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로리더] 1950년대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박봉에 굉장히 괴로워하던 한 판사가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을 찾아와 불평한다.

판사가 “박봉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라고 불평하자 김병로 대법원장은 “나도 죽을 먹고 살고 있소. 조금만 참고 고생합시다”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정)는 24일 고위법관 재산분석 기자회견장에서 제도적 문제점을 짚기 전에 한국 초대 대법원장이자 독립운동가, 시인이었던 가인 김병로의 일화를 소개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가인 선생은 ‘공직자에게는 청렴이 우선이다. 정의를 위해서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는 말씀을 남겼다”며 “경실련에서 고위법관 재산분석을 발표하고 있는데, 정말 참담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경실련 사회정책국 임정택 간사, 김성달 사무처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정),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실련 사회정책국 임정택 간사, 김성달 사무처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정),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실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고위법관 155명의 평균재산은 38억 7000만원에 달해 국민재산 평균(4억 6000만원) 대비 약 8.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위법관 중 재산 상위 10명은 평균 144억 4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역시 29억 1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 평균(약 4억 4000만원) 대비 약 6.6배에 달했으며, 주식은 1억 9000만원으로 국민 평균(약 2000만원) 대비 약 9.5배를 기록했다.

3000만원 초과 주식 보유자는 155명 중 45명에 해당했고, 상위 10명은 평균 19억 3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웅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재판관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는 분”이라면서 “근데 법에서 정해져 있는 부분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주의를 받거나 의심되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가인 김병로 선생의 말씀을 새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정지웅 변호사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의무자를 4급 이상으로 재산 공개 대상자를 1급 이상으로 하고 있다”며 “경실련의 주장은 재산 공개 대상자도 재산 등록하는 4급 이상으로 현행 1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재산공개 대상자의 범위를 재산등록 의무자인 4급 이상으로 확대해 공직자 재산공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감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처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처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정지웅 변호사는 “재산 내역을 투명 공개하고, 부동산 액을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시세를 동시 기재하라”며 “2018년에 시행령 개정으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에서 높은 금액을 기재하도록 돼 있지만, 인사혁신처가 실거래가를 본인이 실매입한 가격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최근 거래가 없는 경우 대부분 공시가격으로 기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하지만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대지나 비주거용 건물은 시세의 40~50%, 아파트는 60~70% 수준에 그쳐서 축소 공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부동산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 8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지웅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의 경우는 국회의원 등 다른 공직자들이 모두 공개하고 있는 아파트 이름도 공개되지 않고 있으므로 재산공개 내역도 지금보다 상세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웅 변호사는 “직계존비속에 대한 고지를 거부하는 법관이 굉장히 많다”며 “사실상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취득한 후 위장 증여나 변칙 상속의 방법으로 가족들에게 은닉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지웅 변호사는 “따라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통해서 고지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해 가족의 재산신고 의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은닉을 차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실련 김성달 사무처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김성달 사무처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정지웅 변호사는 “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합 조정하고 실질적 조사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관할 등록 의무자 중 공개 대상자의 재산등록을 공개하고 재산등록 대상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심사하는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중앙정부,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광역단치단체, 기초지자체 별로 260여개 기관에 각각 쪼개놨다”고 비판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현재 공직자윤리위원회 권한으로는 허위 등록과 투기 혐의에 대한 검증과 실사가 거의 불가능하고 실무 인력의 한계로 관계기관장에게 심사를 위임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통합 조정이 필요하며, 보완 명령에 그치는 현재의 형식적인 심사 기능을 실질적인 조사 기능으로 바꾸고, 적정 수준의 조사인력도 배치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인사혁신처(공직자윤리위원회)가 담당하는 공직윤리 업무와 이해충돌과 청탁금지 등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부를 합쳐 공직윤리와 반부패를 담당하는 전담기구 설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지웅 변호사는 “상속인지 투기인지 알 수 있도록 재산 형성 과정을 모두 소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경실련 사회정책국 임정택 간사,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왼쪽부터 경실련 사회정책국 임정택 간사,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정지웅 변호사는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세부 내역과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단순 재산신고 가액만으로 재산 형성 과정에 불법 및 부당을 심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 2019년 12월 개정을 통해 종전에는 재산등록을 하는 경우 재산의 취득 일자, 취득 경위, 소득원 등을 임의로 기재하도록 하던 것을 재산공개 대상자에 대해서 부동산 등의 취득 일자, 취득 경위, 소득원 등의 형성 과정 기재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지웅 변호사는 “하지만 최초 재산등록 시 재산 형성 과정을 등록하지 않은 기존 등록자에게도 재산변동 신고 시 기재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는 “정부ㆍ대법원 공직자윤리위 회의를 비공개하는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현재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대법원 규칙에서는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 있고, 정부와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와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의 회의 내용 뿐 아니라 회의 결과까지도 비공개하고 있다”며 “이게 전부 다 비공개되면 어떻게 국민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검증하고 이게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지웅 변호사는 “정보공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위 규정을 삭제하고 정부ㆍ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고위공직자 부동산 투기 근절과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 도입도 언급했다.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정지웅 변호사는 “2급 이상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하라”고 주문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보유한 부동산 재산으로 인한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는 현재 공백 상태”라며 “LH 투기 사태 이후 법개정을 통해 2021년 4월 국가기관의 장(국회는 국회사무총장, 법원은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는 사무처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무총장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공직유관단체의 장은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거나 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다고 인정되는 부서의 공직자 본인 및 그 이해관계자가 관련 업무 분야 및 관할의 부동산을 새로 취득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나,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그래서 실거주 외 건물을 보유하거나 대지를 보유하는 등 투기성이 짙은 부동산을 보유한 경우 직무수행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제한 조치가 없으므로, 2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실련은 국가공무원법상 영리업무 금지 조항을 임대업에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는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조물주 밑에 건물주 되고 싶다’고 하는데 임대업은 영리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지웅 변호사는 “협소한 법 해석으로 임대업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식적인 국민의 판단에 부합하도록 법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주식백지신탁제도가 2005년에 마련돼 재산공개 대상자 및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소속 4급 이상 공무원이 보유한 주식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2개월 내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체결 후 등록기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법이 만들어지면서 주식 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직무관련 여부 심사를 거쳐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에 대해서만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주식이 처분 완료되거나 직무관련성 없다는 결정을 받을 때까지는 관련 직무를 회피해야 하지만, 이 심사제도를 통해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사실상 3000만원 초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경우 주식의 처분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직무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정지웅 변호사는 “고위법관들의 업무 영역이 매우 넓은데, 어떤 부분에 대해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봐야 하느냐”며 “결국은 직무관련성의 유무는 판단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평가가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대법관의 직무관련성 범위는 어디까지겠느냐”며 “결국, 국민 상식의 방향으로, 그리고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의 말씀대로 청렴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정지웅 변호사는 “고위법관 155명의 1인당 평균 재산 총액이 38억 7000만원으로 국민 가구 자산 대비 8.4배에 달하고, 재산 상위 10명은 144억이 넘는다”며 “부동산 재산의 경우 시세대로 신고되지 않고 155명 중 77명이 직계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를 신고해 재산 총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왼쪽부터 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사회정책국 서휘원 팀장

마지막으로 정지웅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요약을 통해 주장을 마무리했다.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는 대법원장 후보자 재산신고 누락 확인된 만큼 재산심사 다시 진행하라.”
“고위법관의 고지거부 남용 여부 재심사하고, 심사자료 공개하라.”
“고위법관의 재산누락 신고 여부 재심사하고, 심사자료 공개하라.”

“국회는 투명한 재산공개, 철저한 재산심사를 위한 제도개선에 앞장서라.”
“국회는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개혁입법에 앞장서라.”

“정부는 주식백지신탁제도 무력화시도 중단하고, 직무관련성 심사결과 공개하라.”
“감사원은 경실련이 공익감사청구한 고위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 이행여부 철저히 조사하라.”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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