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입법평가작업을 진행하면서 비대해진 경찰권을 효율적으로 분산 통제할 수 있는가와 경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독소조항은 없는가에 대해 심층 분석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

엄호성 변호사는 ▲지휘ㆍ감독의 중복 또는 혼선 우려 ▲지방토호세력과의 유착, 지방 간 경찰역량의 편차 등 자치경찰제의 문제점 ▲국가수사본부장의 신분 불안 등 국가수사본부체제의 문제점 등에 대해 조목조목 짚으며 대안을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2020년 국회가 제정ㆍ개정한 법률을 평가한 ‘2020년 입법평가보고서’를 발간하면서, 17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대강당에서 ‘2020년 입법평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좌측부터 김형주 변호사, 최철호 변호사, 김응철 변호사, 박경호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장 김현성 변호사, 김기현 변호사, 정수호 변호사, 김광덕 변호사<br>
좌측부터 김형주 변호사, 최철호 변호사, 김응철 변호사, 박경호 변호사, 이찬희 변협회장, 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장 김현성 변호사, 김기현 변호사, 정수호 변호사, 김광덕 변호사

이번 입법평가보고서는 대한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현성 변호사) 소속 63명의 변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2020년 사회적 이슈가 된 35개 법률에 대한 평가작업을 거쳐 만든 것이다.

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 엄호성 변호사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해 입법평가작업을 진행했다.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김현성 입법평가특별위원장은 “엄호성 변호사는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제16대ㆍ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법무법인 명재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좌장을 맡은 대한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장 김현성 변호사<br>
좌장을 맡은 대한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장 김현성 변호사

엄호성 변호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검찰 등 권력기관개혁을 명분으로 2018년 6월 검경수사권 조정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수사권조정은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범죄의 범위제한과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이러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효율적으로 분산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그래서 자치경찰제도입의 법적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경찰권 비대화의 우려를 해소함과 동시에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해 주민수요에 적합한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전체의 치안역량을 효율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또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종래와 같은 검찰의 지배 내지는 종속적인 수사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 수사권을 확보 및 확대하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이관받아 경찰권이 더욱 비대해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고, 경찰청장의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구조를 마련하며 경찰수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국가수사본부 체제를 도입했다.

이와 같이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 체제의 도입에 따라 종래의 경찰청법을 전부 개정하게 되었고, 법률명칭도 바꿨다.

이번에 개정된 주요내용은 ▲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구분하고, ▲경찰청에 국가수사본부를 두고 국가수사본부장을 치안정감으로 보하며 경찰청 외부를 대상으로 모집하여 임용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임용요건 및 자격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또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시ㆍ도지사 소속으로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를 합의제행정기관으로 두고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시ㆍ도경찰청장의 임용 관련사항을 정하고 소관사무에 따라 경찰청장,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ㆍ감독을 받도록 했다.

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엄호성 변호사의 입법평가는 개정 취지대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효율적으로 분산 통제할 수 있는가와 경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독소조항은 없는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봤다.

엄 변호사는 먼저 지휘ㆍ감독의 중복 또는 혼선을 우려했다.

엄호성 변호사는 “시ㆍ도경찰청장은 국가경찰사무에 대해서는 경찰청장의,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는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의, 수사사무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ㆍ감독을 받는다. 일선 경찰서도 마찬가지”라며 “하나의 경찰관서에 3개의 지휘ㆍ감독권자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법률에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를 구분해 놓았지만, 양쪽에 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자치경찰사무에 속하는 사건수사가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ㆍ감독을 동시에 받아야 할 경우 이중ㆍ삼중으로 지휘ㆍ감독을 받는 상황이 예상되므로 사건의 신속, 공정한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가 많이 있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엄호성 변호사는 “이러한 점에서 정부조직법상 경찰청장의 치안사무책임 규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엄 변호사는 “정부조직법 제34조 제5항은 치안사무에 관해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두고 있으므로 치안사무에 대한 최종책임은 경찰청장이 져야 한다”며 “그런데 개정 법률에는 경찰청장이 원칙적으로 자치경찰사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법체계상 맞지 않다”고 짚었다.

엄호성 변호사는 “주(State)마다 독립된 법률을 갖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법률 제정ㆍ개정권이 국회와 정부에 있으므로 자치경찰사무에 관해서도 경찰청장이 국가의 관련 법률에 따라 통일된 지침을 내릴 수 있는 정도의 권한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엄호성 변호사는 자치경찰제의 문제점으로 ▲지방토호세력과의 유착 ▲지방 간 경찰역량의 편차 ▲시ㆍ도자치경찰위원의 자격요건 상향 필요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의 일부 소관사무의 모호성 등을 짚었다.

엄호성 변호사는 “자치경찰제가 갖는 가장 큰 약점이 지방토호세력과의 유착”이라며 “특히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시ㆍ도경찰청장이나 일선경찰서장을 지휘ㆍ감독하므로 과거와 같이 경찰업무를 꿰뚫고 있는 상급 경찰관서의 감찰활동이 어려워지고, 따라서 지방토호세력들과의 유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처음 실시단계부터 엄정한 직무교육을 통해 이러한 유착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호성 변호사는 또 “자치경찰제 하에서는 지방 간 인사이동이 어려워지게 되므로 역량이 부족한 경찰관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방주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치안서비스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도시와 농어촌, 수도권과 지방 간 치안서비스 편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자치경찰제로 인해 지방 간 인사이동 또는 경찰관 스스로의 능력개발이 정체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특히 지방 간 인사이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

이와 함께 엄호성 변호사는 “시ㆍ도자치경찰위원의 자격을 판사,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의 직에 5년 이상 있었던 사람으로 하고 있으나 시ㆍ도자치경찰위원의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ㆍ감독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5년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관할지역 주민 중에서 지방자치행정 또는 경찰행정 등의 분야에 경험이 풍부하고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도 자격이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여기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의미를 생각할 때 최소한 10년의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시ㆍ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의 평균연령이 50세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제시했다.

엄호성 변호사는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의 소관사무 중 국가경찰위원회에 대한 심의ㆍ조정요청이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심의ㆍ조정 요청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구체적인 보완을 하거나 아니면 자지경찰사무를 다루는 시ㆍ도자치경찰위원회가 국가경찰사무를 다루는 국가경찰위원회에 심의ㆍ조정요청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삭제함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엄호성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체제의 문제점도 평가했다.

엄 변호사는 먼저 ‘국가수사본부장의 신분 불안’을 꼽았다.

엄호성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이 갖는 위상과 직무상 독립성, 중립성, 임기 2년 등을 감안할 때 너무 쉽게 ‘면직’ 당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논란에 비추어 국가수사본부장의 신분보장을 검찰총장 수준으로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엄 변호사는 또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체제의 도입에 따른 핵심적 후속조치로 수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책임수사관을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수사팀장(경감, 경정)을 책임수사관으로 지정해 검사와 동등한 역할과 기능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수사가 책임수사관에 의해 진행되므로 수사의 중립성, 독립성을 위해 책임수사관에 대해서도 쉽사리 직권면직 등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검사와 동등한 정도의 법적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엄호성 변호사는 정보와 수사의 분리에 따른 효율성 저하를 짚었다. 엄 변호사는 “경찰정보의 대부분은 범죄정보인데 정보경찰과 수사경찰이 단절돼 범죄대응 역량이 낮아질 우려가 있고, 범죄정보를 보고받아 수사경찰에게 이첩한 경찰관서장이 그 수사진행 상황을 파악하려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제197조(사법경찰관리) 제1항의 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엄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인 치안정감 및 치안감 등도 성격상 사법경찰관의 범위에 포함되어야 하므로,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경무관까지로 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97조 제1항의 개정도 추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엄호성 변호사

심포지엄 자리에서 엄호성 변호사는 “비대해진 경찰권을 효율적ㆍ민주적으로 통제하려고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체제를 도입했으나, 과연 그 취지에 맞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더 크다”며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찰권한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실토했다. 나름대로 분석한 문제점에 대한 보완을 통해 위 법률이 우리사회에 연착륙하기를 기대한다”며 입법평가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사회는 대한변협 제2기획이사 김형주 변호사가 맡았다.

심포지엄 사회를 맡은 김형주 변호사
심포지엄 사회를 맡은 김형주 변호사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발간사를 하며 입법평가특별위원회 김현성 위원장과 위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찬희 대한변협회장<br>
이찬희 대한변협회장

심포지엄 좌장은 대한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장인 김현성 변호사가 직접 진행했다.

입법평가특별위원회 위원인 박경호 변호사가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검경수사권 조정)’, 입법평가특별위원인 김응철 변호사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발표했다.

좌장을 맡은 대한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장 김현성 변호사
좌장을 맡은 대한변협 입법평가특별위원장 김현성 변호사

또 입법평가특별위원인 정수호 변호사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입법평가특별위원인 김기현 변호사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입법평가특별위원인 최철호 변호사가 ‘자동차관리법’, 입법평가특별위원인 김광덕 변호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발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