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 자기 돈 주고 병원에 가거나, 무급 병가를 내거나, 회사를 그만둬 버립니다.

SH공사의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은 보호해야 하니, 공사는 총알받이로 콜센터 노동자들을 부리기 얼마나 쉽겠습니까.

대신 욕먹고, 대신 민원을 상대하고, 힘들면 스스로 그만두고. SH공사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겠습니까”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콜센터노동조합 채윤희 위원장의 말이다.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은미ㆍ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강성회 진보당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은 지난 7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노조법 2ㆍ3조 개정 촉구! 서비스산업 하청ㆍ간접ㆍ특수고용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은 “민간위탁, 중간착취 악순환을 끊자 -콜센터의 원청ㆍ하청 노동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

SH콜센터 채윤희 지회장은 “항동지구, 은평구 선착순 분양, 마곡9단지, 고덕강일 8단지ㆍ14단지, 위례 15ㆍ17단지, 토지임대부 고덕강일 3단지. 제가 입사해서 분양 상담했던 단지들”이라며 “서울시 어느 아파트라고 하면 어떤 임대로 공급하는지, 신청 자격 요건이 어떻게 되는지 바로 설명 가능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채윤희 지회장은 “‘역세권청년주택, 행복주택, 분양’ 자주 바뀐 정책에 혼란스러워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상담한 콜센터 노동자들은, 기관으로의 직접고용을 결정한 서울시의 방향에 대해 SH공사가 3년간 시간을 끌면서 그저 ‘노력한다’고 말만 하는 희망 고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채윤희 지회장은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하청 노동자의 등골을 빼먹는 것입니까?”라고 따지며 “공고를 하더라도 상담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여기저기 틀린 공고문을 주고, 매번 수정하고, 매번 항의받게 해서 우리는 매번 고객들에게 사과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
(왼쪽부터)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윤미향 국회의원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은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것은 당시 센터장의 갑질로 인해서였다”며 “갑질 센터장을 두둔했던 것은, 다름 아닌 SH공사였다”고 지목했다.

채윤희 지회장은 “연차와 점심시간으로 콜센터 노동자를 착취했던 것을 묵인한 것도 SH공사였고, 지금도 상담사의 저임금을 묵인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SH공사”라고 비판했다.

채윤희 지회장은 “현재 민간위탁사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공사가 금액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공사에 요구하면 급여를 주는 민간위탁사에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 장학재단 콜센터도, 국세청 콜센터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채윤희 지회장은 “얼마 전 국세청 콜센터 노동자들은 세종시까지 가서 파업을 진행했다”며 “겨우 불법을 면하는 최저임금을 받는 국세청 콜센터 노동자는 근무 연차가 3년이든 5년이든 그 노하우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채윤희 지회장은 “원청인 국세청이 민간위탁사 수익은 보장해 줘도, 그 밑에서 국세청 일을 하는 상담사 임금을 더 늘려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장학재단콜센터, 국세청콜센터, SH콜센터 모두 상시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각 기관의 업무지시에 따라 일을 함에도 민간위탁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간 민간위탁사업자에게 수익을 보장하고, 콜센터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고 저임금 노동력 착취구조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콜센터 노동자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 자기 돈 주고 병원에 가거나, 무급 병가를 내거나, 회사를 그만둬 버린다”고 전했다.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은 “SH공사의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은 보호해야 하니, 공사는 총알받이로 콜센터 노동자들을 부리기 얼마나 쉽겠습니까. 대신 욕먹고, 대신 민원을 상대하고, 힘들면 스스로 그만두고, SH공사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겠습니까”라고 직격했다.

채윤희 지회장은 “이 고리를 끊고자 정책을 만들었어도 자신들의 편한 방식으로 아직도 우리의 상황을 반 발자국도 변화시키고자 하지 않는다”며 “그 책임은 각 기관에도 있고, 국회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윤희 지회장은 “변하지 않으면 분란은 계속되고,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그 굴레 속에 희생되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가 될 것이고, 그 굴레 속에서 희망 없이 그냥 버티다가 다시 분노로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고 악순환의 고리를 짚었다.

채윤희 지회장은 그러면서 “바꾸면 되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하나씩 해결하면 되는 겁니다. 여기서도 눈감고, 귀 닫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실태 증언자로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유정욱 본부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로레알지부 강정구 법규국장,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삼경무역지부 신주리 사무국장, 학습지노조 정난숙 비상대책위원장,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ㆍ코닥지부 김순옥 지부장, 전국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 배달플랫폼노조 홍창의 위원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방과후강사분과 손재광 전국분과장이 발언에 나섰다.

또 이 자리에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조직의 조합원 수십 명이 참가했고, 이들은 사회를 맡은 서비스연맹 김광창 사무처장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진짜 사장 책임법, 원청ㆍ하청 격차 해소법, 노조법 2ㆍ3조 즉각 개정하라!”
“국회는 노조법 2ㆍ3조 즉각 개정하라!”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시도를 거부한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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