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단체는 26일 엘리엇에 690억 배상 패소 판정과 관련해 향후 막대한 국고 지출이 진행된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한 사태를 야기했던 이재용과 삼성물산, 박근혜 등 책임자들에 대해 구상권 청구나 손해배상청구 등 피해를 회수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엘리엇 1300억 원 손해배상, 이재용ㆍ박근혜에게 삼성 불법합병 책임 추궁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먼저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하도록 해, 삼성물산 주식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7월 12일 국제투자분쟁(ISDS)에 중재를 신청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1 : 0.35’는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합병이 이뤄졌다.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부는 6월 20일 한-미 FTA(협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우리 정부에 미화 5358만 6931달러(한화 약 690억원)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중재판정부는 또 엘리엣의 법률비용 372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배상원금에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 복리 이자 지급을 명함에 따라 한국은 엘리엇에 총 1300억원 대의 배상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장,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용건 공적연금강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김은정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 등이 참가해 발언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정경유착·국정농단, 삼성물산 부당비율 합병에 대한 엘리엇의 배상 청구서, 정부는 이재용, 삼성물산, 박근혜 등으로부터 국고 회수 방안 마련하라

언제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부정부패와 사익편취에 따른 댓가를 계속 대신 떠안아야 하는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부당하게 산정되었음에도 국민연금이 이에 찬성해 국민노후자금에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 일어난지 8년이 지났는데, 여기에 더해 외국 헤지펀드가 입은 손실까지 국민이 메꾸어야 하는 일이 참사가 발생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는 결국 엘리엇의 승리로 끝나 우리 정부는 손해배상액 약 690억 원과 지연이자, 분쟁비용 등을 포함해 약 1,3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고를 지출하게 되었다. 마찬가지 이유로 ISDS를 제기한 메이슨캐피탈 매니지먼트와의 분쟁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국고 지출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7년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함으로써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파면되고 전 정권이 무너진 후 수차례 사법절차를 통해 일련의 과정이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으로 점철된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건희 전 회장의 유고가 예상됨에 따라 가능한 최소한의 비용만을 들여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서둘러 승계받고자 했던 이재용은 삼성전자의 주요주주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확보하고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했고,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가치를 높게, 삼성물산 가치를 낮게 부당 책정했다. 이어 합병 성사의 키를 쥔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고자 회삿돈을 횡령해 박근혜씨에게 뇌물을 제공했고, 그 뇌물을 받은 박근혜씨는 보건복지부를 동원해 국민연금에 외압을 행사했으며,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의 노후자산을 지켜야 할 본인들의 책임과 의무를 배반하고 국민연금 내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해 이를 관철했다. 2023년 6월 현재까지 이들 범죄자에 대한 사법 조치가 모두 진행되었지만, 이재용은 가석방과 특별사면을 거쳐 복권돼 삼성전자의 회장이 되었으며, 박근혜씨 역시 특별사면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되어 여생을 보내고 있다. 결국 이들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국민들의 소중한 자산이 동원되고 손실을 입었으며, 초국적 해외자본이 입은 피해까지 대신 갚아야 하니 이 어찌 부당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난 ISDS 결정에 대해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은 입장문을 내 “엘리엇의 승리”를 강조하며, “국가원수로부터 발생한 범죄적 부패에 기반한 주권에 대해 주주 행동주의에 참여한 투자회사가 거둔 아시아 최초의 승리”라고 표현하고 자축했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한 아시아의 선도 국가를 표방했던 대한민국 국민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이자 치욕이다. 물론 이번 ISDS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주주로서의 행위가 아닌 국가의 행위로 전제한 점, 박근혜 등의 비위로 발생한 일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정상적인 정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전제한 점 등과 관련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여기에 더해 ISDS 제도가 국가의 주권과 사법권을 형해화한다는 오래된 비판 역시 간과해서 안 될 일이다.

그러나 과거 한미 FTA 당시 ISD 도입 시 폐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정부가 반박하며 내세운 “정부 조치가 정당하고 미국 투자자에게 비차별적인 경우에는 아이에스디 피소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논리를 우리 위정자들이 스스로 어겼고, 그에 따라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에 대해 깊은 자괴감과 분노를 표한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지금도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으로 칭송받고 대우받는 회사의 총수가, 전 국민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가원수가, 국민의 공복이자 집사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공직자들이 오직 자신의 사익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자산을 사사로이 동원했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결국 초국적 헤지펀드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정부는 엘리엇이 과장해 주장한 천문학적 배상금액 약 9,917억원 중 일부인 690억원만 인정되었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93% 승소했다고 자위하며 국민을 호도하지 마라.

따라서 우리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대한민국 정부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첫째, 엘리엇과 메이슨캐피털이 제기한 ISDS 결정에 따라 재정 지출이 현실화된다면, 이 사태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이재용 회장, 박근혜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고 구상권 청구나 손해배상청구 등 이들로부터 가능한 국고를 회수할 방안을 마련하라. 뇌물과 외압, 직권남용과 배임으로 발생한 손해를 오직 국민의 혈세로만 지출해 경제정의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엘리엇이 제기한 ISDS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있었던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지분율이 7.12%였던 엘리엇에 대한 손실을 약 690억원로 산정된 것을 감안하면, 당시 지분이 11.21%였던 국민연금의 손실은 그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명백하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1,086억원을 넘는다. 국민노후자금에 대해 반드시 손해배상이 이루어져야하며 이를 통해서만이 지난 부정부패에 대한 청산과 경제정의 실현이 완결될 수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엘리엇-메이슨캐피탈 ISDS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확정된 이후,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소 제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힌 바있다. 국민연금은 약속한 대로 즉각 이재용과 삼성, 박근혜 등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에 나서라.

물론 이를 위해 법무부는 이번 ISDS 판정문을 신속히 공개해 이 사건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후속 대응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할 책임이 있다. 또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불법사항을 다투는 재판 진행 중이므로, 이번 중재판정 결과가 추가 진상규명에도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과거 국정농단과 삼성물산 불법합병 관련 수사 현장의 최일선에 있었던 전문가이다. 이번 ISDS 결정과 관련해서도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해 경제정의 구현과 법 기강 확립, 나아가 부정부패 척결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다.

2023. 6. 26.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노총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