색하는 걸로 아는데, 아예 응시금지제를 폐지하는 게 가장 본질적인 해결이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시금지자 B씨는 “변호사시험 응시금지 제도 자체가 로스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걸 전제로 도입된 건데, 지금은 응시 금지를 통해서 로스쿨의 모든 문제를 막고 있다”며 “잘못된 제도는 결국 우리가 바꿔야 하니까,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없어지는 제도이니까 힘들어도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서로를 격려했다.

2018년부터 6년째 오탈자 폐지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C씨는 “4기 로스쿨을 졸업했고, 10년 넘게 시간 동안 로스쿨에서 살며 지금 40대가 됐다”며 “정부의 각종 인사들, 국회의원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런 현실을 바꿔 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다 핑계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집안에 어려운 일이 많아 정말 힘들게 공부해서 변호사시험을 쳤는데, 제일 화나는 부분은 점수가 그전보다 훨씬 높고 커트라인 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초기 변호사시험) 기존에 있는 친구들은 변호사가 되고 저는 변호사가 되지 못하고, 그래서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다”며 “사실은 마지막 변시 보고 나서 화병이 생겼고, 공황장애도 생겨, 지하철 타는 것도 힘들어 2년 동안 밖에 나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탈자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1543명 친구들이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C씨는 “더욱 화나는 건 로스쿨 동기들이 오히려 변호사시험 합격률 올리는 걸 반대하고, 오탈제도를 폐지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분(변호사)들이 너무 많다는 걸 직접 눈으로 봤다”며 “그런 거 보니까 정말 우리나라 특히 법조계는 희망이 없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C씨는 “헌법재판소에서 오탈제도가 합헌이라고 얘기하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근거를 들면서 모욕적이고 치욕적인 얘기를 쓰면서, ‘이렇게 합격률이 높은데 오탈제도를 폐지해야 되느냐’ 식으로 얘기했다. 솔직히 너무 화가 난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우리나라 법조계를 실질적으로 개혁해야 되는데, 개혁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철승 변호사는 “여러분들이 반드시 법조인이 돼야 된다”며 “왜 그러냐면 억울한 일을 당했던 법조인이 가장 훌륭한 법조인이 되는데, 자기가 억울한 일을 겪어봤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그런 상황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스스로 잘 안다”고 말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금수저 출신, 한 번도 억울한 일을 겪어보거나 사회적으로 힘없었던 적이 없었던 사람들만 법조인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줄 아세요? 법조인들은 자기를 사회 기득권 계층과 동일시해 버립니다. 그래서 법조인들이 도와줘야 되는 사회적 약자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외면하게 된다”고 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그런 법조는 사실 존재 의미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반드시 법조인들이 돼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용기를 내야 됩니다”라며 격려의 의미로 박수를 유도했다.

변호사시험 응시금지자 D씨는 “저는 항상 가슴에 담고 있던 문구가 저기 적혀 있어서 저 문구를 외치겠다”며 “대한민국 헌법의 시험 볼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응시금지자 E씨는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5년 동안 남들이 평생 겪지 않을 일들을 겪으면서 온전하게 시험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응시금지자가 된 케이스”라며 “여기 계신 분들과 변호사시험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에 기자회견에 나오게 됐다. 그래서 오늘같이 시위하는 것에 대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변호사시험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로스쿨 6기 졸업생으로 오탈자가 된 지 좀 시간이 지났다”는 F씨는 “저희가 헌법 답안지에 썼던 문구들을 헌법재판소는 너무도 쉽게 어기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위헌인 제도를 수호하고 있다”고 헌재를 비판했다.

그는 “목적의 정당성부터 어긋나 있는 오탈제도를, 백번 양보해서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봅시다. 하지만 적절한 수단으로 최소 침해를 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전무후무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평생 응시금지 제도를 수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규탄하기 위해서 나왔다”며 “언젠가는 (오탈제도) ‘합헌’ 결정을 내렸던 재판관님들은 부끄러운 날이 올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정철승 변호사는 “저도 이 악법은 반드시 폐지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작년에 응시금지자가 됐다는 G씨는 “앞으로 오탈자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계속 싸우도록 하겠다”며 참석한 정철승 변호사, 채다은 변호사, 김팽찬 변호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사실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쁜 오탈자 제도, 말도 안 되는 악법은 폐지될 것인데, 문제는 이게 폐지될 때까지 여러분들이 이겨내야 된다”며 “여러분들이 용기를 가지고 힘을 내셔라”고 격려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여러분들이 법조인이 된다면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훌륭한 법조인들이 될 것”이라며 “여러분들은 시련으로 단련되고 계시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아시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잘 지키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