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참여연대는 15일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의견서를 작성해주고 18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법률의견서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없다면 대법관 자질 검증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는 법률의견서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받을지, 자진사퇴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는 지난 7월 11일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권영준 후보자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 재직 중에 로펌(법무법인)들의 의뢰를 받아 최근 5년간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작성하고 총 18억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법률의견서의 중립성 의혹 ▲재판부에 대한 영향력 행사 의혹 ▲대법관 임명 시 이해충돌 가능성 ▲변호사법 위반 여부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른 영리 업무 금지 규정 위반 여부 등 다수의 문제가 제기됐다.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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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하지만 권영준 후보자는 이를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법률의견서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결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임에도, 의견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객관적 검증을 회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권영준 후보자는 ‘로펌과의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들었으나, 공정한 재판을 위한 대법관 후보자 검증은 개인이나 기업 간의 계약 혹은 사익을 넘어서는 중대한 공공의 사안”이라며 “권영준 후보자는 이해충돌 우려를 검증받고, 해소할 때에야 비로소 대법관으로서의 자격을 가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법률의견서는 로펌이 대리하는 일방의 의뢰에 의해 작성되는 만큼 그 자체로 편향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권영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종료 이후 뒤늦게 공개한 1건의 법률의견서에는 ‘1심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지 않습니다’라고 언급돼 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로펌들이 재판부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전관이나 법전원 교수에게 고액을 지급하며 법률의견서를 의뢰한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특히 권영준 후보자가 2022년 김재형 전 대법관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제청 대상 후보자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는 점은, 로펌이 차후 대법관으로부터의 ‘후관예우’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때문에 학자의 양심에 따라 법률의견서를 제출했다는 권영준 후보자의 해명과는 별개로, 법률의견서가 제출된 과거의 재판과 대법관 임명 후 앞으로의 대법원 재판에서 독립성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의혹을 투명하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법률의견서의 내용과 법률의견서가 제출된 재판부의 구성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권영준 후보자는 법률의견서 63건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 62건의 법률의견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개된 사건을 소송대리한 A변호사는 “공개된 1건조차 소송당사자들이 권영준 후보자의 의견서로 인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상당히 우려해 국회의원실을 통해 소송당사자가 공개한 것일 뿐, 권영준 후보자는 단 1건도 법률의견서를 공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해충돌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며 “권영준 후보자에게 법률의견서를 의뢰했던 로펌의 사건을 대법원에서 재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인사청문회에서 권영준 후보자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라 최근 2년간 법률의견서를 제출했던 로펌들이 대리하는 모든 사건에 회피 신청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회의적인 반응이다..

참여연대는 “하지만 많은 재판을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모든 사건을 회피할 수 있을지는 약속이 아닌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해충돌 방지법에서는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를 대체하기 지극히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모든 사건을 회피한다면 실질적으로 대법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또한 권영준 후보자의 법률의견서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채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추후 대법원에서 재판 당사자가 권영준 후보자의 중립성을 의심하더라도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기피 신청도 어려워진다”며 “결국 이해충돌 우려 속에서 권영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된다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학교 교수 신분으로 법률의견서를 작성한 것이 국가공무원법과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영리업무를 금지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가능한 영리업무는 사기업체의 사외이사뿐으로, 법률의견서 작성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법률 관계 문서를 작성한 자에 대한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지적받자 권영준 후보자는 해당 법률들에 대한 위반 사실이 없다고 언급하며, 다른 법학 교수 등의 경우에도 법률의견서를 제출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는 로스쿨 교수들이 거액을 받고 로펌을 통해 법률의견서를 제출해 온 관행이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음에 무지했음을 시사한다”며 “대법관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의 모색”이라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결국 권영준 후보자가 작성했던 법률의견서의 내용과 해당 사건 담당 재판부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충돌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면, 대법관으로서의 자질 검증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다.

참여연대는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는 남은 62건의 법률의견서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검증을 받을지, 자진 사퇴할 지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의 신뢰성은 대법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담보 될 때에만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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