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가 백종건 전 변호사의 변호사등록신청을 두 차례 거부하자,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종건 전 변호사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가운데가 이찬희 서울변호사회장과 백종건 전 변호사)

먼서 사건은 이렇다. 백종건(34, 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6년 3월 28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한 후 2017년 5월 30일 출소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변호사는 결격사유에 해당돼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2017년 9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백종건 변호사의 재등록 신청에 대해 상임이사회에서 논의를 거듭한 결과, 헌법 제19조가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의 입법취지와 양심적 병역거부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고려해 등록적격의견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서울변호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백종건 변호사가 제출한 변호사 재등록 신청에 대해 적격의견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 송부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 등록심사위원회는 2017년 10월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백종건씨에 대한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적격의견’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재등록신청을 거부했다.

변협은 “형행법의 문제점을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한변협은 실정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변호사법을 근거로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백종건 변호사는 다시 한 번 재등록신청을 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10월 16일 등록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병역법 위반의 실형을 선고받은 백종건 변호사의 등록신청을 또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등록심사위원회는 “격론 끝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 결격사유에 해당함을 규정하고 있는 실정법인 변호사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9인 중 5인의 등록거부의견에 따라 등록거부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을 반대하고 대체복무제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해온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종건 전 변호사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를 제출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청원서를 제출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병역종류조항)에 대해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2019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다만, 병역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88조(처벌조항)에 대해서는 4(합헌) : 4(위헌) : 1(각하)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려면 위헌정족수인 6명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야 한다.

서울변호사회는 “강일원ㆍ서기석 재판관은 위 처벌조항에 합헌의견을 제시했지만 ‘지금처럼 병역종류조항에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조항의 입법상 불비와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이 결합돼 발생한 문제일 뿐, 처벌조항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는 아니다. 이는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그에 따른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이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라고 판단해 사실상 위헌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서울변회는 “그렇다면 처벌조항에 대한 4인의 위헌의견과 사실상 위헌으로 본 강일원ㆍ서기석 재판관 2인의 의견을 더한다면 재판관 6인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위헌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봤다.

또 “더욱이 처벌조항에 대해 합헌의견을 제시한 안창호 재판관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경우에는 사면을 통해 형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 불이익을 완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며 사면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그 동안 입법부와 사법부의 위헌적 판단이 결합돼 발생한 문제이며,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간 처벌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고, 그로 인해 현재 변호사 재등록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백종건 전 변호사는 그 동안 변호사로서 우리나라의 중요한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으며, 특히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도 백종건 전 변호사가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들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백종건 전 변호사의 법적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한 특별사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변회는 “법률과 판례는 정의의 관념에 따라 변경될 수 있고 변경되어야 할 경우에는 다른 상황을 고려함이 없이 변경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는 대체복무제 마련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채,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을 형사처벌해 전과자로 만드는 잘못을 반복해 왔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백종건 전 변호사,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법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한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인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될 특별사면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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