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익명 인터넷 카페(이사야) 동향 파악 및 법관 성향 동향 파악’을 분석한 네 번째 “사법농단 이슈 페이퍼(ISSUE PAPER)”를 발간했다.

지난 5월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민변(회장 김호철)은 즉각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사법농단 T/F)를 결성하고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다각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

‘민변 사법농단 T/F(단장 천낙붕)’에서는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 이외에도, 진상조사위원회 및 추가조사위원회의 각 조사보고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98개의 법원행정처 문건 등을 법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요청된다고 판단했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민변 사법농단 T/F는 수회에 걸쳐 “사법농단 이슈페이퍼(ISSUE PAPER)”를 발간하기로 했다.

지난 6월 26일 발간한 첫 번째 이슈페이퍼로 ‘상고법원을 매개로 한 재판거래, 재판개입’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담았다.

6월 28일 두 번째 발간한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는 “국제인권법학회ㆍ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의 동향 파악 및 학술대회 개입”과 관련한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을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지난 3일 발간한 세 번째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는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개입 등” 사법행정권 남용을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민변 사법농단 T/F(단장 천낙붕)’는 4일에도 네 번째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이번에는 ‘익명 인터넷 카페(이사야) 동향 파악 및 법관 성향 동향 파악’을 담았다.

민변은 먼저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익명 인터넷 카페인 ‘이판사판야단법석’ 다음 카페(이사야)에 상고법원 설치 등 사법정책 현안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글이 많이 게시된다는 이유로 폐쇄 유도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최대 역점 추진사업이었고, 사법농단으로 드러난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이다.

조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을 보면 2015년 2월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은 이OO 부장판사의 정치편향, 막말 익명 댓글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사야’(이판사판야단법석) 게시글이 유출될 경우 더 큰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봐 선제적 대응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선배 법관이 운영진에게 위험성 있는 글 삭제, 실명화 등을 권유하는 방안, 선배 법관이 다수 가입하는 방안, 법관 전체에 익명글 작성에 관한 주의 공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다 2015년 2월 27일 및 3월 1일 정OO 판사가 자신의 배우자인 김OO 판사의 아이디로 이사야 게시판에 접속해 민감한 글은 일정기간 게시 후 자진 삭제하자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후 글에 대한 반응과 이사야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 보고했다.

민변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명시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이사야 회원들에게는 경각심을, 운영진에게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특히 아사야의 운영자인 홍OO 판사와 소속 법원장의 면담을 성사시키고 이 자리에서 미리 작성된 카페 게시글을 전달한 사실은 단순히 동향을 감시, 보고한 차원을 넘어 명백히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판례에 비추어볼 때 이사야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회원들의 게시물 작성에 대해 ‘위축효과’를 유발하기 위한 검토 및 이를 위한 ‘작전 글’을 게시한 점, 이사야 운영자에 대해 소속 법원장이 면담을 하고, 법원행정처의 목적에 부합하는 공지글을 게시할 것을 요구하며 초안을 전달한 점 등은 충분히 소속 법원장이라는 상급자에 의한 위력의 행사라 인정될 수 있을 것이며, 게시글 작성의 ‘위축효과’를 통한 표현의 자유(카페운영목적)의 원활한 유지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바, 충분히 업무방해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에 더해 특히 임종헌 기조실장 등이 이사야 운영자 홍OO 판사에 대해 논쟁적인 글을 일정 기간 후 비공개로 전환하도록 하는 공지글을 게시하도록 압박한 점은 부적절한 사법행정권의 행사를 넘어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사법행정권은 사법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행정작용으로 법원 직원의 임면 및 감독과 법원의 회계ㆍ경리 등의 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무리 넓게 해석한다 해도 법관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주고받는 익명게시판을 사찰하고 그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작전 글을 게시하는 데다 상급자로 하여금 운영자에게 압박을 가하도록 한 행위를 행정권의 일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런 점에서 ‘부적절한 사법행정권의 행사’,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본 특별조사단의 해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못해 범죄행위를 은폐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위 문건의 작성자들이 스스로 밝힌 ‘표현의 자유를 위축’ 시키려했던 자들이 다름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법관들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안에 연루된 법관들은 형사적 책임 여부를 떠나 이미 법관의 자격이 없는 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있는 법원행정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있는 법원행정처

◆ 법관에 대한 동향ㆍ성향 파악 등 사법농단의 실태 및 평가

특별조사단은 차성안 판사의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부분에 대해서만 명시적으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민변은 “지시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기준으로 인적 책임을 묻는다고 보면, 차성안 판사뿐만 아니라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송승용 판사 등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 판사들에 대한 동향 파악을 지시하고 관련 문건을 작성 및 대응방안을 검토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므로, 특조단이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라고 판단한 부분도 포괄적으로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고 봤다.

민변은 “직권남용죄 성립과 관련해 판례는 지시를 행한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등을 고려해서 판단하는데 특조단은 이 부분 종합검토에서 이미 그러한 검토를 거쳐서 사법행정권의 부적절한 행사 및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보고서 99쪽)”며 “판사들에 대한 동향성향 파악 및 대응방안 검토를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죄를 구성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추가로 차성안 판사에 대한 문건에는 개인 이메일의 내용이 자세히 기재돼 있어, 만약 법원행정처에서 대법원 전산시스템의 정보를 이용한 것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인정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민변은 “나아가 조사보고서에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부분의 문건의 작성을 지시했다고 돼 있으나, 애초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015년 7월 인사모를 챙겨보라는 지시를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하고, 그 무렵부터 인사모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로부터 논의사항 등을 확인,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박병대 처장 등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 무렵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태도가 대법원의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성향 및 동향을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대법원 정책의 추진을 위해 BH에 협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었던 점, 전체 문건 중에서 임종헌 전 차장이 직접 작성하거나 수정한 문서들이 상당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판사 성향 및 동향 파악 문건들도 임종헌 전 차장을 최종 보고받는 자로 해 작성됐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각 법원행정처장 및 대법원장에게 보고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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