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관기 변호사 “검수완박은 권력의 경찰 집중이 문제”…해법은 대배심제
[칼럼]김관기 변호사 “검수완박은 권력의 경찰 집중이 문제”…해법은 대배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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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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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관기 변호사(김박법률사무소)
김관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관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검수완박은 권력의 경찰 집중이 문제>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한 동안 유행하였다. 요지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수사권은 어디로 가나? 물론 경찰에 간다. 야당이 반대하였고, 검찰이 반대하였다. 특정 정파에 줄 서지도 않는 변호사협회도 반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탈당과 같은 약간의 입법과정에서 기술적인 무리를 거쳐 결국 다수결로 통과하였다. 범죄 수사구조의 밑그림을 전적으로 새로 쓰는 파천황적인 개혁이었다.

현재의 국회 의석 구조를 보면 과거로 돌아갈 것 같지도 않다. 일부에서는 헌법에 위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인권에 직접적 관계가 없는 법인 이상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반한다고 선언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검수완박은 이제는 기정 사실화되었고 불가역적으로 정착할 듯하다.

왜 국회는, 국민은 이런 결단을 내렸을까? 그것은 검찰을 경원하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 패한 다수당의 의원들이 적폐청산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정치보복을 당할 것을 속으로 걱정하였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암묵적 지지가 없다면 어떠한 법률도 발의하여 통과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검찰로 대표되는 법률가 집단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주제 넘은 내 소견이다. 2020년 통계에 전국민의 29.8%가 벌금형 이상의 전과자라는 것이다. 전과 기록으로 인하여 사회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현실적 우려인 점을 고려한다면, 얼핏 보아도 과도한 비율이다.

그런데, 처벌의 여부와 정도를 정하는 것은 사실상 형사사법의 중심에 있는 검찰이었다. 재판을 법원이 한다지만, 검찰의 의견에서 거의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유죄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이론상 법원의 판사들이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직업적인 완고함이 있어 어지간해서는 검찰의 유죄 주장을 받아들인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헌법상의 원칙은 구호에 그치고, 실무가들은 의심스러울 때는 유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 작용한다고 느낀다. 윤리적으로야, 죄 지은 자 뉘우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형사사법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관행은 약 30퍼센트의 국민에게는 불만족스러웠다.

사실 근원적인 잘못은 무리한 기소를 유죄로 인정하는 판사, 엄벌주의, 엄격주의를 고수해 온 법원의 잘못인 지도 모르겠다. 일단 죄인을 너무 많이 생산해 냈다. 따지고 보면 판사들에게 잘못이 있다고 칠 수 있지만, 더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 많은 규제입법을 만들어낸 정치인들이 잘못이고, 결국 우리 국민의 의식이 문제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경찰에 수사권을 전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합당한 대안일까. 단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경찰은 경찰청장의 지휘 하에 있는 중앙집권적 조직이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다. 경찰관들은 대부분 직무에 투철하고, 상부의 지시에 복종한다. 오죽하면 바람이 오기 전에 먼저 눕는 풀이라는 말도 있겠는가.

검수완박은 수사개시권을 경찰이 독점하게 함으로써 거대한 권력을 만들어냈다. 물론 국가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이겠고, 실제로는 국민의 대표자로 가정되는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이겠다. 그런데, 정치인이 부패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들은 권력자로서 경찰에 영향을 미쳐 자신들의 부패에 대하여는 눈감고 지나가게 할 인센티브가 크다. 오직 한 곳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과거 검찰이라고 부패하지 않았겠는가. 물론,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과 규율을 지키고 도덕적으로 나무랄데가 없이 처신하지만 어디나 변종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또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늘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권력기관 사이에 서로 부패를 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으면 심하게 타락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권력자끼리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것을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검찰이 쥐고 강제수사를 하려면 검찰을 거치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 물론 검찰에 대한 경찰의 견제는 약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검찰의 비위를 경찰이 수사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검수완박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하려고 한 것이었다면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 실제로 최근 경찰은 과거 정치인 관련 사건을 부지런히 수사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무소불위의 경찰권력이 되었다는 말이 나올 때가 되었다. 독점적 수사권을 가진 거대조직이 된 경찰의 수사권을 견제할 장치를 만들 때이다. 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에 기댈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하게 된 지금, 그렇다고 정치인들에게 그 권한을 줄 수도 없으니, 국민이 직접 나서는 수 밖에 없다.

답은 하나이다. 흔히 기소배심제라고도 부르는 대배심제가 있다.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뽑힌 대표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배심은 수사를 개시하고 기소를 할 지 여부를 결정하고, 또 직접 관계인을 소환하여 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그 활동에 있어서 검사의 조력을 받고 판사의 견제를 받고, 배심원 전체를 매수하기는 실제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과 청탁에 의하여 의사결정의 공정성이 왜곡될 가능성은 없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형식적으로 위법인 것처럼 보여도 처벌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는 과감하게 불기소를 결정하는 책임을 지는 부담을 경찰, 검찰로부터 덜어 준다. 오랜 기간 미국인들이 운영해 오고 있는 이 제도를 우리가 운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F35전투기를 우리가 운용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좋은 것이라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과감하게 대배심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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